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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순천향대 '열차강의' 14년 만에 폐강

송고시간2016-12-04 07:00

교수·학생들 '길 위의 문학' '영화속 법이야기' 등 종강 아쉬움

(아산=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변호인' '부러진 화살' '도가니' 등 법정 안팎을 소재로 한 법학강의, '길 위의 문학' 등 인문학이야기가 당분간 열차에서 들어볼 수 없게 된다.

4일 코레일과 순천향대학교에 따르면 순천향대는 코레일이 서울역과 아산 신창역을 오가는 '누리로호' 열차운행을 9일부터 전면 중단함에 따라 지난 2002년 9월 이후 계속돼 온 '열차강의' 교양수업을 14년 만에 폐강한다.

총장 특강으로 시작돼 한때 부총리 등이 참관할 정도로 호평을 받은 국내 유일의 열차강의였지만 학교 앞까지 운행하던 기차 누리로호가 호남·전라선으로 옮겨 운행하게 돼 더이상 강의가 어렵게 됐다.

영화속 법이야기
영화속 법이야기

(아산=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최한준 순천향대 법학과 교수가 열차강의에서 영화속에 나오는 사건과 법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2016.12.4. [순천향대 제공=연합뉴스]

누리로호는 쾌적한 인테리어와 객차의 흔들림이 적어 교수·학생들이 1시간여 수업을 진행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었다.

"기차 안에서 커피나 맥주, 과자도 파는데 강의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한 교수의 '실없는 농담'이 현실화돼 새마을호 수원-천안구간에서 처음 시작된 열차강의는 2012년까지 계속됐다.

이듬해 누리로호가 신창역(순천향대역)까지 운행하면서 강의실 환경이 바뀌었지만 '재미있는 법정영화이야기'와 '시사 이슈 이해 및 분석' '길 위의 문학' ' 지구환경과 온난화대응-저탄소녹색성장' '명작의 고향' 등 강의가 매주 월요일 오전, 혹은 금요일 오후 상·하행선에서 진행됐다.

2학점짜리 강의가 이뤄진 공간은 4개의 객차 가운데 맨 앞이나 맨 뒷칸을 통째로 전세 내 사용됐고, 수강생은 대체로 40명 안팎이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지만, 출석체크 등을 거치면 대체로 수원역에서부터 온양온천역까지 약 1시간가량 강의는 계속됐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릴 준비를 하면 됐다.

달리는 열차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특성상 '땡땡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으며, 중간고사 혹은 기말고사도 열차 안에서 이뤄졌다.

최한준 교수(법학)는 "기차 안에서 이뤄지는 강의라서 딱딱한 법학이론보다는 영화를 통해 법적인 이슈와 문제를 다뤘는데 학생들의 흡입력과 공감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을 소재로 공부할 때는 기차가 화성지역을 통과할 때 사건 현장이 어디쯤이라는 얘기를 해줘 살아있는 강의가 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누리로호 열차가 운행 중단이 곧 순천향대만의 고유 브랜드가 사라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이 더 아쉬워한다"며 "수도권 광역전철 급행열차가 신창역까지 연장 운행한다는데 객차 일부를 개조해서라도 열차강의를 다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리로 운행중단으로 없어질 열차강의
누리로 운행중단으로 없어질 열차강의

(아산=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서울∼신창간 누리로 운행중단으로 순천향대 열차강의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2016.12.4. [순천향대 제공=연합뉴스]

정보보호학과 4년 김효빈씨는 "집에서 학교까지 전철로 2시간이 걸리는데 누리로 열차를 타면 시간도 절약되고 아침 일찍 강의를 들어 학점을 취득할 수 있어서 '꿩 먹고 알 먹고'였는데 아쉽다. 누리로 운행이 중단된다면 다른 급행열차에서라도 강의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리로 운행중지
누리로 운행중지

순천향대 관계자는 "급행전철 투입이 누리로호를 대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무궁화, 새마을호 열차가 신창역에 정차해야 하고 이렇게 될 경우 수도권 학생들에게 인기를 끈 열차강좌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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