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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뒤집히고 불타는데…사고 내고 줄행랑 운전자들 많아

송고시간2016-12-04 09:18

"무서워서, 병원 가려고"…현장 도피 이유 가지가지

경찰은 음주 뺑소니 의심…"사고 미조치 엄벌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신호등이나 가드레일 같은 도로 구조물을 들이받거나 고속도로 한복판에 전복된 차량을 내버려두고 사고 현장에서 사라지는 운전자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도로 한복판에 차량이 전복되고 심지어 불이 붙어 위험천만인 상황인데도 줄행랑을 치는 경우도 있어 2차 대형 사고 위험도 크다.

병원에 가려 했다거나 사고를 낸 것이 무서워서 엉겁결에 사고 현장을 떠났다는 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지난달 24일 오후 6시 50분께 충북 보은군 회남면 회남대교 인근에서 i30 승용차가 도로변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화염에 휩싸였다.

차량은 가드레일을 올라타고서야 가까스로 멈춰 섰고 앞부분은 완전히 찌그러져 탑승자의 인명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지난 24일 보은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불탄 차량. [연합뉴스DB]
지난 24일 보은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불탄 차량. [연합뉴스DB]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엔진 쪽에 불이 붙은 승용차는 450만원(소방서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고 20분 만에 꺼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나 탑승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혹시라도 사고로 다친 운전자가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수 있다는 걱정에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탕이었다.

주변을 탐문한 경찰은 "불이 난 승용차 인근에서 운전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만 확보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운전자 A(45)씨는 사고를 낸 뒤 두려운 생각에 현장에서 벗어나 대전 집으로 갔다는 취지로 진술, 경찰을 황당하게 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부산에서도 도로에 설치된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은 스파크 차량 운전자 B(33·여)씨가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도로에 차량을 방치한 채 종적을 감췄다.

B(33·여)씨는 나중에 경찰에서 "병원을 가야 해서 친구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고 현장을 떠났는데 사고처리가 제대로 안 됐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지난 21일 부산에서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은 스파크의 모습. [연합뉴스DB]
지난 21일 부산에서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은 스파크의 모습. [연합뉴스DB]

지난 9월에는 경기도 하남시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울방면 강일분기점 부근에서 C(39)씨가 몰던 흰색 스포티지 차량이 4차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충격 완화 장치를 들이받았다.

사고로 차량이 전복돼 3차로에 가로놓였지만, C씨는 아무런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차를 그대로 둔 채 현장에서 사라져버려 경찰을 당황스럽게 했다.

C씨는 경찰에서 "깜빡 졸아서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차에서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서울의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사고 차량을 위험천만한 상태로 방치해놓고 현장을 떠나는 사례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물적 피해만 있을 경우라도 추가 위험 방지나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들을 하지 않는 것으로, 현장을 지나는 차들은 추가 사고를 낼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 노출되기 일쑤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는 "사고 충격으로 부서진 파편이나 방치된 차량이 도로교통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고 2차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서 사고 후 조치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로교통법 54조 1항에는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했을 때는 운전자나 승무원이 정차해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지난 24일 보은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불탄 차량. [연합뉴스DB]
지난 24일 보은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불탄 차량. [연합뉴스DB]

다만 운전자의 차량만 파손됐고, 도로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달아나는 운전자 대부분이 음주 운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경찰은 이런 '면죄부 조항'이 문제라고 본다.

술을 마신 운전자들이 음주사고 낸 것이 들통나는 것을 피하고자 무작정 현장에서 달아나고 본다는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 윤환기 교수는 "음주 측정기를 불지 않은 상태에서 달아난 뒤 바로 잡히지만 않으면, 경찰로서는 음주운전에 대한 증거를 입증할 수 없어 처벌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선수인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지난 2일 오전 2시48분께 숙소인 삼성동 G호텔로 향하던 중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강씨는 그대로 숙소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동승했던 친구 유모(29)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을 했다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개그맨 이창명(46)씨가 포르셰 승용차를 몰고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삼거리에서 교차로를 지나다 교통신호기를 들이받고 차량을 버려둔 채 도주한 것과 관련, 사고 후 미조치와 음주 운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고가 난 뒤 차량을 버리고 운전자가 사라진 경우 대부분 음주사고를 내고 달아난 것으로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강동수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은 "사고가 났을 때 차량 흐름을 방해하거나 후속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사고 후 미조치로 처벌받는다 해도 처벌 형량이 200만∼300만원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음주 운전을 숨기기 위해 사고처리를 부실하게 하고 도주한 것으로 드러나면 법원이 더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달아나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우 차근호 류수현)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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