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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숨비소리 길'에서 해녀 숨결 느끼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될 제주해녀문화 곳곳 산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바닷가에는 휘파람이 끊이지 않는다. 휘파람이 들려오는 곳에는 어김없이 해녀가 있다. 해녀들이 내는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해서 나오는 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는 소리다. 심연에서 내오는 애절하고도 원초적인 소리다.

여행자에겐 언뜻 새소리처럼 들리는 숨비소리엔 해녀들의 삶이 녹아 있다.

해산물 채취하고 올라오는 해녀
해산물 채취하고 올라오는 해녀(제주=연합뉴스) 제주 해녀가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한 뒤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2016.11.26 [제주해녀박물관 제공=연합뉴스]

◇ '숨비소리 길' 걷기

지난 22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확실해진 제주해녀문화를 엿볼 수 있는 '숨비소리 길'을 찾았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에서 출발했다. 박물관을 왼쪽에 끼고 동쪽으로 넘어가 세화축구장을 지나자 제일 먼저 '삼싱당'이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삼싱당은 '여씨할망당'이라고도 한다. 세화리 면수동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동산인 '금산'에 있다고 해서 '금산당'이라고도 부른다.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제단을 만들어 '여씨할망신위'를 모셨다고 한다.

이 마을 해녀를 비롯한 주민은 정월 12일 대제, 2월 12 영등맞이, 7월 12일 백중맞이, 10월 12일 시만국대제를 각각 지내며 각 가정의 무사안년을 기원한다.

삼싱당에서 나와 제법 큰 팽나무들이 있는 면수동마을회관 사거리에서 다시 올레 21코스 표시를 따라 동쪽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 이웃 마을인 하도리의 별방진까지 가는 약 2㎞의 길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그리 넓지 않은 무밭들이 쭉 펼쳐졌다.

해녀들의 안전 조업을 빌었던 삼싱당
해녀들의 안전 조업을 빌었던 삼싱당(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제주해녀박물관 인근에 있는 삼싱당. 해녀와 마을 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당이다. 2016.11.26
khc@yna.co.kr

물때가 맞을 때는 바다로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고 물질하지 않는 날에는 밭에서 농사를 짓는 '반농반어(半農半漁)의 삶을 사는 해녀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별방진(別防鎭)은 조선시대 군사진영으로, 제주도 기념물 제24호다. 중종 5년(1510)에 제주목사 장림이 성을 쌓고 김녕읍에 있던 방호소를 이곳으로 옮겨 '별방'이라고 지었다. 하도리보다 더 동쪽에 있는 우도를 근거지로 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 성의 총 길이는 1천8m이고, 높이는 3.5m다.

남쪽 성벽 위로 올라가니 성 안팎의 집들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마을을 지나 북동쪽 성벽으로 올라갔다. 하도리 포구에 세워놓은 'Hado'라는 영어로 된 하얀색 구조물이 눈길을 끌었다. 성벽 밖 바로 밑에는 옛 주민들이 먹었을 맑은 용천수도 보였다.

왜적의 침입을 막았던 별방진
왜적의 침입을 막았던 별방진(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 쌓은 별방진 성벽. 2016.11.26 khc@yna.co.kr

마침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날이라 바닷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얼른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서문동 해안가의 원담을 보러 갔지만 아쉽게도 바닷물이 너무 많이 들어 볼 수 없었다. 원담은 밀물 때 들어왔던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뒤 잡으려고 해안가 얕은 바다에 원형으로 쌓은 돌담이다.

깊게 눌러 쓴 모자도 날아갈 것 같은 북서풍을 가르며 서동 불턱을 찾았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옛날 같으면 주변 나뭇가지 등을 주워다가 불을 피워 몸을 덥히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해녀들을 볼 수 있으련만 지금은 추억의 장소가 됐다. 현재는 어촌계마다 탈의실과 보일러가 있는 욕실, 작업장 등을 갖춘 현대식 해녀탈의장을 갖추고 있다.

서동 불턱 인근에는 '환해장성(環海長城)'이 있다. 고려시대 몽골항쟁과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제주도 해안선 300여리(약 120㎞)에 쌓았다고 전해진다.

해녀들의 쉼터 불턱
해녀들의 쉼터 불턱(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 해녀들이 불턱에 모여 앉아 담소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6.11.26 << 제주해녀박물관 제공 >>

주변에는 화산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공기에 닿아 굳으면서 생긴 '튜물러스(Tumulus)'란 용암지형과 산림청 보호식물로 지정된 '모새달'이란 식물, 피부의 염증성 질환과 피부 병원균 생장 억제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염생식물 '큰비쑥' 등이 보였다.

이 길에 있는 유일한 절인 용문사와 면수동 주민의 옛 식수였던 '만물'을 지나 이내 해녀박물관에 도착했다. 길이가 4.4㎞로 1시간 30분 걸린다지만 2시간이 걸렸다.

박물관 1층 카운터에서 표를 끊고 해녀의 삶을 다룬 제1전시실로 들어갔다. 전형적인 제주 초가와 부엌, 밥상은 물론 식수를 길러 다닐 때 사용했던 허벅, 차롱, 애기구덕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둘러봤다.

해녀의 일터를 보여주는 2층 제2전시실에서는 해녀들이 불턱에 모여 앉아 담소하는 모습을 재연한 전시물과 물질하는 하는 영상, 물질 때 사용하는 물안경, 비창, 까꾸리, 작살, 테왁 등이 눈길을 끌었다. 옛 해녀들이 입었던 광목으로 만든 '물소중이'와 현재의 잠수복인 고무슈트도 대비해 놓아 해녀 의복의 변천사를 가늠케 했다. 해녀 공동체와 공동체 내의 위계질서에 대한 설명도 쉽게 눈에 들어왔다.

3층 전망대에 올라서니 세화리 마을과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왔다. 2층에서 1층 제3전시실로 내려오는 통로에는 옛 제주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때의 명칭과 바람의 명칭,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과 채취 시기 등에 설명이 붙어있다. 해녀의 생애를 다룬 1층 제3전시실에선 해녀들이 직접 들려주는 삶의 기억을 담은 영상물들을 시청했다.

어린이해녀관은 '제주해녀 수애기'의 이야기를 다룬 3D 애니메이션, 어린이 숨 참기, 망사리 시소와 저울, 재미있는 고망낚시, 해양쓰레기 등을 보여준다.

제주해녀박물관 전경
제주해녀박물관 전경(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있는 제주해녀박물관 전경. 2016.11.26
khc@yna.co.kr

숨비소리 길은 제주 해녀문화를 파악하기 가장 좋은 길이다. 마침 겨울이어서 해녀를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지만, 박물관이 있어 아무 때나 와도 해녀문화를 살펴보기에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녀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자 날은 거의 저물었다. 오후 2시 50분께 도착해서 숨비소리 길을 걷고 박물관을 둘러보는 데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됐다.

제주해녀문화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리는 제1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될 예정이다.

◇ 교통편·탐방시간·주변 관광지·먹을거리

제주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 2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세화·성산 방면 701번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면 2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된다. 자가용으로는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제주해녀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다만 관람 시간을 고려해 오후 5시 10분까지 표를 끊어야 한다. 숨비소리 길은 정해진 탐방시간이 없으므로 아무 때나 걸어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로는 비자림과 돌 미로 공원인 메이즈랜드, 나무 미로 공원인 김녕미로공원, 만장굴, 제주레일바이크, 성산일출봉 등이 있다.

제주해녀박물관 주변에 나름대로 특색을 살린 카페, 식당, 횟집, 민박들이 줄지어 있다. 10분 거리에 세화민속오일장도 있다. 세화민속오일장은 끝자리가 '0'이거나 '5'인 날에 열린다.

kh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6 06: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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