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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효석 표 메밀 씨앗' 전하는 문화관광해설사 최두열

대기업 재직 중 평창과 인연…퇴직 후 귀촌해 해설사 변신
입문 1년 만에 강원도 관광 스토리텔링대회서 대상 수상

(평창=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알고 보는 것과 스쳐 지나가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관광객들이 제 해설을 듣고 나가실 때 마음이 부자가 되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강원도로 만드는 게 제 몫이죠."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던 중 강원 평창과 맺은 인연으로 퇴직 후 평창으로 귀촌한 최두열(61) 씨. 현재 이효석문학관에서 문화관광해설을 하는 그의 말에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대기업 퇴직 후 문화관광해설사로 변신한 최두열 씨
대기업 퇴직 후 문화관광해설사로 변신한 최두열 씨(평창=연합뉴스)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던 중 강원 평창과 맺은 인연으로 퇴직 후 평창으로 귀촌한 최두열(61) 씨. 그는 현재 이효석문학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변신했으며 지난 3∼4일 강원도에서 주관한 '2016 관광 스토리텔링대회'에서 해설사로 입문한 지 1년 만에 대회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사진은 최두열 씨 모습. 2016.11.26 [최두열 씨 제공=연합뉴스]

최 씨는 수원 토박이다. 직장도 수원의 삼성전자 홍보팀에서 31년간 근무하며 홍보, 사회공헌, 사원 연수 업무를 담당했다.

재직 중이던 2005년 회사가 평창 봉평면 무이1리와 1사 1촌 자매결연하며 평창과 인연을 맺었다. 최 씨는 퇴직 후에도 일손 돕기와 마을 가꾸기 등 도농교류를 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런 최 씨에게 "이곳에 와서 같이 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흔쾌히 수락한 그는 2011년 미련 없이 수원을 떠나 평창으로 귀촌했다.

귀촌한 뒤 '뭘 하면 재밌을까?'라는 고민 끝에 홍보 관련 재능을 살려보기로 마음먹은 그는 문화관광해설사를 선택했다.

지난해 이효석문학관 문화관광해설사로 변신한 그는 비록 서른여섯 젊은 나이에 하늘로 떠났지만, 한국 현대 문학의 한 맥(脈)을 이룬 이효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효석 전문가가 됐다.

최 씨는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 마음속에 문학적 감성이 담긴 '이효석 표 메밀 씨앗'이라는 기념품을 선물한다.

마치 지금도 작품을 통해 이효석이 우리 가슴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해설은 지친 일상 속에 구름 한 점, 스치는 바람결에서도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연히 들른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난 것처럼 해설을 듣고 난 사람들 마음속은 달빛 쏟아지는 메밀꽃밭에서 옛 추억과 사랑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

"메밀꽃 필 무렵, 달의 숨소리 들어보세요"
"메밀꽃 필 무렵, 달의 숨소리 들어보세요"(평창=연합뉴스) 최두열 씨(왼쪽)가 문학관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해설하는 모습. 2016.11.26 [최두열 씨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그 역시 이효석이 남긴 수많은 작품과 그것의 가치, 이효석의 육체와 정신이 머문 모든 장소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최 씨는 "이효석에 대한 관심은 학창시절 국어 시간에 메밀꽃 필 무렵을 공부했던 것 외에 한두 번쯤 더 읽어본 것 빼고는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일을 시작하며 이효석을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밤낮으로 공부했죠"라며 머쓱해 했다.

초등학생부터 문학 기행팀, 전문가 등 누가 와도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다는 건 그가 단순히 문화관광해설사 때문만이 아니다.

최 씨는 30년 넘게 홍보 업무를 했기에 '사람들이 잘 짜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기 원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록 뒤늦게 해설사 길에 입문했지만, 이야기의 맥을 짚을 줄 안다.

최 씨는 지난 3∼4일 강원도에서 주관한 '2016 관광 스토리텔링대회'에서 도내 18개 시·군을 대표하는 전문 해설사 14명을 제치고 대회 최고상인 대상을 받았다. 문화관광해설사로 입문한 지 1년 만이다.

그가 발표한 '메밀꽃 필 무렵, 달의 숨소리도 함께 들어보세요'는 이효석의 문학적 상상력과 감성을 이야기로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36년 발표한 이효석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최 씨는 "소설이지만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오감을 자극하고, 스치는 바람과 흔들리는 나뭇잎 하나에도 이효석처럼 문학적 상상력과 감성을 가진다면 누구나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고, 이 사회가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관광 스토리텔링대회서 대상 받은 최두열 씨
관광 스토리텔링대회서 대상 받은 최두열 씨(평창=연합뉴스) 최두열 씨(오른쪽 일곱 번째)가 '2016 관광 스토리텔링대회'에서 해설사로 입문한 지 1년 만에 대회 최고상인 대상을 받은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2016.11.26 [최두열 씨 제공=연합뉴스]

어느새 그를 응원해주는 팬들도 생겼다. 얼마 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신 한 할머니가 친구와 함께 재방문해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와 그림을 선물했다.

타지에서 문학관을 찾았던 사람들도 "지나가다가 다시 한 번 들르고 싶었다"며 그를 찾는다.

최 씨는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다"며 "질 높으면서도 눈높이에 맞추는 감동적인 해설로 다시 찾아오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감동으로 전하는 그의 해설이 가을바람을 타고 메밀꽃처럼 흐드러지게 퍼진다.

conany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6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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