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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이용한 재활용 연구 내년 7월 시작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에 기여할까…안전성·경제성이 관건
2020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또는 매몰 최종 결정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내년부터 국내에서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한 재활용 연구가 본격 시작된다.

지난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연구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의 일부 공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사용후핵연료의 독성과 부피를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경제성은 낮고 위험은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 파이로프로세싱, 어떻게 진행되나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온(섭씨 500∼650도)의 용융염을 이용,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원자로에서 타고 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을 분리해 내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력연이 개발 중인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재순환시키게 되면 핵폐기물의 부피를 1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원자력연은 2011년부터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통해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파이로프로세싱의 전처리-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 과정 중 전처리와 전해환원 단계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전처리 공정은 사용후핵연료의 피복을 벗겨 원료물질을 만드는 기술이며, 전해환원 공정은 전기분해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에서 산소를 없애고 금속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핵물질을 빼낼 수 있는 전해정련 및 제련 공정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원자력연은 내년 7월부터는 실제 핵연료를 이용해 연간 2∼3kg 규모의 실증 시험을 수행하게 되며, 한미 공동연구가 끝나는 2020년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상용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파이로프로세싱 시설

◇ 첫 실제 사용후핵연료 이용한 실험…안전성에 문제없나

모의 핵연료가 아닌 실제 핵연료를 사용한 실험은 처음인 만큼 안전성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NRDC(천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이자 핵물리학자인 강정민 박사는 지난달 28일 대전 유성구 관평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좌담회'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상 세슘과 스트론튬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가스를 100% 포집해 지상에서 안전하게 200∼300년 동안 보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 내에는 1천699봉(3.86t)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돼 있다.

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의 손상 원인 분석과 성능 검증, 연구 개발 등을 위해 1987년 4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고리·한빛·한울 원전 등에서 21차례에 걸쳐 3.3t의 사용후핵연료를 들여왔다. 나머지 0.86t은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에서 발생했다.

하나로 원자로
하나로 원자로

사용후핵연료는 연구원 내 조사 후 연료시험시설(PIEF) 수조에 보관돼 있다.

최악의 경우 수조에서 물이 누출된다 하더라도 온도가 200도 이하이기 때문에, 1천500도 이상에서 파손이 발생하는 핵연료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사용후핵연료 실험이 수행되는 핫셀 시설은 두께 1m 이상의 강화 콘크리트벽과 납유리 등으로 돼 있어 지진이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이 내부에 격납돼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연은 연구 목적 이외의 사용후핵연료는 발생자 책임 원칙에 따라 5년 이내에 반환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2019년부터 포화…해결책은

장기적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처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원자력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공감하고 있다.

각 원전 내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2019년 중수로형 원전부터 포화하기 시작해 경수로형인 한빛·고리원전(2024년), 신월성원전(2038년) 등에서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28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기 위한 부지를 선정한다는 목표로 최근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시민단체와 지자체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원자력연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장 면적을 줄이게 되면 입지 선정에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경제성이 높지 않아 연구 타당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명길 의원은 "정부가 추정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관련 예산이 총 70조∼80조원 가량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땅속 깊이 묻는 비용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앞으로 '파이로-고속로' 운영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강정민 박사는 "지난 60여 년간 세계 각국이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에 10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상용 고속로 개발에 실패했다"며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시설을 운영하는 데 8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고, 이는 원자력발전비용 상승과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좌담회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좌담회(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28일 오후 대전 유성구 관평동주민센터에서 열린 '강정민 박사 초청 핵 안전 전문가 대전 좌담회에서 미국 NRDC(천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이자 핵물리학자인 강 박사가 발언하고 있다. 2016.10.28
soyun@yna.co.kr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를 중간 저장한 뒤 심지층에 처분하는 '직접처분 주기'와 재순환하는 파이로-고속로 주기에 드는 비용은 오차범위 이내로 비슷하다.

원자력연 안도희 핵주기공정개발부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독성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로, 후손과 미래를 위해 충분히 연구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처리해 연구용 고속로에 순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 러시아 등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해서도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가 중단되거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해 실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과 이에 연계한 소듐냉각고속로 실험을 진행한 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지 혹은 매몰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원자력연 서민원 홍보팀장은 "연구원 홈페이지(kaeri.re.kr)에 사용후핵연료 연구 활동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알리고, 민·관·연이 참여하는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와 인근 지역 주민 대표들로 구성된 '지역주민협의회' 등을 운영해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5 06: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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