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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엉뚱한…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

오한기 "'홍학' 낱말 자세히 보면 'ㅎ'이 세 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나는 홍학이다. 외삼촌에게 물려받은 펜션 110호에 살며 글을 쓰는 나는 점점 수컷 홍학으로 변한다. 펜션 근처 원자력발전소를 둥지로 여기지만 햄버거 가게 노인은 원전 철거를 주장한다. 나는 노인을 홍학의 천적 물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저수지 보트에서 잠자는 소녀를 발견한다. 이름은 DB. '디럭스 버거'의 줄임말. 죽기 전에 이 세상 모든 햄버거를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는 DB는 원전 경비로 일하던 아버지를 잃고 물수리의 도움을 받는다. 햄버거를 공짜로 만들어 주던 물수리의 도움은 곧 끔찍한 학대로 바뀐다. 나는 도망쳐 나온 DB를 지키려 하고 물수리는 나를 계속 찾아온다.

소설가 오한기(31)가 첫 장편 '홍학이 된 사나이'(문학동네)에서 풀어놓는 이야기다. 초현실적 스토리에 더해 시 형식의 독백 또는 대화가 곳곳에 등장한다. "DB는 둥지를 아빠의 유언이라고 한다./ DB는 둥지를 우리집이라고 한다.// DB는 둥지를 공동묘지라고 한다.// DB는 둥지를 유령이라고 한다."

서사를 쫓아가며 질서정연한 논리와 인과관계를 따지기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듯하다. 끝까지 적응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거칠고 종잡을 수 없으며 종종 (실은 자주) 비약을 거듭하지만 어쨌거나 끝내준다"는 전작 소설집 '의인법'에 대한 평가가 이번 작품에도 어울린다. 한 문학 편집자는 이번 작품을 두고 "설명하려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이어서 오히려 힘과 매력이 있다"며 "숙련된 독자라면 기존 방식대로 읽히지 않아서 신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설가 오한기 [문학동네 제공]
소설가 오한기 [문학동네 제공]

'홍학이 된 사나이'는 지난해 작가가 참여하는 문학집단 '후장사실주의' 문예지에 실린 바 있다. 홍학을 모두 '사랑'으로 바꿔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도 나왔다. 거대한, 혹은 시시한 메타포를 상상하는 독자를 꿰뚫은 듯 소설 속 '나'는 이렇게 강조한다. "이 글에 알레고리나 메타포, 아이러니 따위의 수작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홍학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되도록 그대로 적어서 인쇄한 것이다."

작가에게 직접 물었더니 "소설의 내적 논리를 위해 그렇게 썼을 뿐 읽는 분들 마음이다. 마음 가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썼고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도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설 속 화자가 글을 쓰고 작가는 전위적 성격의 문학집단에 속한 사실로 미뤄 일종의 소설론으로도 읽힌다. 작가가 곳곳에 암시하기도 했다. "교수는 우울증이 자기기만의 일종이라며 어쨌건 네 소설은 좋은 소설이 아니라고 했다. (…) 나는 좋은 소설이 무엇이고 나쁜 소설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게다가 묘사는 비경제적이다. 묘사는 감정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묘사는 논리적이지 않다. 철학적이지 않다. 묘사는 피곤하다.", "문학에 의미가 있다면, 이 글은 문학이 아니다. 무의미를 기록하는 것도 문학이라면, 이것은 문학이 아니다. 의미가 있지도 무의미하지도 않으니까."

작가는 "명확한 메시지랄까 그런 건 염두에 두지 않고 썼다. 무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몸 안에 각인시키고 쓴 기억이 나지만 그걸 설명할 능력은 없다"고 했다. 장르와 주제·메시지를 뚜렷이 정리하려는 시도가 벽에 부닥치면 결국 책에서 화자가 처음 말문을 열 때의 규정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한 마리 홍학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2012년 '현대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기 전 대학에서 생물 관련 학과를 다니다가 문예창작과로 옮긴 이력이 있다. 왜 하필 홍학이냐고 물었다. "홍학이라는 낱말 자체에 매료된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히읗이 세 개 들어있거든요. 어릴 때 장래희망이 홍학이었느냐고요? 평범한 꿈을 가진 소년이었습니다. 하하."

치밀하게 엉뚱한…소설 '홍학이 된 사나이' - 2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5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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