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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받고도 돈없어 생산 못하는 심정아나요"…中企 자금난 악화

중소기업들 시중은행서 대출받기 어려워…'고금리' 비은행권에 의존
"주문받고도 돈없어 생산 못하는 심정아나요"…中企 자금난 악화 - 1

(전국종합=연합뉴스)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이 악화되자 '고금리'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제2 금융권 대출에 몰리고 있다.

불황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운영자금 혜택도 그나마 사정이 나은 소수의 업체가 차지하기 일쑤다.

사정이 급해진 중소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대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면서 비은행권 대출금 잔액은 1년 새 30% 이상 증가해 75조원을 넘어섰다.

◇ 시중은행 높은 문턱에 제2금융권 고금리 떠안아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가 유모씨는 25일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자금이 없어 도산할 것 같은 두려움이 크다"면서 "벤처기업의 80∼90%가 자금난 때문에 창업 2∼3년 만에 도산하는데, 업계에서는 이 기간을 '데스 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기능성 주방제품을 제조하는 유씨 회사는 죽음의 계곡에 접어든 3년 차 벤처기업이다.

유씨는 기술보증기금 지원과 카드론 등으로 마련한 4억원으로 '냄새가 나지 않는 양면 팬'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중국에 1천900세트를 수출했고, 일본 홈쇼핑업체로부터 2만 개 주문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생산자금이 바닥났다. 초기에 창업자금을 대출받은 터라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자금을 추가로 지원받기도 어렵다.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제2금융권조차도 위험부담이 큰 벤처기업 대출을 기피하면서 손 벌릴 곳이 없어 막막할 따름이다.

유씨는 "정부가 지난해에는 벤처캐피탈 등을 통해 4천억원 정도를 풀었는데 올해는 그 절반으로 줄었고,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들었다"면서 "주문은 받아놓고 돈이 없어 제품을 못 만드는 지금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씨처럼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인들은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비은행권 문을 노크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금 잔액은 75조8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5%(17조9천978억원) 증가한 수준이고, 전월과 비교해도 4.0%(2조9천226억원)가량 늘었다.

비은행은 상호금융,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다수다.

올 9월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기업 자금대출 가중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7.9%로 시중은행보다 4.5%포인트 이상 높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경
중소기업진흥공단 전경[중소기업진흥공단 제공]

그런데도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조선업과 철강업 등 취약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시중은행이 최근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금속제조업체 대표는 "시중은행은 완벽한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해주지 않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기업 입장에서는 신용평가 등의 심사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사실상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아니면 손 벌릴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 제2금융권·中企기관 대출도 '바늘구멍'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알루미늄 금형틀을 만드는 K사 대표는 올해 초 시설투자와 운전 자금이 필요해 시중은행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17억원이 필요했는데, 은행 측은 담보가 부족하다며 신청을 거절했다.

이 대표는 한국산업단지공단 기업성장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을 받으면서 급한 불을 껐다. 담보 여력은 없었지만, 사업성과 신용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자금, 지차체별로 운영하는 경영안정자금 융자 지원, 한국은행의 특별운전자금 등 중소기업이 혜택을 기대할 만한 지원제도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K사처럼 좁은 구멍을 통과해 이들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은 운이 좋은 극소수이고, 나머지 대다수 기업은 이런 혜택에서조차 소외된다.

경기도의 한 제조업체 대표는 "정부나 크라우딩펀딩 지원업체는 바이오나 정보통신 등 일부 유망 업종에 편파적으로 자금을 지원해 순수 제조업체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면서 "정부 자금은 절실하게 필요한 기업에 수혈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의 한 화학플랜트 설계업체 대표는 "연간 매출이 1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이나 확실한 신제품 및 기술력이 있는 강소기업이 정책자금을 독차지하는 일이 많다"면서 "정부 정책자금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 자금 지원도 주로 연초에 이뤄지는데 통상 1∼2개월 만에 동난다"면서 "연말이 될수록 이런 지원을 받을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을 찾거나 심지어 사채를 얻어 고금리를 부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덧붙였다.

◇ "현상 유지만 해도…" 내수·수출 부진에 신규 투자 꺼리기도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중소기업들은 내수·수출 부진이 겹치자 3.5% 저금리를 적용하고 1년간 이자를 보전해주는 자금조차 이용하지 않고 있다.

올해 기업들이 신청한 운영자금은 220곳 45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39곳 726억원보다 276억원이 줄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하다 보니 제조업체가 신규 투자를 꺼리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사태 때 운전자금을 받은 한 업체 측은 "워낙 급박한 상황이어서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대다수 중소 제조업체는 저금리에도 대출을 받지 않고 내부적으로 운용 가능한 자금 범위 안에서만 회사를 운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우성 김인유 박주영 류성무 김명균 허광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5 07: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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