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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건축은 특별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담은 건물"

구본준 한겨레 기자 유고집 '세상에서 가장 큰 집' 출간
종묘·경복궁·자금성 등 '위대한 건축' 조명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국의 종묘와 경복궁, 중국의 자금성,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들여다본 책이 나왔다.

24일 한겨레출판에서 펴낸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은 규모로 압도하는 건축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안에서 특별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담은 건축이야말로 '위대한 건축'이라고 규정한다.

책은 이런 관점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궁궐과 성당, 절 등을 둘러보고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발견되는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본다.

저자는 우선 이런 건물의 공통점을 '기둥'에서 찾는다. 이집트의 하트셉수트 신전,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모두 줄지어 기둥을 세워놨다.

기둥은 그 자체만으로 장관을 연출하며 강력한 디자인 효과를 발휘한다. 이 같은 기둥이 주는 효과를 깨달은 후세 사람들은 기둥을 끝없이 차용한다. 1830년에 개관한 베를린 구 박물관이나 1853년 증축된 영국박물관 모두 줄기둥 디자인을 베낀 것들이다. 심지어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고대 그리스 신전에서 영감을 얻어 차량 앞면의 그릴을 디자인했다.

재미있게도 줄기둥은 최근 지어진 국내 건축물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예식장 건물 입구에 세워진 줄기둥이 대표적이다.

서양 건축물에선 수직의 기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동양에선 수평의 길이가 큰 역할을 한다.

일본 교토의 명물 렌게오인이 대표적이다.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서른세 칸 집이라는 뜻)라는 별명이 있는 이 건물은 전체 길이가 120m에 이르는 위용을 자랑한다. 1천1개의 불상이 모셔진 이 건물은 그 길이만으로 신성함을 자아낸다.

중국 간쑤성에 있는 티베트 불교 성지인 라브랑 사원도 140개 기둥이 이어지는 긴 회랑을 둬 불자들에게 거룩한 세계로 귀의하는 과정을 경험케 한다.

종묘 정전
종묘 정전

'길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물이 바로 한국의 '종묘'다. 종묘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 요소인 '길이'와 '기둥'의 특성이 모두 드러나는 건축물이다.

종묘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이 단순함이 지닌 힘 덕분에 '우주를 담아낸 듯한 느낌'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이 책의 이야기다.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설계한 세계 건축계 스타인 프랭크 게리가 방한하면서 종묘를 단독 관람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일화도 있다.

종묘가 특별한 데는 최고의 격식으로 조선의 정신을 담은 건축물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더해져서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축물로는 경복궁도 빼놓을 수 없다.

경복궁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잘 모르는 건축 문화재라고 책은 말한다. 예컨대 경복궁을 중국의 자금성이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비교하며 '작은 궁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 경복궁의 전체 칸 수는 8천여 칸에 이른다. 베르사유 궁전보다 훨씬 크고 자금성과 거의 비슷한 규모라는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는 왕궁이 하나였지만 조선은 서울 곳곳에 궁궐을 세웠다. 자금성의 공간 배치와 디자인을 참고해 경복궁을 지었다는 추측에 대해 이 책은 경복궁이 자금성보다 오히려 먼저 지었다고 잘라 말한다.

경복궁의 위상이 이처럼 격하된 것은 일제 점령기 상당 부분이 훼손돼서다. 이 밖에 경희궁, 창경궁 등 다른 궁궐도 수모를 겪는다.

책은 각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보며 나라 잃은 궁전이 겪은 수모를 들춰 이야기하고 문화재 복원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경복궁이 작게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줄 만큼 거대한 건축물인 중국 자금성에 대한 이야기도 상세하게 담겼다.

저자는 자금성을 단순히 궁전으로만 보지 말고 그 밑바닥에 깔린 중국의 '소프트 파워'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화란 오랜 시간에 걸쳐 의식을 파고들어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인데 이미 중국이 이 소프트 파워에서 최강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가는 거대한 자금성의 실체를 구석구석 실감 나게 묘사하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중화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구현됐는지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는 2014년 이탈리아 연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한겨레 구본준 기자다. 원래 초고 상태로 편집부에 있던 글을 유족이 매만져 세상에 내놨다.

일반인 독자를 위해 전문용어를 모두 풀어쓰는 친절한 글쓰기 방식에선 고인의 흔적이 느껴진다.

280쪽. 1만4천500원.

"위대한 건축은 특별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담은 건물" - 2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4 1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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