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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용필름 임승용 대표 "흥행코드 몰라…이야기가 중요"

송고시간2016-11-24 09:49

"유해진은 물 같고, 최민식은 불 같은 배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수백억 원의 제작비를 들이고, 유명 배우를 캐스팅한다고 해서 영화가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게 바로 영화 흥행이고 관객들의 마음이다.

어떤 영화 제작자들은 '흥행코드'라는 것은 의미 없는 결과론일 뿐이라고 말한다. 영화 제작에서 개봉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린다. 그사이 흥행코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자나 감독들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하나같이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것도 엄살만은 아니다.

'흥행은 신의 영역'이라는 영화계에서 연이어 흥행 대박을 터뜨린 영화 제작자가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430만명)에 이어 조만간 700만 돌파를 앞둔 '럭키'의 제작자 임승용(46) 용필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임 대표는 2012년 8월 용필름을 설립한 뒤 '표적'(2014), '뷰티 인사이드'(2015) 등 총 4편을 선보였고 모두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용필름 이전에는 '올드보이'(2004)의 프로듀서를 맡았고, '주먹이 운다'(2005), '방자전'(2010) 등을 제작했다.

10∼11월 비수기에 '럭키'로 흥행 잭팟을 터뜨린 임 대표를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용필름 사무실에서 만났다.

임승용 대표
임승용 대표

[연합뉴스 제공]

다음은 임 대표와의 일문일답.

-- '럭키'의 흥행을 예상했나.

▲ '럭키'는 순제작비 40억 원, 마케팅을 포함해 60억 원가량 든 영화다. 당초 손익분기점인 180만∼200만명을 넘는 것이 목표였다. 잘 되면 300만 정도 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대치보다 잘 됐다. ('럭키'의 누적 관객 수는 23일 기준 695만5천882명이다)

-- '럭키'의 흥행 요인이 뭘까.

▲ 기존 코미디 영화들과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극 중 유해진은 비누를 밟아 넘어진 뒤 자신을 배우 지망생으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유해진이 킬러라는 사실은 주인공 빼고 관객 모두 알고 있다. 이처럼 관객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정작 영화 속 주인공은 모를 때, 즉 주인공과 관객이 가진 정보의 양이 차이가 나면 날수록 코믹 요소는 올라간다.

--유해진을 캐스팅한 이유는.

▲ 통상 배우를 캐스팅할 때 티켓 파워와 배우에 대한 관객 선호도가 중요하다. 배우 선호도가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배우가 가진 기존 이미지와 작품의 캐릭터 이미지가 잘 어울려야 한다. 유해진의 경우 제가 그의 실생활 모습을 아는 부분도 있고, '럭키'는 실생활적 코미디가 강한 영화여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유해진의 실생활이 궁금하다.

▲ 제가 평소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른다. 둘 다 1970년생이지만 해진이 형이 '빠른 70'이다. 형은 종로구 구기동, 저는 평창동에 살아 집도 가깝고, 둘 다 청주 출신이다. 해진이 형은 생각보다 굉장히 꼼꼼한 사람이다.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동네 대중목욕탕에 다니고, 단골 식당에 가서 서빙하시는 아줌마들과 함께 밥을 비벼 먹기도 한다. 친화력이 있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선입견도 없다. 그러면서도 혼자 미술관에 가서 그림도 보고,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그런 그의 실제 모습이 영화 속에 잘 깔리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그가 즉석에서 애드리브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연구, 고민한 뒤 감독과 상의해서 바꾸는 것이다.

-- 그동안 프로듀싱 하거나 제작한 작품들을 보면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 공통점은 제가 좋아하는 얘기라는 점이다. 판타지적 설정이 있지만, 이를 그려가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접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예를 들어 '럭키'도 킬러와 조연 배우가 어떤 상황에 의해 서로의 삶이 바뀌었다는 자체가 과도한 설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에 있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 '럭키'는 최근 흥행한 한국 영화들과 흥행코드가 다른 것 같다.

▲ 사실 흥행코드에는 관심이 없다. 흥행 여부는 점쟁이의 영역이다. 다만 내가 재미있고, 주변에서 재미있어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흥행으로 가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흥행코드는 늘 변하는 것이고, 사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욕이다. 내년 봄에 어떤 패션이 유행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사실 트렌드를 분석했다기보다 그런 예측을 통해 유행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임승용 대표
임승용 대표

[연합뉴스 제공]

-- 차기작 구상은

▲ 최민식이 주연을 맡은 '침묵'을 현재 촬영 중이다. 20~30%가량 찍었다. 세상을 다 가진 남자의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남자의 딸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홍콩의 두기봉 감독이 만든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한 '독전'과 액션 블록버스터 '413'(가제)도 준비 중이다.

--'침묵'은 '올드보이'와 '주먹이 운다'에 이어 최민식과 세 번째 작업인데.

▲ 최민식은 실제로는 장난꾸러기인데, 연기할 때는 불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다. 반면 유해진은 물 같은 배우다. 차분하고 주변을 감싸 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불같은 느낌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으면 항상 최민식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최민식은 배우와 제작자와의 관계를 넘어서 인간적으로 신뢰하는 배우다.

-- 박찬욱 감독과도 '올드보이', '아가씨'를 함께 했는데.

▲ 박찬욱 감독은 인간적으로나 업적 면에서나 존경할 만한 분이다. 사람을 대할 때 넉넉한 마음을 갖고 계신다. 작품을 할 때도 참으로 열심히, 그리고 꼼꼼하게 한다. 가끔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놀랄 정도다. 지금도 박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 중요한 감독이지만 어떤 시기가 지났을 때, 그가 남긴 작품들이 영화를 하는 후배들에게 혹은 후대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화적 세계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제작자로서 박 감독과 두 번이나 함께 작업한 것은 행운이다. 제가 제작한 영화에 박 감독이 연출한 것이 아니라, 박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제가 제작했다는 표현이 맞다.

-- 한국 영화의 배우 풀이 너무 좁은 것 같다

▲ 늘 캐스팅 할 때 보면 배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배우가 가진 기존 이미지를 비틀어 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럭키'의 전혜빈은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그만의 색깔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는데, '럭키'에서 그녀만의 성실함과 건강함이 잘 드러났다. 전혜빈은 무척 열심히 사는 성실한 친구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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