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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그럴수록 '길라임'은 필요하다

송고시간2016-11-24 08:30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요즘 방송가는 고민에 빠져있다.

"이런 시국에~"라는 말이 대화의 서두로 이구동성 튀어나온다.

이런 어수선하고 참담한 시국에, 요즘처럼 뉴스에 온 시선이 꽂혀있는 시기에, 드라마와 예능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에는 "때가 어느 때인데 촛불 시위에는 못 나갈망정 웃고 떠드는 것을 방송하느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드라마에는 "뉴스보다도 재미없다"는 비난이 몰리기도 한다.

그런 반응은 차치하고라도, 방송 제작진과 연예인들 스스로 느끼는 자괴감과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은 차고 넘친다.

최근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한 방송인은 "마음은 광화문 집회에 가 있는데 방송에서는 방방 뜨며 재미있게 해야 하니 부끄러워지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그럴수록 '길라임'은 필요하다 - 1

문제의 '길라임'이 등장하는 '시크릿 가든' 대본을 쓴 김은숙 작가는 22일 '도깨비' 제작발표회에서 '길라임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뉴스를 통해서 봤다"면서 "저희 드라마 '도깨비'가 더 재밌을 텐데 어떡하죠"라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이번 '길라임' 논란 덕(?)에 시청자들은 지난 2010년 '길라임'과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새삼 돌아봤다. 잘 만든 한 편의 드라마가 주는 기쁨과 위안은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고, 빈부격차와 지위고하를 뛰어넘는다.

비록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오긴 했지만, 병원에서 '길라임'이라는 예명이 등장했다는 사실도 드라마의 그러한 순기능의 한 예다.

지금처럼 박탈감과 허탈감, 분노가 가슴을 뒤흔드는 때에도 드라마의 존재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시청률로 증명된다.

많은 방송 관계자들이 뉴스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인 나날이라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뉴스는 뉴스고, 대중은 지친 마음을 위로할 콘텐츠, 상처받은 눈과 귀를 잠시라도 편안하게 해줄 방송 프로그램도 함께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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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는 "이런 시국에 제작발표회를 하게 돼 불편한 마음이 있다"면서도 "시청자들이 쉴 수 있고 울고 싶은 사람은 실컷 울고 웃고 싶은 사람은 실컷 웃을 수 있는 드라마니까 잘 봐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한 배우도 "우리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을 보면서 이럴 때일수록 시청자에게 위안을 줘야겠다고 다잡는다"고 말했다.

촛불이 꺼지지 않을수록 드라마와 예능은 더욱 분발해야 한다. 마음이 시린 시청자에게는 지금 '눈 둘 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럴 때일수록 길라임은 더 필요하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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