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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죽음과 인간관계…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무대 중앙에 놓인 침대에 누운 노파 그레이스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다소 겁먹은 표정으로 한 남자를 올려다본다.

양복 차림에 한손에는 여행 가방을 들고 있는 그 남자는 "고모, 조카예요. 늙어 곧 죽는다는 편지를 받고 왔어요"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레이스는 조카를 자칭하는 켐프에게 손에 쥐고 있던 빗을 던진다. 그리고 암전.

무대가 밝아지고 켐프는 쉴새 없이 고모의 장례 일정에 대해 말한다. "화장으로 해드려요?", "장기는 어떻게 할까요?", "고모 물건들을 경매로 팔아 장례 비용을 만들어야겠어요"라고.

그때마다 그레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켐프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연극 '고모를 찾습니다'는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는 고모 그레이스의 편지를 받은 조카 켐프가 30년 만에 고모를 방문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총독문학상을 두 차례나 받은 캐나다의 대표 작가 모리스 패니치가 1995년에 쓴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켐프와 그레이스, 두 인물만 나온다. 주로 켐프가 말하고 그레이스는 듣기만 한다. 그레이스가 말이 없는 이유는 극 후반에 나온다.

90여분간 길지 않은 시간에 암전을 통한 장면 전환이 36차례나 된다. 짧으면 1분 안팎, 길면 4∼5분, 극이 스타카토처럼 흘러간다.

그 사이 켐프의 과거사가 조금씩 드러나며 그의 캐릭터가 구축된다. 켐프는 조울증을 앓았던 삼류 마술사인 아버지와 '한손에는 담배, 한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어 자기를 돌볼 손이 없었던'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에게 어릴 적 잠시 본 고모는 자신의 인생을 밝혀줄 빛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고모의 편지를 받자마자 다니던 은행을 때려치우고 한달음에 고모를 찾아온 이유다.

고모의 임종을 지키는 일은 켐프의 예상과 달리 길어지더니만 급기야 1년을 넘기게 된다.

새해가 지나고 어느 날 경찰은 그레이스의 집을 방문해 어떤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난다.

연극은 고독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이를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낸다. 예컨대 고모가 죽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켐프는 "요즘 고모 건강이 걱정돼요. 점점 좋아지고 있거든요"라는 식의 유머를 선보인다.

켐프 역을 맡은 하성광 배우는 대사 분량만 놓고 보면 1인극이라고 말할 정도로 실질적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어릴 적 상처로 온갖 성격장애를 겪은 인물을 어린이 같은 하이톤의 목소리와 어눌한 몸짓으로 연기한다.

하성광은 21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프레스콜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켐프의 '수다스러움'을 "소통의 부재로 말을 안 하고 못해서 뭉쳐있던 것을 고모라는 편안하고 따뜻한 상대를 만나 봇물 터지듯 쏟아낸 것"이라며 "난생처음 말을 이렇게 많이 하지 않았을까"라고 해석했다.

그레이스 역으로 2인극 무대에 처음 오른 정영숙은 대사는 많지 않지만 40년 넘게 브라운관에서 갈고 닦은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그는 표정만으로 그레이스의 내적 심리를 표현한다. 처음에는 켐프에게 냉랭하게 대했다가 점차 마음의 문을 연다.

켐프가 말할 때 그레이스의 반응을 유심히 봐야 극 후반 반전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구태환 연출가는 "현대인이 안고 있는 고립이라는 문제, 문명이 발달할수록 혼자 사는 것이 편리해지면서 문명이 고립을 가속하는 문제를 이 작품에 담아보려고 했다"며 "결국 인간이 인간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공연은 22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고독과 죽음과 인간관계…연극 '고모를 찾습니다' - 1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1 18:5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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