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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옮기는 겨울철새…방역체계 '속수무책'

바이러스 첫 검출도 정부 아닌 대학 연구팀
정부 "국내검출 H5N6형 인체감염 위험 크지 않아"
서산 AI 방역 비상
서산 AI 방역 비상(서산=연합뉴스)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일대에서 21일 시 직원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서산시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국내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잇따라 나오면서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퍼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수년간 AI 사태가 반복될 때마다 방역당국은 철새 상시예찰 강화 등 개선된 방역대책을 내놨지만 결국 이번에도 철새는 숭숭 구멍 난 방역체계를 쉽게 돌파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방역당국이 상시 예찰 등 AI 집중관리 구역으로 관리 중인 철새도래지는 모두 37개소다.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야생철새 분변이 많은 곳에서 시료를 채취하거나 직접 조류를 포획하는 방법 등으로 고병원성 AI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이와 별도로 환경부도 자체 기준에 따라 주요 철새도래지를 관리 대상 구역으로 설정해 철새 상시 예찰 등을 실시하고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가급적 두 개 부처가 각자의 집중관리 대상 철새도래지가 겹치지 않도록 해 한층 광범위한 상시 예찰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새가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고병원성 AI가 다시 가금농가에서 검출되면서 방역체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가장 먼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천안 풍세면 소재 봉강천은 환경부에서 관리 중인 철새도래지 구역 중 하나로 포함돼 있다. 봉강천 인근의 풍세천 역시 검역본부에서 관리하는 주요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정작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것은 환경부가 아니라 일반 연구 목적으로 야생원앙 분변 시료를 채취했던 건국대 연구팀이다.

한마디로 조류에 치명적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촘촘한 방역체계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히' 발견된 셈이다.

또 방역당국이 아닌 민간 대학 연구팀이다 보니 고병원성 AI인지 확인하기까지 2주나 걸렸다.

바이러스 잠복기가 보통 2주 정도이고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강력한 전염성을 고려하면, 검사가 이뤄지는 기간에 바이러스가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고병원성 AI 확진, 오리 살처분
고병원성 AI 확진, 오리 살처분(음성=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21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충북 음성군 맹동면 한 오리 농가 사육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오리를 살처분하고 있다.

실제로 첫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직후 전북 익산의 야생철새 '흰뺨검둥오리'에서 H5N6형이 검출됐고, 전남 해남과 전북 김제 가금농가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왔다. 오리 농가들을 중심으로 추가 AI 의심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농식품부는 같은 유형이라도 유전자 염기서열 배열에 따라 인체 감염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H5N6형의 인체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 베트남, 라오스, 홍콩 등지에서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H5N6형의 인체감염사례는 2014년 4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15명 감염, 6명 사망)에서만 있었다.

H5N1형의 경우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54명이 감염되고 450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H5N6형은 상대적으로 인체 감염 사례가 적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전자 정밀검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 H5N6형은 중국에서 검출됐던 것과는 염기서열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인체 감염 위험성은 과거 국내에서 검출된 다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H5N6형이 국내에선 처음 검출된 만큼 이번에도 해외 철새에 의한 유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H5N6형은 올해 초 홍콩의 야생조류인 '대백로'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99% 이상 같은 특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 2014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해 10여 개국으로 확산했던 H5N8형의 전파 경로가 조류의 대륙 간 이동 경로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철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면 방역체계를 더욱 두텁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새 이동을 현실적으로 100% 추적하기 어려운 만큼 상시 예찰 구역을 확대하고 부처 간 공조를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사전 예방을 위한 백신 기술 개발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AI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시기에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고위 간부가 점심때 낮술을 먹었다가 구설에 올랐다.

경향신문은 농식품부 민연태 대변인이 지난 18일 조기 퇴근한 뒤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으며, 방역대책회의 후 대변인이 진행하는 정식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 가금농가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 확진 판정이 나옴에 따라 장관 주재 긴급 방역대책회의가 열린 날이다.

이와 관련해 민 대변인은 "방역대책회의는 외부 단체장과 하는 회의 자리여서 참석하지 않았고, 정식 브리핑이 예정돼 있지도 않았다"며 "회의 시작 전 취재진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한 뒤 조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I 옮기는 겨울철새…방역체계 '속수무책' - 1

shin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1 18: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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