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멀쩡하던 오리들이 갑자기…" AI 초고속 확산에 발동동

축산 농민들 "자식같은 오리 살처분 지켜보는 심정 누구도 모를 것"
중장비 동원 죽은 오리 퍼날라…살처분 현장 800m 떨어진 곳서도 악취 진동

(음성=연합뉴스) 변우열·이승민 기자 = 충북 음성군 맹동면의 A(55)씨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한참을 오리농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먼 산을 응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처분하는 오리농가 [연합뉴스 DB]
살처분하는 오리농가 [연합뉴스 DB]

자식처럼 키운 오리들이 살처분되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서다.

지난 16일 맹동면의 한 오리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농장을 들락거리며 오리의 상태를 살폈다. 작년과 재작년에 음성지역 오리 대부분을 살처분한 '악몽'을 경험했던 A씨에게 AI는 공포 그 자체였다.

다행히 A씨 농장에서는 별다른 징후가 없었지만, 언젠가 AI가 덮칠지 모른다는 걱정에 며칠간을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19일 저녁 농장을 둘러보는 순간 A씨는 앞이 캄캄했다. 4∼5마리의 오리가 쓰러져 있었다.

이튿날에 40여 마리가 더 죽더니 21일에는 폐사한 오리가 70마리로 늘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결국 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A씨가 키우던 1만 마리의 오리는 21일 모두 살처분됐다.

A씨는 "사료를 잘 먹고 활발하게 활동하던 오리들이 그저께 밤부터 사람이 마치 심장마비에 걸린 것처럼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자식처럼 키운 오리가 이렇게 죽어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하는 심정은 그 누구도 모를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올해 AI는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며 "아무런 증상도 없던 오리들이 사이에서 마치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올해만은 AI를 막아보자"며 축사를 방역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거의 나가지 않으면서 AI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만 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AI를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현실이 더욱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그는 "농가들뿐 아니라 군청과 축협이 열심히 소독했는데도 날아다니는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기니 어쩌겠느냐"며 "철새가 똥을 싸지 못하도록 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농장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살처분 보상금이라고 해본들 그동안 들어간 사료 대금에도 턱없이 부족한데다 6개월 뒤에나 오리를 다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보상금으로 새끼 오리 매입비, 사료비 등을 주고 나면 100원짜리 동전 하나도 남지 않는다"며 "AI 감염 여부, 소독 상황을 파악해 보조금이 감액 지급되기 때문에 빚을 지는 농가들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재입식하는 데 6개월 정도는 걸리는데 그동안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고 AI에 따른 이중고를 호소했다.

살처분하는 오리농가 [연합뉴스 DB]
살처분하는 오리농가 [연합뉴스 DB]

인근에서 육계 13만 마리를 키우는 B(60)씨도 "바로 옆 농장 오리에서 AI가 발생해 아직 건강한 닭을 모두 땅에 묻게 생겼다"면서 "내년 여름까지는 닭을 키우지 못하게 돼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21일 살처분에 들어간 A씨의 마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공무원들이 붉은색 경광봉을 흔들며 농장 반경 500m 도로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면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하얀 방역복을 입원 공무원 10여명과 덤프트럭, 포크레인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장비들이 수만 마리의 죽은 오리를 연신 퍼 날랐다. 살처분 작업에 따른 악취가 800여m 떨어진 곳까지 진동했다.

음성군은 애초 살처분 매장지를 AI 감염농가에서 1km 떨어진 야산에 매장지를 정했지만, 인근 주민의 반발로 결국 AI 발생 농장 바로 옆 논두렁을 파서 매장했다.

살처분을 지켜보던 한 축산농민은 "방역을 열심히 했는데도, AI를 막지 못했다"면서 "하늘에서 분변이 떨어지는 것이 전염 원인이라고 하는데, 철새를 막을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bw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1 15:03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AD(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