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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몽원 아이스하키협회장 "평창올림픽 목표는 8강"

"귀화 선수 많다는 지적 이해하지만, 국제연맹 요청 사항이다"
"일본 8명, 이탈리아 11명 귀화선수 자국 올림픽에 출전시켜"
'아시안게임 우승-월드챔피언십 진출-올림픽 8강' 로드맵 제시
질문에 답하는 정몽원
질문에 답하는 정몽원(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시그마타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19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현재 귀화 선수 6명이 뛰고 있다. 미국 출신 1명, 캐나다 출신 5명으로 구성된 이들 귀화 선수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레벨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지난 4월 27일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34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꺾었다.

이탈리아에 한 골 차로 패하며 아쉽게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승격 기회를 놓친 이 대회에서 대표팀이 넣은 11골 중 절반이 넘는 6골을 귀화 선수들이 책임졌다. 골문을 지킨 수문장도 귀화 선수였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질주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세계 랭킹 23위인 한국은 이달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6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EIHC)에서 오스트리아(세계 17위), 헝가리(세계 19위)를 연이어 격파하며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스하키에 관한 한 오랫동안 변방 중에서도 변방에 속했던 한국은 귀화 선수들을 앞세워 단기간에 급성장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귀화 선수를 딱히 차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명색이 한국 대표팀인데 귀화 선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사람들은 말한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 시그마타워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정몽원(61)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한라그룹 회장)은 귀화 선수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정 회장은 "귀화 선수가 한 종목에 6명이 있다고 하면 누구든지 많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귀화 선수가 6명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한국 아이스하키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허용할 때 전제 조건 중의 하나가 귀화 선수 충원이었다고 했다.

사실 한국 아이스하키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불발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원래 한국 아이스하키는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개최국 자동 출전권 제도가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끝으로 폐지됐기 때문이다.

1994년 12월 현재의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창단한 뒤 2012년까지 안양 한라 구단주를 맡으며 한국 아이스하키 성장의 초석을 놓은 정 회장은 2013년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올림픽 출전 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IIHF의 반응은 냉담했다. 만나주지도 않았고 2013년 11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어렵게 만남이 성사된 뒤에도 한국 대표팀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에 주저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대표팀은 2014년 4월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5전 전패라는 최악의 결과 속에 3부리그로 강등되며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IIHF의 태도는 더욱 회의적으로 변했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정 회장에게 "한국 아이스하키가 이 실력으로 올림픽에 나가면 한 번도 이길 수 없고, 더 큰 문제는 큰 스코어 차로 진다. 그러면 이걸 허용해준 IIHF도 곤란해진다"고 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이스하키는 전체 입장 수입 중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46%, 2년 전 소치 올림픽 때 50%를 책임진 동계올림픽의 '꽃'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한국 아이스하키가 못 나가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정 회장은 믿었다.

정 회장은 외교적 노력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파젤 IIHF 회장이 조건을 내걸었다.

정 회장은 "파젤 회장이 3가지 조건을 얘기했다"며 "외국인 감독, 코치를 데려오라는 게 첫 번째, 두 번째가 외국인 선수 7명을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포지션도 정해줬다. 골리 1명과 수비수 3명, 공격수 3명이었다. 마지막 조건이 예산을 재편성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2014년 7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인 백지선(미국명 짐 팩) 감독을 영입했다. 뒤이어 또 한 명의 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박용수(미국명 리처드 박) 코치까지 가세했다.

정 회장의 열정과 협회의 노력을 인정한 IIHF는 2014년 9월 총회를 열어 한국의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승인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귀화 선수를 6명이나 보유한 데에는 이러한 애로사항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이들 귀화 선수는 한국이 좋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얻을 이유가 없다. 이들 귀화 선수들을 한국 선수로 인정해주길 진정으로 부탁하고, 이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러 와서 격려도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현재 귀화 선수가 6명이다. 12월에는 캐나다 출신 수비수 알렉스 플란테(안양 한라)의 특별 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이스하키는 6명이 뛰는 종목인데, 6명이 귀화 선수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엔트리 22명 가운데 주전 골리와 후보 골리를 제외한 20명이 다 뛴다.

워낙 격렬하고 역동적인 스포츠라 한 선수가 한 번 나왔을 때 뛸 수 있는 시간은 50초 안팎이다. 선수들은 쉴새 없이 교체된다. 그만큼 토종 선수도 잘해야 하고, 이들의 조화가 잘 이뤄질 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참고로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개최국 이탈리아는 귀화 선수 11명을 썼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일본은 8명을 귀화시켜 강팀과 격차를 줄이고자 했다.

힘겹게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낸 정 회장이 현실적으로 기대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적은 어떤 것일까.

정 회장은 올림픽 8강 진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목표지만, 산에 올라갈 때 너무 높이 위를 보면 못 가지 않습니까. 앞만 보고 가는 것"이라며 "제일 먼저 신경 쓰는 것이 내년 2월 동계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이어 4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서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하는 것이 그다음 목표고, 올림픽 가서는 8강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정 회장은 "NHL이 올림픽에 안 나오면 훨씬 수월하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대회 전반적인 올림픽의 수준과 관심도를 위해서라도 NHL이 꼭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들 물통에 물 채워 넣는 정 회장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연합뉴스]
선수들 물통에 물 채워 넣는 정 회장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연합뉴스]

정 회장은 재계에서도 소문난 '아이스하키 마니아'다. 한라그룹의 최고 경영자로 바쁘게 회사를 돌보는 가운데서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경기장을 찾을 정도로 아이스하키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라그룹이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을 때도 아이스하키팀을 지켜낸 것은 정 회장의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과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달 초 유로 챌린지 대회에서는 '물병 사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헝가리까지 건너가 대표팀을 격려한 정 회장은 피리어드와 피리어드 사이 휴식시간 때 선수들이 사용하는 물통이 비워진 것을 발견했다.

모른 척하거나 누구를 시켜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직접 물을 따라 물통을 채웠다. 정 회장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원 스태프 중의 한 명으로 비칠 정도로 그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보통 협회장 정도의 지위라면 경기 시작 즈음에 경기장에 도착해 VIP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가 끝난 뒤 수고한 선수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고, 회식비를 지급하는 것이 흔하게 보는 풍경이다.

하지만 정 회장에게서는 그런 권위적인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는 선수들이 몸을 풀 때부터 링크로 내려와 뭔가 하나라도 도울 일이 없나 살핀다. VIP석보다는 선수들 바로 옆 부스를 더 선호하고, 출전하는 선수들 한 명 한 명과 주먹을 맞부딪치며 기운을 불어넣는 의식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다.

질문에 답하는 정몽원
질문에 답하는 정몽원질문에 답하는 정몽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송파구 시그마타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19
jin90@yna.co.kr

평창올림픽을 겨냥한 대표팀 전력 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정 회장은 지난 7월 협회 회장으로 재추대돼 2020년까지 한국 아이스하키를 이끌게 됐다.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까지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IIHF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한국 아이스하키 출전의 당위성을 설명했을 때 첫 질문이 '올림픽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의 비전은 뭡니까'였다"면서 "역시 아이스하키 선진국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우리 협회의 목표는 첫 번째가 올림픽을 잘 치르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올림픽 이후에는 아이스하키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청사진을 펼쳤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또 아이스하키 꿈나무 양성은 물론 훌륭한 지도자와 심판을 배출하는 데도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내 대회가 많아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 발전 추진위원회를 통해 국내 리그를 활성화하고 저변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스하키의 최고 매력은 스피드입니다. 또 아이스하키처럼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종목도 드뭅니다. 언제라도 경기가 뒤집힐 수 있고 약팀이 강팀을 꺾을 수 있는 게 아이스하키입니다. 경기 규칙도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직접 보면 계속 오게 될 겁니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러 많이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20 06:1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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