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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외가 옥천도 최순실 불똥…'육영수 마케팅' 차질

이달 29일 탄생 91주년 숭모제 대폭 축소…명맥만 유지
생가 방문객 37.8% 줄어…주변 관광지개발 부정적 영향 우려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외가인 충북 옥천여성회관 마당에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동상이 세워져 있다. 18년 전 시민들이 5천여만원의 성금을 모아 건립했다.

지난 8월 15일 육영수 여사 동상 앞에서 열린 42주기 추도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8월 15일 육영수 여사 동상 앞에서 열린 42주기 추도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민들은 이 지역서 태어난 육 여사를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생전의 소박했던 모습과 더불어 소외계층을 향한 사랑과 봉사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육 여사가 서거한 8월 15일 이곳에 모여 추모제를 지낸다. 육 여사의 숭고한 박애정신을 기리는 행사다.

또 생일인 11월 29일에는 탄생을 축하하는 숭모제를 연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등을 하는 민족중흥회와 옥천청년회의소가 주축이 돼 2004년부터 마련해왔다.

숭모제는 추모행사와 달리 문화공연 등이 다채롭게 꾸며진다. 지역 기관·단체장과 육씨 종친, 주민 등 수백 명이 참석한다.

그러나 올해 탄생 91주년 행사를 앞두고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주최 측의 고민이 깊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어머니 육 여사 탄생 축하 행사를 여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서다.

지난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숭모제가 논란이 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최 측은 17일 긴급회의를 열어 올해 행사를 대폭 축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화공연과 기념식 등을 모두 없애고 순수한 제례만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열린 육영수 여사 탄생 90주년 숭모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열린 육영수 여사 탄생 90주년 숭모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고향 시민들이 10년 넘게 명맥을 잇고 있는 행사고, 정치적인 색채를 띤 것도 아닌데 굳이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이창규 민족중흥회 옥천지역회장은 "숭모제는 대통령과 아무 상관도 없는 순수 시민행사여서 지금의 정국과 결부 지을 문제가 아니다"며 "자칫 육 여사의 숭고한 봉사정신까지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옥천군이나 육씨 종친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군은 당장 육 여사 생가 방문객이 줄어드는 등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옥천읍 교동리에 자리 잡은 생가는 육 여사가 태어나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할 때까지 살던 곳이다. 조선 후기 지어진 99칸 전통한옥인데, 낡아 허물어진 것을 옥천군이 37억5천만원을 들여 2011년 복원했다.

한해 20만명 안팎이 찾던 이곳에는 요즘 들어 방문객 발길이 뜸하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지금까지 1만2천144명이 찾는 데 그쳐 작년 같은 기간(1만9천512명)보다 37.8% 입장객이 줄었다.

육영수 여사 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육영수 여사 생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생가에 근무하는 천정희 문화해설사는 "최근 방명록을 보면 '대통령을 보살펴 달라'는 등 모정에 호소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며 "아무래도 심란한 정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군은 이번 사태가 생가 앞 1천3천㎡에 추진 중인 전통문화체험관 건립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내년까지 국비 등 81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이 체험관은 애초 '육영수 기념관'이 추진되는 곳에 건립된다. 성격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육 여사와 분리해 놓고 말할 수 없는 사업이다. 체험관에서는 서예·다도(차 예절)·전통음식·국악 등을 배울 수 있다. 한실 구조의 숙박공간도 갖춘다.

군은 올해 국비 2억원을 지원받아 설계를 발주한 상태다. 내년 토목과 건축공사가 예정돼 있다.

군 관계자는 "이미 확정된 사업이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최순실 사태 파장이 커질 경우 자칫 생가 주변 관광지 개발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육 여사의 조카뻘되는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종친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정국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그렇지만 대통령과 관련된 문제가 육 여사 추모 사업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bgi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9 07: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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