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미군 포로 소련 이송 증거없다"…美 정부 관계자
송고시간2016-11-15 16:44
미―러시아 합동위원회 포럼서 발언, 비판 여론 만만찮을 듯
미―러시아 합동위원회 포럼서 발언, 비판 여론 만만찮을 듯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한국전 당시 북한군이나 중공군의 포로가 된 후 소련에 끌려간 미군 포로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 미국 정부 내에서 나왔다.
미국 보수 매체 워싱턴 프리비컨(WFB)은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전 당시 미군 포로 가운데 소련으로 강제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 5월 23일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의 전쟁 포로ㆍ실종자 문제 합동위원회 제20차 포럼에서 나온 것으로 미군 포로의 강제 소련행과 관련한 정보 보고서와 목격자 진술을 뒤집는 것이다.
최근까지 DPAA 책임자였던 마이클 리닝턴 전(前) 국장은 이 포럼에서 한국전 실종 미군 가운데 중국을 거쳐 소련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랑하는 자식이나 남편 등 한국전에서 행방이 묘연한 실종 미군 가족 대다수는 그들이 압록강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간 후 다시 소련에 강제로 끌려가 생을 마감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매주 이런 질문을 받지만, 미군 포로가 중국을 거쳐 소련으로 끌려갔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리닝턴은 이어 "한국전 당시 한반도 서북부 상공에서 실종된 미군 희생자의 경우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보가 존재해 가족들에게 설명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며 "그러나 미군 포로의 소련 이송에 관해서는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소련으로의 이송설을 믿는 미군 포로 가족들의 믿음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반응하는 일종의 "대응기제"(coping mechanism)로 오랫동안 존재해온 "생존 기적"이나 마찬가지라고 규정했다.
러시아군 기록보관소의 에두아르트 파데린 소장은 "실종 미군 가족들은 일부 실종자가 한국과 중국에서 벗어나 소련 내 어느 지역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믿음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이런 희망을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DPAA 부국장을 지낸 마크 크놀뮐러 해군 중령도 "미군 포로 가운데 일부가 소련에 생존하고 있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믿음은 흔한 데다 일부 가족에게는 대응기제로 작용한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DPAA 고위 관계자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반발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이 한국전 당시 발생한 7천800명 이상의 미군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 문제에 집중해온 연구원들과 전직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실종 미군 가족들은 소련 내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미군 포로들을 직접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광범위하고 납득할만한" 증언을 담은 지난 1993년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국(DPAA 전신) 조사진의 보고서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전 당시 미군 포로들 가운데 소련으로 강제로 이송돼 송환되지 않은 사례도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믿음"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특정 포로들을 소련에 데려간 것은 미군 항공기 기술 정보를 빼내 이에 맞서고, 일반적인 정보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3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대표단 사무차장을 지낸 놈 캐스는 이 보고서가 한국전 미군 포로의 소련 강제 이송을 뒷받침하는 "기초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가 미군 포로의 소련 강제 이송 가능성을 시인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또 한국전 당시 실종 미군 추적작업에 도움이 되는 문건 등 자료 인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96년 양국 전쟁 포로ㆍ실종자 문제 합동위원회 미국 측 보고서에도 미군 포로를 소련에 이송하는 작업에 간여했다는 옛 소련군인들과 시민들의 증언이 포함됐다.
sh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5 16: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