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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제주해녀 다큐 '물숨' 제작한 고희영 감독

"생사 갈림길에 다가가는 강인한 해녀문화는 자연의 섭리 순응하는 특별한 세계"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바다로 한 발짝 다가가는 제주해녀의 강인함과 진일보함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은 제주해녀들의 진취적 모습에 이끌려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무작정 결심했다.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작가와 프로듀서로 20년간 잔뼈가 굵은 그녀였으나 2008년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고향 제주에 왔다.

당시 우연히 목격한 해녀들의 자맥질에서 새로운 용기와 목표로 심장이 다시 뛰었다.

온갖 고초를 겪으며 '섬 속의 섬' 우도의 해녀 속으로 들어가 7년을 생활했다. 영화 후반 작업으로 1년여간의 세월을 더 들여서야 영화 물숨은 탄생했다.

인터뷰하는 영화 '물숨' 고희영 감독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이 16일 인터뷰 자리에서 제주해녀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2016.11.16 koss@yna.co.kr
인터뷰하는 영화 '물숨' 고희영 감독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이 16일 인터뷰 자리에서 제주해녀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2016.11.16 koss@yna.co.kr

숨을 멈춰야 살 수 있는 여인들이 사는 섬, 우도에서 생존을 위해 맨몸으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하루 7∼8시간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의 노동과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해녀들의 노동의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아이들의 연필과 공책이 됐으나 한해 20명 안팎이 물질 중 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날마다 저승의 언저리를 유영해야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목격하면 저절로 눈시울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영화의 제목인 물숨은 해녀들이 해산물을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평소보다 오래 유영하며 숨을 참다가 수면에 올라올 때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실신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일종의 '과호흡 상태'로, 고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초과한 웃자란 욕망의 상징으로 풀이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한평생 바다와 함께 한 해녀들의 다양한 사연이 녹아있다.

남보다 숨이 길어 '해녀왕'으로 꼽히는 상군 김연희(58)씨는 한번 바다에 들어가면 100㎏ 이상의 소라를 안고 나와 '바다의 포크레인'이라 불린다.

중군인 김정자(85) 할머니의 딸은 열여덟 살 때 바다로 들어간 뒤 영영 나오지 못했다. 딸을 바다에 묻었지만, 물질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 오늘도 바다로 뛰어든다. 이들 해녀에게 바다는 가족들을 먹여 살리는 금고이자, 집이자, 고향이다.

그러나 '물숨'은 해녀들이 딸을 잃어도, 어머니를 잃어도, 자신의 목숨을 잃어도 바다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있다고 말한다.

멀리서 숨비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저절로 철렁철렁해지고 다시 태어나도 해녀가 되고 싶을 정도로 바다가 좋기 때문이다.

영화 물숨은 지난 5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과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 등 2관왕을 차지하는 결실을 보았다.

지난 9월 말 국내 개봉에 이어 제1회 런던아시아영화제와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돼 제주해녀를 세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화제작 '물숨' [전주국제영화제 제공=연합뉴스]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화제작 '물숨' [전주국제영화제 제공=연합뉴스]

고 감독은 "제주의 해녀문화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하는 지구 위 특별한 자치구의 세계"라고 말한다.

해녀들 사이에는 '대상군', '상군', '중군', '하군'이란 계급이 있다.

그 계급에 따라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인 물질을 할 수 있는 수심은 주로 상군(대상군) 15m 이상, 중군 10∼8m, 하군 7∼5m로 나뉜다. 수심 5m 이하에서 물질하는 '똥군'도 있다. 당연히 상군이 다른 계급보다 더 수입을 얻게 되는 등 차이가 난다.

고 감독은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은 오직 숨을 참아야만 일할 수 있다"며 "누가 숨을 더 참을 수 있는지는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녀의 계급은 숨을 더 참을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뉘며 뭍에서의 계급처럼 타협하거나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자연의 질서인 셈이다.

그는 해녀가 그 어떤 해양 전문가보다도 변화무쌍한 바다의 상황을 잘 알고 이용하는 살아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한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려면 바람 방향과 세기만 느껴도 그날 조류는 어떨지, 어느 바다에서 작업할 수 있을지를 직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 항구가 생기면 바다의 지형이 어떻게 바뀌고 그에 따라 생물은 어떻게 변화할지도 해녀는 알고 있다.

해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이기도 하다.

고 감독은 "해녀들의 희생정신, 절박함이 추운 겨울 낮은 수온에도 수 시간씩 공동으로 물질하게 하는 적응 능력을 갖추게 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능력"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제주 해녀문화에 대해 그는 "우리의 마음속에부터 제주 해녀를 사랑해야 진정한 의미의 등재가 된다"며 "작게는 우리의 어머니를 존중해야 하는 것에서부터 해녀 역사를 바탕으로 각종 인문학적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까지 사랑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고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한 차기작 '시소'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 영화는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고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재기한 방송인 이동우의 감동 실화를 담았다.

고 감독은 앞으로 우도에 작은 다큐멘터리 영화관을 만들어 그곳 해녀들의 삶을 평생 기록하면서 살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kos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6 07: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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