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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렌치 총리 개헌 국민투표 부결시 사퇴 시사

송고시간2016-11-14 19:20

극우정당 북부리그 살비니 당수 "총리 도전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상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정치적 안정을 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개헌 국민투표 부결 시 사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렌치 총리는 13일 밤 방영된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의 토크쇼에 출연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을 때 권력에 머무는 의미가 있다"며 "정치가 인생에 중요한 유일한 것은 아니다. 늪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렌치 총리가 최근 개헌 국민투표를 자신의 거취와 연관시킨 것이 실수였다며 국민투표가 부결되더라도 총리직을 내려놓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발언이다.

렌치 총리는 당초 이탈리아의 미래를 위해서는 상·하원 양원제로 인한 정치적 비효율을 바로잡고, 정치적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개헌 국민투표를 밀어붙였으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개헌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소폭 웃도는 등 국민투표 부결 가능성이 대두되자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렌치 총리는 그러나 이날 RAI의 인기 토크쇼인 '케 템포 케 파'에서 "개혁은 되돌릴 수 없는 기차와 같다"며 반대 여론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국민투표 통과를 위해 남은 기간 총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번 국민투표를 높은 실업률과 이민자 대량 유입 등 렌치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있는 야당들은 주말에 전국 곳곳에서 집회를 열어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독려했다.

특히 반이민, 무역 보호주의 등 비슷한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껏 고무된 극우정당 북부리그는 12일 피렌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국민투표를 부결시키고 권력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테오 살비니 북부리그 대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에게 준 가르침은 이제 권력을 잡기 위해 나서라는 것"이라며 총리 도전을 선언했다.

살비니 대표는 "지금은 주저하고, 의심하고, 두려워할 시기가 아니다. (총리)요청을 받는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 기관 Ixe에 따르면 북부리그는 집권 민주당(지지율 33.5%),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28.5%)에 이어 12.9%로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는 지지율 10.8%로 뒤를 이었다.

이탈리아 극우정당 북부리그를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극우정당 북부리그를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 [EPA=연합뉴스]

한편,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에서도 반(反)이민, 자국 우선주의 성향을 보이는 숨어있는 포퓰리즘 성향의 표가 분출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국민투표 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돼 렌치 총리가 사임할 경우 2018년으로 예정된 총선이 내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총선에서 만약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주장하는 오성운동이 집권해 경제 규모로 EU 3위 수준인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그 충격파는 유로존 전체에 미칠 전망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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