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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몰도바 親러 대통령 당선으로 유럽화 노선 중단될 듯

송고시간2016-11-14 18:44

도돈 당선인 "EU와의 협력 협정 파기, 러와 협력관계 회복"

서방 옛 소련권 확장 정책 차질 불가피…"트럼프도 몰도바서 발 뺄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친(親)러시아 성향 후보가 최종 승리했다.

친(親)러시아 노선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당' 당수 이고리 도돈(41)이 개혁을 통한 친서방 노선 고수를 표방해온 '행동과 연대당' 후보 마이야 산두(44·여)를 결선 투표 끝에 누른 것이다.

친러 성향 도돈 후보의 승리는 일찌감치 점쳐졌었다.

지난 7년 동안 집권했던 친서방 연립 정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대선이 치러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집권했던 친서방 성향 정당들은 급진적 개혁, 유럽연합(EU)과의 통합 등을 통해 유럽의 가장 가난한 몰도바의 정치·경제상황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국민이 목도한 것은 개혁과 발전 대신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결탁한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심각한 경제난이었다.

몰도바가 2014년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 협정을 체결한 데 대해 러시아가 보복에 나서 몰도바산 와인과 농산물수입을 금지하면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지난해 집권 연정을 구성하고 있던 친서방 성향의 자유민주당·자유당·민주당 등 3개 정당 지도자들이 국가 예산의 25%에 맞먹는 10억 달러를 횡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해 올해 초까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대선 결선 투표 뒤 기자회견하는 이고리 도돈 [EPA=연합뉴스]

대선 결선 투표 뒤 기자회견하는 이고리 도돈 [EPA=연합뉴스]

도돈의 당선으로 몰도바는 유럽화 노선을 접고 친러시아 노선으로 방향 전환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돈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EU와 체결한 협력 협정을 무효로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대통령 당선 후 가장 먼저 러시아를 방문해 경제, 사회, 정치적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몰도바의 이탈로 EU가 추진해오던 옛 소련권 유럽화 노선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U는 지난 2014년 6월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등과 FTA를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이 국가들과의 협력관계 강화를추진해 왔다. 장기적으로 옛 소련에 속했던 이 국가들을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목표를 상정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도돈 당선으로 몰도바의 친러시아 노선 회귀가 확실시되면서 EU의 확장 정책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미국 대선에서 적극적 대외 개입 정책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도 서방의 옛 소련권 확장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레이 포포프 전(前) 몰도바 외무차관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으로선 몰도바 정권의 지정학적 색채가 덜 중요해졌다"며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에서 시작했던 몰도바에서의 여러 정치 프로젝트들을 폐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러시아는 변화한 몰도바 정치 상황을 옛 소련권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위한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친서방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이웃 우크라이나를 상대하는 데도 친러시아로 돌아설 몰도바는 큰 원군(援軍)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역시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조지아에 대해서도 경제적 영향력을 지렛대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도돈 대통령이 급격한 대외 정책 노선 변화를 시도하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몰도바의 '효율적 정치 연구소' 비탈리 안드리예프스키 소장은 "도돈 대통령이 EU와의 협력 협정을 파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런시도를 하다간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연기했다가 쫓겨난 것과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과 의회가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몰도바에서 여전히 친서방 성향 정당들이 의회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도 도돈 대통령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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