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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웅 꿈꾸는 몽골 바리톤 간바타르

송고시간2016-11-14 17:30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아

오페라 '카르멘'서 에스카미요 역 맡아 내한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아
오페라 '카르멘'서 에스카미요 역 맡아 내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광활한 몽골 초원에서 나고 자란 소년은 목청 좋기로 동네에 소문난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유목민의 노래를 곧잘 따라부르곤 했다.

양과 염소를 벗삼아 노래하던 아이는 청년이 돼 놀라운 재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의 뜻 '순수한 영웅'처럼 오페라의 영웅을 꿈꾸고 있다.

오는 17∼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카르멘'에서 투우사 '에스카미요'로 출연하는 몽골 출신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28)의 이야기다.

2011년 러시아 글린카 국제 성악 콩쿠르와 2014년 무슬림 마고마예프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한 간바타르는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성악 부문 1위와 전체 대상인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몽골인 최초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그는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전까지 몽골에서만 공부한 '순수 국내파'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 이상 떨어진 지방의 유목민 집안에서 태어나 2005년 몽골국립문화예술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거기서 살았다. 본격적으로 성악을 한 것도 대학 입학 이후였다.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성남아트센터 제공]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간바타르는 "가족 중에 음악을 한 사람은 없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노래를 잘하셨는데 그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동네잔치 때마다 노래를 불러달라고 초대를 받으시곤 했다. 내가 서너 살 때 할아버지가 나를 안고 잔칫집에 가셔서 노래하시고 나도 그걸 따라부르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다"고 돌아봤다.

원래 몽골 전통 민요를 부르는 가수가 되려던 그는 대학에 입학해 과제로 받은 차이콥스키의 '돈 후안의 세레나데'를 계기로 오페라 가수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간바타르는 "그때 '돈 후안의 세레나데'를 잘 불러서 교수님한테 '성악이 잘 맞고 어울린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 그때를 계기로 성악곡을 공부하면서 아름답고 좋은 노래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페라 가수의 길은 그러나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다. 5년제인 대학을 3학년까지 다니다 휴학하고 의무복무를 했는데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1년짜리 일반병 대신 학비를 벌며 야간 수업을 병행할 수 있는 3년제 경찰을 택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3년 동안 한국에 와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교통경찰 일을 하면서도 경찰합창단에서 독창자로 활동하는 등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고, 2014년 경찰합창단의 일원으로 러시아의 자치국 부랴트공화국 수도 울란우데에서 공연한 것을 계기로 기회를 얻었다.

당시 공연을 본 부랴트 국립 오페라·발레 아카데미 극장 관계자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전속 가수로 채용했다. 이후 지금까지 소속 가수로 있으면서 다양한 오페라 레퍼토리를 배우고 있다.

울란우데와 울란바토르를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우승자 갈라공연을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과 미국 뉴욕 카네기 홀 등 유수의 무대에 올랐다.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인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적극적인 추천을 받아 지난 5월과 10월에는 마린스키 오페라단의 '카르멘'과 '토스카'에 출연했다.

간바타르는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달 말에는 몽골 정부로부터 '칭기즈칸 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각 분야에서 몽골을 세계에 알린 이들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데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사람이 나까지 10명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 영웅 꿈꾸는 몽골 바리톤 간바타르 - 2

그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평창겨울음악제에서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자 초청 갈라 공연을 본 정은숙 성남아트센터 사장이 그를 캐스팅했다.

간바타르는 "에스카미요는 몇 차래 해본 역인데 '상남자'같은 면모가 있다. 카르멘을 깊이 사랑한 돈 호세와 달리 에스카미요는 카르멘과 그냥 한번 놀아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며 "다른 성악가를 흉내 내기보다는 나만의 에스카미요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테너였다가 바리톤으로 전향한 그는 청아하면서도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울림 깊은 소리가 일품이지만 외국어를 못하는 것이 약점이다.

간바타르는 "러시아어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이지만 영어나 이탈리아어처럼 외국에서 활동하며 오페라 무대에 설 때 필요한 언어는 거의 못한다"며 "요즘은 러시아어 외에 영어를 배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몽골에 좋은 작곡가가 많다. 더 세계적인 성악가가 돼서 그들이 만든 노래를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전통민요도 부르고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좋은 공연장을 지어 성악가들을 길러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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