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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에 연기금들 속탄다…세계 연금생활자 1억명 피해 우려

송고시간2016-11-14 16:58

수익률 하락에 인구구조변화 겹쳐…고위험 투자하다 손실 내기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는 전현직 공무원들의 연금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초저금리가 예상외로 오래 지속하면서 연기금의 투자수익을 크게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투자수익이 신통치 못하다는 것은 연금 가입자들이 받는 수령액이 오르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십 년간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입자들에게 높은 지급액을 약속했던 연기금들은 투자수익이 저조해지자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이미 상당수의 연기금은 깊은 펀딩 갭에 직면한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퇴직자들은 늘어나는 반면에 연기금에 일정액을 납부하는 현역 노동자들은 줄어드는 인구의 구조적 변화도 문제다. 유엔에 따르면 2050년경에는 60세 이상의 고령자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기금 매니저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헤지펀드와 사모주, 원자재처럼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연금 수령액을 낮춰야 할 판이다.

연금의 일정 부분을 부담해주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이를 충당하기 위해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 세계의 연기금은 투자수익과 현직 노동자들로부터 받는 기여금을 활용해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초저금리와 인구 구조의 변화가 양면에서 연기금을 조이고 있는 모습이다.

연기금들은 통상적으로 자산의 약 30%를 채권에 투자한다. 하지만 한때 연 7.5%의 수익을 냈던 투자등급 채권이 지금은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간신히 수익을 내는 상황이다.

일본 GPIF
일본 GPIF

초저금리로 인해 지난해 전 세계 300대 연기금의 자산 규모는 5천300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자산이 감소한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유럽에서 네덜란드만큼 연기금의 위기감을 느끼는 국가는 거의 없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와는 달리 네덜란드는 연기금들에 전적인 책임을 맡기고 있다. 280개 연기금이 보유한 자산은 1조 유로다.

4천14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유럽 최대를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ABP는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90.7%로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는 부러워할 수준이다. 하지만 당국이 100%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마련해야만 한다.

ABP의 가입자는 280만명으로 네덜란드 국민 6명당 1명꼴이지만 연금을 납입하는 현역 노동자의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ABP는 지난 수년간 재정이 악화했고 올봄에는 정부 당국에 자구책을 제출해야만 했다.

ABP의 연금 지급액은 지난 10년간 한푼도 오르지 못했고 내년에는 1% 정도 줄여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ABP 관계자들의 말이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한 남자 교사는 30년간 연금을 냈는데도 수령액이 아버지가 받은 것보다 줄어들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 연기금도 인구의 고령화와 씨름하고 있다. 현재 1억2천700만 인구 가운데 연금 생활자의 비율은 약 4분의 1이지만 2035년에는 3분의 1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캘퍼스 [유튜브 캡처]
캘퍼스 [유튜브 캡처]

현역 노동자들이 내는 돈만으로는 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정부는 연기금이 받는 압박을 줄여주기 위한 몇 가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 수급 연령을 65세로 점진적으로 올리고 현역 노동자들의 납입액을 인상하며 퇴직자들에 지급해야 할 연금 액수는 낮춘다는 것이 골자다.

65세를 넘긴 전형적인 일본인 부부가 현재 받는 연금은 월 21만8천엔(237만원)이다. 하지만 이들이 90세 초반까지 생존한다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수령액은 12%가 줄어든 19만2천엔(208만원)이 된다.

일본의 공무원 연기금을 지탱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수익이 떨어지는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2년 전 60%였던 일본 채권의 보유 비중을 30%로 줄이면서 해외 채권과 국내 주식을 사들였고 요즘에는 사모주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한 여파로 올해 4∼6월에는 5조2천억엔(490억 달러)의 손실을 낸 바 있다. GPIF는 엔화 강세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지난 3월말로 끝난 회계연도에는 3.8%의 투자 손실을 보았다.

가입자 180만명을 위해 총 3천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의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캘퍼스가 밝힌 2016회계연도의 투자수익률은 0.6%였다.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내민 셈이다.

캘퍼스는 투자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헤지펀드에 맡기던 자금을 회수, 부동산 등에 대거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펀드 자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외부 펀드 매니저들의 숫자도 2020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캘퍼스는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향후 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을 충당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비중은 68%에 불과하다.

이는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지자체들이 향후 예산에서 보조해 주어야 할 액수가 더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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