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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도 잠깐·무서운 도박" 카지노 중독 30대男 주민센터 방화

송고시간2016-11-14 14:01

"여동생 관리 기초생활수급 통장 넘겨달라"며 잇단 행패 이어 방화까지

여동생 명의 전세집 전세금 빼내려 살던 집에도 불질러

동주민센터에 불지르는 30대
동주민센터에 불지르는 30대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난 12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센터 현관문에 30대 권모씨가 휘발유를 투척하고 불을 지르고 있다. 권씨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이 보관 중이던 기초생활수급비를 뺏어달라고 주민센터 측에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11.14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pch80@yna.co.kr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난 12일 오전 2시께 인적이 없는 광주 북구 용봉동 주민센터 현관문 앞에 흰색 후드티 모자를 눌러 쓴 남성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동 주민센터에 불지른 30대
동 주민센터에 불지른 30대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이 남성은 1ℓ 페트병에 담긴 휘발유를 주민센터 현관문에 뿌리고, 미리 준비한 신문지에 불을 붙여 던졌다.

그 순간 거센 화염이 치솟아 올라 주민센터 현관문을 비추던 CCTV는 1초가량 초점을 잃고 하얀빛으로 가려졌다.

이 남성은 CCTV에 잔상을 남길 만큼 빠른 종종걸음으로 도주해 도망갔다.

이른 아침 출근 후 불에 탄 현관문을 발견한 주민센터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의심 가는 이는 최근 동 주민센터에 찾아와 잇단 행패를 부린 권모(39)씨였다.

권씨는 여동생이 자신의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뺏어달라고 복지담당 공무원을 지난 달부터 괴롭혀 왔다.

혹시나 기초생활수급비를 가족이 가로챘을까 봐 조사해본 복지담당 공무원은 권씨가 도박중독으로 기초생활 수급비를 탕진할까 염려돼 본인 동의를 받아 가족이 통장을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통장을 되돌려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권씨를 설득해 왔다.

권씨는 동 주민센터 공무원을 협박하기 위해 지난달 31일에는 맥주병을, 1일에는 쓰레기를 주민센터 현관문에 던지고 도망가기도 했다.

사건 발생 하루 만에 동 주민센터 인근 고시원에서 권씨를 붙잡은 경찰은 권씨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을 지르려 한 사실을 밝혀냈다.

권씨가 도박에 본격적으로 빠진 것은 2012년께로 추정된다.

당시 2층 주택에 세 들어 살던 권씨는 2012년 3월 도박자금으로 쓰기 위해 여동생 명의의 전세보증금 4천500만원을 집주인에게 빼달라고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자신의 주택에 불을 질렀다.

기겁한 집주인은 전세금을 권씨에게 되돌려줬다.

권씨는 4천여만원 전세금에 보험 해약금까지 보태 국내 카지노로 향해 순식간에 5천만원을 탕진했다.

돈을 다 잃은 권씨는 잠시 잠깐 마음을 잡고 일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경기도 수원에서 대형버스 정비일을 하며 돈을 벌기도 했으나, 불과 두 달만 일하고 그마저도 그만뒀다.

이후 기초생활수급생활비를 받아 생활하는 처지에 놓여서도 또다시 도박에 빠질 것을 염려한 형, 여동생과 상의 끝에 수급비 통장을 여동생에게 맡기로 했다.

고시원 월세 28만원, 1주일 용돈 5만원을 꼬박꼬박 가족들에게 받았지만 잠시 잠깐 억누른 도박욕은 다시 권씨의 마음을 뒤엎어놨다.

권씨는 동생이 보관 중이던 통장 안에 모아둔 680만원으로 또다시 한탕 해볼 생각으로 통장에 빼앗으려고 눈독 들였다.

여동생에게 요구해도 여의치 않자 주민센터 측에 뺏어달라고 생떼를 쓰다 가망이 없자 협박도 하고 분풀이도 할 겸 휘발유를 주유소에서 구입해 불을 질렀다.

권씨는 도박에 눈멀어 통장만 되돌려 받는다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도 포기하겠다며 '수급자 포기 서류'에 사인까지 했다.

권씨를 붙잡은 경찰은 "권씨가 추가범행을 위해 휘발유를 자택에 보관하는 등 도박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해 방화 행각을 또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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