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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리포트> 스냅챗의 기발한 '상술'

송고시간2016-11-14 08:30

카메라 전용 선글라스 '스펙터클' 자판기 한 대로만 판매

수백 명이 두세 시간씩 줄 서 장사진…온라인에선 서너 배 웃돈 거래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당신이 스냅챗 '스펙터클'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냅봇(Snap bot)을 통해서다."

지난 9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업체인 스냅챗이 카메라 전용 선글라스를 공개할 당시만 해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다.

스냅챗 스펙터클[스냅챗 제공]
스냅챗 스펙터클[스냅챗 제공]

웨어러블 기기가 대성공을 거둔 전례는 거의 없었다. 애플이나 삼성의 '스마트 워치'가 판매되고는 있지만, 선풍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판매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스마트 안경을 처음 선보인 곳은 구글이었다. 구글 글라스는 대참패였다. 1천500달러(170만 원)짜리 웨어러블치고는 기능이 형편없다는 평판과 컴퓨터 안경을 둘러싼 사생활 문제 등에 휩싸이면서다. 구글은 현재 이 부문의 사업을 일단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SNS 업체인 스냅챗이 처음 내놓은 하드웨어가 스마트 안경이었다. "천하의 구글도 실패했는데…"라는 비아냥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냅챗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이들은 공개 후 근 두 달만인 지난 10일 스펙터클을 시판하면서 오로지 스냅봇이라는 자판기에서만 판매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자판기가 설치된 장소는 전 세계에서 단 한 군데. 스냅챗 본사와 가까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유명 휴양지 하프문베이의 베니스 비치였다.

해수욕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비치용품 판매점 옆에 노란색 풍선 7∼8개를 띄워놓고 썰렁하게 서 있는 노란색 자판기 앞에 수백 명이 장사진을 쳤다.

모니터에서 나오는 설명을 듣고 색상을 선택한 후 카드로 결제하기까지 보통 20초가량이 걸리니, 두세 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늦게 나오는 자장면"이라는 말이 있다. 한두 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또다시 두세 시간을 기다렸다가 산 제품에 대해 사람들은 꽤 만족해했다.

소셜 사이트와 IT 전문매체 여기저기서 스펙터클 첫 착용 감상기와 스펙터클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구글 글라스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130달러에 불과한데 카메라 성능은 기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입소문이 돌면서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는 700∼900달러에 가격이 형성됐다.

상품은 출시됐는데 구매할 방법이 없으니 그 희소성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이다.

스냅챗은 미국 전역에 자판기를 설치할 것이라고 했지만, 언제쯤 광범위한 지역에 스냅봇이 설치돼 일반인들이 손쉽게 이 선글라스를 구매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구글 글라스의 실패를 놓고 사람들은 '과대한 초기 홍보로 인한 과도한 기대감이 낳은 참사'라고 분석한다.

구글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실제 구글 글라스의 기능은 촬영 기기 이상은 아니었다. 구글 글라스의 책임자인 애스트로 텔러도 지난 2015년 한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조장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다"며 "프로토타입(원형)인 익스플로러형 기기를 소비자들은 완전한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대해 우리도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스냅챗이 이 선글라스를 공개하면서 한 말은 오직 "나만의 시각을 통해 나만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것이었다. 스펙터클은 사람이 보는 시야각과 유사한 115도 렌즈를 탑재한 선글라스다. 선글라스 왼쪽 상단의 버튼을 눌러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자신이 봤던 시각대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통신과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일반 선글라스에 덤으로 카메라가 탑재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팬시'한 일반 선글라스를 사는 가격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는 선글라스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냅챗은 두 번째 스냅봇이 설치될 장소를 베니스 비치에서 두 시간가량 남쪽에 있는 빅 서 스테이트 파크로 정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빅 서 파크의 스냅봇[트위터 사진 캡처]
빅 서 파크의 스냅봇[트위터 사진 캡처]

스냅챗은 다음 스냅봇 설치 장소를 24시간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제 스냅봇이 어디에 설치될 것인지까지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단순한 기능에 싼 가격, 그리고 가전제품을 세상에서 단 한 군데밖에 없는 자판기에서 판매하겠다는 생각 까지…

구글 글라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현대인들의 심리까지 꿰뚫어 보는 스냅챗의 상술이 참으로 기발하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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