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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입' 이영복, 이번엔 입 열까?…독박 쓸까?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최소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가로채거나 빼돌린 혐의로 12일 구속되자 그가 입을 열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건설업계에서 '통이 크고 입이 무거운 로비의 귀재'로 통한다.

특히 부산에서 힘 좀 쓴다는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법조계와 금융권 인사치고 이 회장과 식사나 술자리 한 번 갖지 않은 사람이 없고, 골프 한 번 안친 사람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건설업계의 이 회장 측근 인사에 따르면, 부산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유력 공공기관 기관장에게 다른 업자들보다 '0'이하나 더 붙은 전별금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전방위 로비를 하지만, 이 회장은 '나에게 도움 준 사람은 절대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는 철칙으로 자신이 처벌을 당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절대 입을 열지 않고 혼자 안고 가는 스타일로도 알려져 있다.

2001년 구속된 이영복 회장
2001년 구속된 이영복 회장

그의 이런 면모는 20여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대·만덕 택지 의혹 사건에서 잘 드러난다.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은 이 회장이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조금씩 사들인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임야(자연녹지) 42만2천여㎡가 뚜렷한 이유 없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용지(대지)로 용도 변경된 것이다.

이 회장은 해당 터를 헐값에 사들인 뒤 96년 2월 당시 주택사업공제조합과 아파트 6천500가구를 짓는 내용의 동업계약을 맺으며 전체 땅의 50%를 되팔아 최소 1천억원의 시세차액을 챙겼다.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자연녹지가 일사천리로 일반주거용지로 용도가 바뀐 것으로 두고 이 회장의 로비로 정관계 인사들이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이 회장의 금품 로비설과 함께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압력설이 난무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은 잠적했다가 2년 만에 자수했고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입을 굳게 닫았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나오자 "이 회장의 재기를 도와줘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정치권과 관가에서 나왔다고 한다.

다대·만덕 사건 때 선 연대보증 채무 600억원을 갚지 않아 이자가 불어나 1천800억원의 채무를 져 신용거래가 불가능한 이 회장이 엘시티 사업으로 재기를 노리는데 '의리(?)를 지키는 자물쇠 입'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거액 횡령 혐의 엘시티 이영복 구속
거액 횡령 혐의 엘시티 이영복 구속(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는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12일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16.11.12
ccho@yna.co.kr

15년이 지난 이번엔 어떨까.

이번에는 이 회장이 입을 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현 정권이 흔들리면서 자신을 구해 줄 정권 실세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졌고 석 달간의 도피로 검찰을 잔뜩 자극했기 때문에 검찰 수사 압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 회장은 올해 7월 21일 검찰이 엘시티 시행사를 압수수색 하자 정권 실세 정치인에게 구명로비를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회장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상당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점도 이 회장에겐 큰 압박일 수밖에 없다.

검찰은 5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엘시티 시행사 자금담당 임원이자 최측근인 박모(53)씨를 올해 8월 구속했다.

또 올해 3월부터 엘시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각종 용역회사의 계좌추적과 관련자 소환조사로 이 회장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진술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회장에게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을 제한할 개연성이 높고, 이 회장으로서도 거부하기 어려운 처지가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이 회장이 스스로 재기할 나이가 지났고, 엘시티 시행사에 있는 아들에게 사업권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입을 열 것으로 본다"며 "그래도 아들이 사업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유력인사들은 철저히 보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산검찰청
부산검찰청

그러나 이번에도 입을 굳게 닫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이 회장의 한 측근은 "이 회장은 다른 사람을 어렵게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라며 "정관계 로비 같은 민감한 일은 최측근에게도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혼자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만 입을 다물면 협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번에도 혼자 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은 "이 회장이 정권 실세, 전현직 국회의원, 고위 관료, 법조계 인사 명단이 든 '로비 장부' 실체를 언급한다면 검찰도 당혹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입은 다문 채 검찰과 '빅딜'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osh998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3 15:3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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