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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공무원 공짜 골프도 가능…청탁금지법 면죄부 논란

권익위 "직무 관련 없는 공직자 100만원 이하 그린피 할인 무방" 유권해석
"접대 면죄부 주는 꼴" 우려…직무 관련성·사교·의례 범위 법원 판단 주목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직무와 관련 없는 공직자 등에 대해서는 100만 원 이하의 골프장 요금 할인을 해줘도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 그래픽[연합뉴스 DB]
청탁금지법 그래픽[연합뉴스 DB]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날 지방에서 골프를 친 여당 국회의원들의 처신을 두고 큰 논란이 일던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참고자료 내용이다.

권익위의 청탁금지법 질의 응답 사례집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공무원과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사이라면 1회 100만원 이하,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의 골프 접대는 허용될 수 있다. 다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대상임을 유의해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 기준 수도권 골프장 그린피가 20만~3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공직자들이 공짜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을 허용해준 셈이다.

청탁금지법이 정경 유착을 근절하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근절시킬 획기적 초석이 될 것으로 믿었던 시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바꿔 말하면 공무원들은 100만원어치 공짜 골프를 1년에 3번은 칠 수 있다는 말 아니냐"고 황당해 한다.

초등학교 교사가 제자의 할머니가 손수 길러 가져온 늙은 호박을 돌려보내고, 보건소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해주는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촌로가 건넨 음료조차 돌려보내는 마당에 부정부패 없는 투명 사회를 만들자며 도입한 청탁금지법이 공무원의 공짜 골프를 허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얘기다.

제자가 스승에게 정성을 담아 건네는 커피 한 잔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함에 비에 비해 공직자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8조 1항은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뒤집어 말하면 직무와 관련 없다면 법에 규정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은 받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금품 등에는 골프 비용(그린피) 할인이나 골프 접대도 포함된다.

권익위가 촛불집회 날 의원 라운딩과 관련한 참고자료나 사례집에서 밝힌 내용은 이 조항을 원론적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다.

금품 수수 규모가 1회 100만원, 한해 300만원을 초과하면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을 불문하고 제공자, 수수자 모두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물론 직무 관련성이 개입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청탁금지법 8조 2항에는 공직자 등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직무 관련자로부터는 개별 사안의 대가성 여부를 떠나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직무 관련성에 따라 일정 규모의 금품수수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국회의원이 골프 접대나 특혜성 할인을 받을 경우 소속 상임위원회가 어디냐에 따라 직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게 권익위 설명이다.

소액이라도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수수 금품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골프장[연합뉴스 DB]
골프장[연합뉴스 DB]

권익위는 사례집에서 중앙부처 간부 공무원이 건설업체 법인 회원권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라운딩을 한 사례를 소개했다.

건설 관련 부처 A국장은 부실 건설사로 의심돼 조사 중인 B사 임원들과 무기명 법인 회원권으로 주말 골프를 치고 비용을 각자 5만원씩 냈다. 이 골프장의 비회원 주말 골프 비용은 25만원이었다.

이 경우 골프 접대 가액은 원래 그린피에서 실제 지출한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이다.

A국장은 직무와 관련해 20만원 상당의 골프 접대를 받았기 때문에 40만∼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접대한 B사 임원들도 각각 같은 금액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직무 관련 여부를 떠나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은 허용된다.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 상한선이다. 이른바 '3·5·10' 규정이다.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법정 한도 내 외부 강연료 등도 허용된다.

지난 9월 28일 시행에 들어간 청탁금지법이 위반 여부, 법 조항 해석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확정 판결이 나와 판례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적지 않은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품수수 가능 여부를 가르는 직무 관련성은 중요한 처벌 기준이지만 자칫하면 비도덕적 행위에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은 분야에 상관없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신분이지만, 직무 관련성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소관 상임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골프 접대와 할인, 금품수수를 자유롭게 누리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골프장 단속 관련 부서에 있다가 떠난 공무원에게 전관예우 차원이나 후임자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서, 나중에 해당 부서로 올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에 사전에 '보험' 차원에서 골프장 측이 공짜 골프 로비를 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입법을 주도한 권익위나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 법원의 법 해석은 입장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해석에 따라 범위가 크게 달라지는 직무 관련성,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 사회상규 등 개념에 대한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 조문만 놓고 보면 청탁금지법은 빠져나갈 구멍도 많고 악용될 소지도 있다"며 "현재 권익위의 유권해석 방향도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로서는 법원 판단을 기다려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4 07: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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