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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에 약한 포스코·KT…"경영 감시할 독립 외부인사 필요"(종합)

민영화돼도 여전히 정부 눈치…'최순실 게이트' 또 연루
"손해는 결국 주주가 떠안아…이사회에 책임 물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고은지 기자 = 포스코[005490]와 KT[030200]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두 기업은 한때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1968년 4월 국영기업인 포항종합제철㈜로 출발한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됐다. 1981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세워진 한국전기통신공사를 모태로 하는 KT는 정부 지분을 매각하고 2002년 8월 민영기업으로 전환됐다. 두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완전히 분리됐다.

그러나 이번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났듯 포스코와 KT는 정권마다 번번이 정경유착 스캔들에 휘말리며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의 입김이든 외압이든 이로 인해 발생한 경영적 손해는 결국 주주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민영화된 기업들은 내부자들이 경영부터 이사회까지 장악하는 폐쇄적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매번 반복되는 문제를 끊으려면 외부 주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 경영을 감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은택 곧 피의자 심문...포스코 권오준 회장 검찰 소환(CG)
차은택 곧 피의자 심문...포스코 권오준 회장 검찰 소환(CG)[연합뉴스TV 제공]

◇ '최순실 사태' 첫 검찰 소환 굴욕 '포스코'…정권마다 구설 연루

13일 재계와 검찰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기업 총수 중 가장 먼저 검찰에 소환되는 수모를 겪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1일 최순실 씨의 측근이자 현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 측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지분 강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고 이튿날 오전 귀가했다.

권 회장은 차씨 측의 '지분 강탈' 행태가 드러난 포레카 매각을 최종 승인한 인물로, 매각 결정 이면에 차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려는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권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고, 비리 혐의가 드러나면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전체 지분의 10.62%(9월 말 기준)를 갖고 있다. 소액 주주의 보유주식 비율은 63.65%(6월 말 기준)다.

포스코는 2004년 이사 선임에 있어서 소액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집중 투표제를 도입했다.

또 소유와 경영권을 분리하고자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구성해 최고경영자(CEO) 선임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무색하게 포스코는 매 정권 외풍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고(故) 박태준 초대회장(1968년 4월∼1992년 10월)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의 불화로 사임한 것을 비롯해 1992∼1994년 사이 황경로(1992년 10월∼1993년 3월)·정명식(1993년 3월∼1994년 3월)·김만제(1994년 3월∼1998년 3월) 등 무려 4명의 회장이 잇달아 바뀌었다.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그의 후임인 유상부(1998년 3월∼2003년 3월)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은 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돌연 자진해서 사퇴했고,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끝에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포항 신제강공사 증축 민원 해결을 부탁한 뒤 그 대가로 이 전 의원이 지정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소환' 권오준 회장
검찰 소환' 권오준 회장[연합뉴스 사진]

◇ 차은택 측근 임원 앉힌 KT…회장 연임 앞두고 외풍에 취약

KT 역시 차씨의 인사 개입 정황이 확인되며 외풍에 취약한 고질병을 드러냈다.

차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측근인 이동수 씨를 KT 임원으로 취직시키고 자신이 실소유한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9월 공개된 KT 영상 광고 24편 중 차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광고는 11편에 이른다.

'비선 실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차씨가 안 전 수석을 동원해 자신의 측근을 KT 임원으로 앉힌 뒤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출발한 KT는 2002년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민영화했다.

현재 KT의 최대 주주는 지분 10.4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소액 주주 비율은 65%에 달한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주인'이 없다 보니 새로운 CEO가 임명될 때마다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석채 전임 회장 시절에도 내부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비일비재했다.

삼성전자[005930] 출신 황창규 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차씨의 개입 의혹이 드러나면서 빈말이 되고 말았다.

황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기대하는 상황이어서 인사 청탁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속되는 차은택
구속되는 차은택[연합뉴스 사진]

◇ 전문가 "폐쇄적 구조 문제…경영 감시 기능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KT가 정권마다 '낙하산' 혹은 '정경유착' 논란에 휘말리는 이유를 폐쇄적 구조에서 찾는다.

제도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구조지만, 이사회와 경영진이 모두 이른바 '내부자'들로 구성된 탓에 서로 감시·견제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액 주주의 권리를 대변하는 집중 투표제가 있지만, 임기 기간을 달리하는 시차 임기구조여서 지배주주나 상위지분 주주들이 뜻을 모으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은 매우 작아진다.

더욱이 포스코와 KT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포스코와 KT의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저명인사로 구성돼 있음에도 제 역할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이유는 신망받는 저명인사조차도 내부자에 의해 선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내부자가 통제하는) 기업 지배 구조 개선하려면 외부 주주 특히 기관투자자가 자신의 목소리 전달할 독립된 사외이사 선임해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용토록 해야 한다"며 "내부에 대한 견제·균형의 원리가 있어야 외압을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가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소액주주들이 이사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예컨대 이번에 포스코와 KT는 미르·K재단에 출연하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쳤는데 이는 잠재적 위험요소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형식적 요건에만 맞춰 결정을 내려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것이므로 외부 주주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검찰 조사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이들 기업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김연학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영향력을 견제할 기능이 내부에 없다는 게 문제"라며 "중립적인 인사들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고, 경영 감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3 12:1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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