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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부산 뒤흔드는 엘시티 비리…수사 쟁점과 전망

송고시간2016-11-14 07:00

비자금 규모 특정 후 정관계 유력인사 로비 의혹 규명해야

(부산=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부산이 해운대해수욕장 코앞에 지어지는 101층 규모인 엘시티(LCT)로 시끌벅적하다.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6) 회장은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달아났다가 석 달여 만인 이달 10일 서울에서 검거됐다.

엘시티 비리의 핵심인물인 이 회장이 검찰에 검거됨에 따라 엘시티 인허가 비리와 특혜 의혹, 이 회장의 금품 로비와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부당한 압력 행사 의혹 등이 검찰 수사로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엘시티는 비리·특혜 백화점?…금품 로비·압력설

엘시티가 비리 백화점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인허가부터 사업 추진 과정에 숱한 특혜 의혹과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포스코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9년 완공할 예정인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맞닿은 옛 한국콘도, 옛 국방부 땅 등을 포함한 미포지구 6만5천㎡에 건설되고 있다.

101층짜리 1개 동, 5층짜리 주터타워 2개 동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여기에 58∼78평형 등 공동주택(아파트) 882가구를 비롯해 561실 규모의 레지던트 호텔, 296실짜리 6성급 관광호텔, 쇼핑타운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비만 2조7천억 규모다.

엘시티 특혜 의혹의 핵심은 잦은 도시계획변경과 주거시설 허용 등 사업계획 변경, 환경영향평가 면제와 교통영향평가 부실 등이다.

먼저 당초 5만10㎡였던 엘시티 터가 6만5천934㎡로 31.8%나 늘었고, 해안 쪽 땅 52%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중심지 미관지구였지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일반미관지구가 됐다.

모습드러낸 최고급 복합시설 엘시티
모습드러낸 최고급 복합시설 엘시티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건물 높이를 60m로 묶어둔 해안경관개선지침도 엘시티 앞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영향평가도 단 한 번 개최해 심의를 통과했다.

오피스텔과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은 불허한다는 방침도 "사업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엘시티 측의 요구에 무너져버렸다.

이것도 모자라 부산시는 온천사거리∼미포 6거리 도로(614m) 폭을 15m에서 20m로 넓히는 공사를, 해운대구는 달맞이길 62번길(125m) 도로 폭을 12m에서 20m로 넓혀주는 공사까지 해주기로 했다.

비슷한 전례가 없는 데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면서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이 특혜를 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에 휩싸였다.

부산도시공사도 엘시티 터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시행사 측에 매각했고, 이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는 청안건설을 주관사로 하는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점에서 로비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건설업체가 손을 뗄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엘시티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갑자기 '책임 준공'까지 내세우며 시공사로 등장한 것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온다.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던 엘시티 측에 지난해 1조7천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다.

◇ 이영복, 이번엔 입 열까…비자금 규모·정관계 로비 규명이 핵심

올해 7월 21일 엘시티 시행사와 분양대행사, 이 회장이 실소유주인 건설사 등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검찰은 최소 5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 회장에게 소환 통보를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올해 8월 8일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종적을 감춰버렸다.

수사 핵심인물인 이 회장이 잠적하면서 수사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부산 검찰 깃발
부산 검찰 깃발

검찰은 지난달 24일 사건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관하고 수사팀을 대폭 확대했다.

또 지난달 말 경찰에 이 회장 검거 협조요청을 하고 공개 수배하는 등 본격적인 압박작전에 들어갔다.

엘시티 분양사무실 등을 다시 압수수색한 데 이어 부산시청, 부산도시공사, 해운대구청, 해운대구의회 등 엘시티 인허가 관련 공공기관 4곳을 동시에 덮쳤다.

검찰은 이어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와 이 회장 도피를 도운 유흥업소 직원 등을 잇달아 구속하는 등 이 회장의 손발을 묶기도 했다.

동시에 검찰은 변호인과 가족, 지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 회장이 자수하도록 설득하는 양동작전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결국 10일 밤 9시 10분께 서울 모 호텔 근처에서 경찰에 붙잡혀 부산지검으로 압송돼 11일 오후부터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크게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최소 500억원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엘시티 시행사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다음으로 엘시티 인허가와 자금조달, 시공사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 회장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비자금으로 정권 실세나 유력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는지도 밝혀내야 한다.

부산에서는 엘시티를 둘러싼 이런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로 부산의 전·현직 국회의원,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의 전·현직 고위관료, 엘시티 PF를 주도한 당시 금융권 인사 등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이 잠적 석 달 여 만에 검거됨에 따라 로비 대상으로 거명됐던 인사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검찰의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로비의 귀재이면서도 입이 무겁기로 유명해 '이 회장의 입을 열게하는 게 검찰 수사의 핵심'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 의혹 사건 때도 사용처가 불분명한 68억원으로 토지용도변경과 아파트 인허가를 쥔 공무원과 이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관계 고위인사에게 로비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당시에도 이 회장은 달아났다가 2년여 만에 자수했는데, 곧바로 '이씨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은 인사들이 떨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씨는 자신이 처벌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금품 로비 수사 핵심은 금품을 준 사람에게서 "누구누구에게 어떤 부정한 청탁을 하면서 얼마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것인데, 이 회장이 입을 다물어 버리면 검찰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압송되는 이영복
압송되는 이영복

검찰은 엘시티를 둘러싼 금품 로비와 특혜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 회장을 직접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금품로비에 관해 입을 열면 검찰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지만, 입이 무겁기로 유명한 이 회장이 입을 다물어 버리면 검찰 수사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 회장 입만 보고 있을 수 없는 검찰은 이달 3일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 부산도시공사 등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엘시티 인허가 과정이 담긴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공공기관들은 "엘시티가 수익성이 낮은 관광개발사업이었기 때문에 공익성과 수익성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시계획이나 사업계획을 변경했다"며 엘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비리나 특혜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회장이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씨와 한달 곗돈 수천만원짜리 친목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씨가 엘시티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 검사는 "최순실씨와 지역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엘시티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범죄 혐의가 될만한 단서가 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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