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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월가 개혁 시계 되돌리나…오바마 흔적 지우기

송고시간2016-11-11 15:43

금융위기 막는 '도드-프랭크법' 폐기 방침…규제완화 수위 주목

그린스펀 "폐기 고대한다"…금융규제 완화에 주요국 은행주 랠리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이 가장 먼저 '도드-프랭크 법' 폐기를 들고나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2의 위기를 막자며도입된 조치가 원점으로 되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도드-프랭크 법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수습하고 도입한 재발방지책의 총체이기 때문에 이를 폐기하는 것은 오바마 흔적 지우기의 첫 시도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 美의회 첫 방문[AP=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당선인, 美의회 첫 방문[AP=연합뉴스 자료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정권인수팀이 일성으로 2010년 도드-프랭크법 폐기를 약속하면서 새 정부가 미국 금융감독체계의 완전한 개편을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상·하원 전체를 장악한 공화당은 이 법안에서 바꾸고 싶은 항목의 리스트를 작성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이 일성으로 도드-프랭크 법을 들고나온 것은 오바마 정부의 금융위기 재발방지책의 상징인 이 법을 비난하면서 이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활성화하는 새 정책으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던 선거 캠페인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정권인수팀이 재무장관 후보로 대표적인 도드-프랭크 법 반대론자인 젭 헨살링 하원의원(텍사스)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 법안 폐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헨살링 의원은 이 법을 대거 완화한 대안법안을 만들었다. 이 법안에는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으면 스트레스 테스트 등과 같은 각종 규제에서 제외될 수 있게 돼 있다.

트럼프, 오바마와 '정권인수' 협의[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오바마와 '정권인수' 협의[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드-프랭크 법은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금융시스템 개혁방안을 법제화한 것으로 2010년 제정·발효됐다.

'월가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이라는 이름의 이 법안은 크리스토퍼 도드 미국 상원 금융주택위원장과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이 입안했고, 두 사람의 이름을 따 도드-프랭크 법으로 불리게 됐다.

이 법은 금융기관별로 감독기관이 제각각이었던 미국 금융감독시스템을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산하로 일원화하고,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와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IFI에 '볼커룰'을 적용한 게 특히 주목받았다. 볼커룰에 따르면 은행과 은행계열사는 대고객업무와 무관한 트레이딩 계정거래를 할 수 없으며 기본자기자본(Tier1)의 3% 이상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SIFI에 대한 감독을 담당하면서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와 맞춤형 감독, 청산계획 평가, 필요시 회사 분할·업무정지 등의 권한을 갖게 됐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신설했다. 또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시 변제능력을 확인할 의무가 금융회사에 있다고 규정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이 집행된 경우 집값보다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크더라도 담보주택만 반환하면 채무가 해소되게 했다.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각지대에 있었던 장외파생상품과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도 신설됐다.

금융회사의 단기실적 위주 보수체계 개선을 위해 모든 금융회사가 경영진의 보상체계, 보상수준, 일반직원과 보수격차 등을 공시하도록 했으며, 주주들은 이에 대한 비구속적 투표권을 갖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바마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를 집대성해 법안 자체가 2천 쪽이 넘으며, 은행지주회사법과 증권거래법, 연방준비 제도법 등 각종 금융 관련 법안을 대폭 수정하는 방식으로 발효했다.

금융권에서는 폐지 움직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이날 CNBC방송에서 "도드-프랭크법 폐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은행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설계된 규제들은 형편없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 법으로 신설된 CFPB에 대한 역할 재검토 등에 환영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법에 투자한 것도 많고 법안 실행 결과 구제금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기 때문에 완전한 폐지를 원하지는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스 주최 회의에 참석해 "도드-프랭크 법에서 사라져야 할 게 있는지 검토하는 것은 적절할 수 있지만, 완전한 폐기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폐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게 바뀔지는 상하원에 달렸다.

이런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미국과 유럽, 일본 은행주는 치솟았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JP모건과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는 5∼7% 상승 마감했다. 전날 노무라가 11% 치솟는 등 일본은행 주가도 치솟았다.

유럽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와 UBS는 8∼9%, 바클레이즈와 도이체방크는 각각 5% 뛰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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