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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팅'사진전 연 올라프 "기다림의 다양한 감정 느끼길"

송고시간2016-11-11 14:59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 사진작가, 공근혜갤러리서 전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요즘 사람들은 다들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니 기다림의 감정을 잘 못 느끼지요. 이 작업은 기다림의 다양한 감정을 느껴봤으면 하는 의도로 제작한 것입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57)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팔판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새로운 작품 시리즈인 '웨이팅'(Waiting)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라프는 사실주의 회화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느낌의 사진으로 명성을 쌓은 작가다.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주제에 세밀하게 계산된 구도, 명암 효과를 극대화해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뒤섞인 그의 사진은 마치 바로크 시대 회화나 예술영화의 한 장면 같다.

4년 만에 다시 여는 한국에서의 개인전을 위해 그는 2012년 선보인 '키홀'(Keyhole) 이후의 작업인 '베를린'(Berlin)과 '웨이팅' 시리즈를 들고 왔다.

'Waiting Shenzhen 2', 2014 ⓒErwin Olaf [공근혜갤러리 제공]
'Waiting Shenzhen 2', 2014 ⓒErwin Olaf [공근혜갤러리 제공]

가장 최근에 작업한 '웨이팅'은 누구인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한 여성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시리즈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한 세 가지 버전이 있는데 국내 소개하는 작품은 중국 모델을 촬영한 동양인 버전이다.

작가는 작품의 주제를 극대화해 보여주고자 영상 작업도 병행했다. 사진 속 주인공이 한 식당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50분 동안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이라고는 식당 직원과 여주인공밖에 없고, 움직임도 제한된 정적인 영상이지만 기대와 희망, 불안, 슬픔, 분노 등이 얼굴에 교차하는 표정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폐기종을 앓는 작가는 병원에서 검진 결과를 기다리면서 이 작업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에서 결과를 기다리면서 더 건강이 나빠지지는 않았나 걱정할 때, 아무 연락도 없이 남자친구가 나타나지 않을 때 같은 순간의 아주 사적이면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요즘 관객들은 이런 비디오 영상 부스에 들어가 차분히 보기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Berlin, Portr-01', 2012, 90x120㎝, chromomeric print ⓒErwin Olaf
'Berlin, Portr-01', 2012, 90x120㎝, chromomeric print ⓒErwin Olaf

[공근혜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에 나오는 또 다른 작업은 '베를린'이다. 작가가 "유럽의 수도"라고 표현한 한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작업이다. 스튜디오 작업을 고집하던 작가가 처음으로 실외에서 촬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공근혜 대표는 설명했다.

올라프는 "작업을 한 2012~2013년 당시 베를린은 유럽의 수도와 같았다"면서 "평소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이 일어난 시기가 미술사적인 측면에서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베를린을 촬영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유로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은 베를린 안에서도 히틀러와 그 주변 인물과 연관되고 사연이 있는 장소들이다.

가령 사진 속 배경 중 하나로 등장하는 수영장은 히틀러의 심복 중 하나가 매일 아침 수영을 한 장소다.

항상 상황을 설정한 뒤 정교하게 세팅해 연출된 장면을 촬영하는 올라프는 베를린 풍경에 마치 히틀러처럼 가정 안에서 군림하는 아이들을 담았다.

작가는 "스페인 여행 중 공항에서 본 아이들은 부모의 통제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모 위에 군림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아이들이 만약 어른을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해봤다"고 작업 의도를 설명했다.

마치 히틀러 같은 옷차림에 가죽장갑을 낀 어린아이가 의자에 앉아 권위를 뽐내는 초상 사진이 대표적이다.

검은색 가죽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한 손에 풍선을 든 채 도도하면서도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사진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Berlin, Olympia Stadion Westend, Selbstportr' 25th of April, 2012
'Berlin, Olympia Stadion Westend, Selbstportr' 25th of April, 2012

ⓒErwin Olaf [공근혜갤러리 제공]

'베를린' 시리즈 중 가장 눈여겨 볼 작품은 작가 본인이 등장하는 사진이다.

사진은 베를린의 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기다란 계단을 올라가는 작가 본인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남들에게는 단순히 계단을 올라가는 한 남성의 모습이겠지만 폐기종을 앓는 작가에게 계단 오르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힘에 부쳐 포기하려던 순간 스태프들의 응원 덕에 힘을 내 몇 계단을 더 밟아 올랐다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올라프는 베를린에 이어 다른 도시를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다음 작업은 상하이로 정했다"면서 "폭발적인 속도로 발전하는 도시에서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디트로이트도 작업 장소로 검토했다는 작가는 "트럼프가 당선돼서 당분간 갈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전시는 12월 11일까지.

공근혜 갤러리서 개인전 여는 어윈 올라프
공근혜 갤러리서 개인전 여는 어윈 올라프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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