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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ㆍ바다ㆍ초미니 교회서'…제주의 특별한 결혼식

송고시간2016-11-13 07:20

남ㆍ여 서로 좋다면 장소 구애받지 않고 작고 검소한 나만의 셀프웨딩

'똑같은 사진 찍던 신혼여행지' 제주 옛말…웨딩사진 촬영 명소 거듭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5일 오전 11시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결혼식이 열렸다.

제주에서의 특별한 결혼식
제주에서의 특별한 결혼식

(제주=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서 온 신부 예준씨와 신랑 미아오 훈씨가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 대평리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2016.11.13 ['돌담에 꽃 머무는 집' 제공=연합뉴스]

주인공은 중국 상하이에서 온 30대 중반의 골드미스 예준씨와 노총각 미아오 훈씨였다.

평소 작고 아담한 해안마을에서 가까운 친지만 참석하는 작은 결혼식을 꿈꾸던 중국인 신부는 우연히 친구가 묵었던 제주의 한 숙소 사진을 보고 자신의 결혼식을 제주에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신랑과 신부는 세심한 준비 끝에 양가 친척 20여명만을 초대, 결혼식과 피로연은 물론 신혼여행까지 제주에서 즐기는 매우 특별한 결혼식을 계획했다.

이웃 나라에서 결혼하기 위해 특별히 대평리까지 찾아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마을 주민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장님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이들 부부를 위해 마을 밴드의 축하 연주와 무료 요트투어 등 선물을 준비했다.

중국에서 온 신랑·신부는 지난 주말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친지와 대평리 마을 주민의 축하를 받으며 백년해로할 것을 약속했다.

신부 예준씨는 "마을이 정말 예쁘고 평화로운 데다가 마을 주민들이 우리 부부를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환영해 줘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제주에서 이처럼 특별한 나만의 작은 결혼식(일명 스몰 웨딩) 또는 이색 결혼식을 올리는 내외국인이 늘고 있다.

손바닥만 한 초미니 교회 또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연산호가 있는 제주 바닷속, 봄꽃이 만발한 한라산 정상 등 예비부부 서로가 좋다면 장소에 구애됨 없이 제주 곳곳에서 미래를 위한 첫 출발을 함께하는 것이다.

8㎡ 크기 교회서 열린 결혼식
8㎡ 크기 교회서 열린 결혼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올레 13코스에 있는 8㎡ 규모의 '순례자의 교회'는 성인 대여섯 명만 들어서도 가득 차는 좁은 공간이지만 결혼식 장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대구에서 함께 직장생활을 하며 사랑을 키웠다는 신랑 강모(39)씨와 신부 최모(31)씨 첫 커플의 결혼식이 열린 뒤 올해 6월까지 50여 쌍의 부부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교회가 정갈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데다 장소 이용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신자·비신자 상관없이 차분하게 예식을 치르고 낭비도 줄일 수 있다.

교회를 세운 김태헌 목사는 신랑·신부가 원한다면 언제든 선뜻 나서 결혼생활의 지혜를 들려주고, 결혼식 후에도 부부의 행복을 위해 기도도 한다.

2012년 5월에는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의 신혼부부 34쌍이 서귀포시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합동결혼식을, 이보다 3년 전인 1999년 9월에는 중국 신혼부부와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동거하는 부부 등 274쌍의 대규모 합동결혼식이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인 커플들은 한류 드라마에서 낭만적으로 그려진 제주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제주에서의 결혼식을 희망해 왔고 비로소 꿈을 실현하게 된 것이었다.

중국인 34쌍, 성산일출봉서 백년가약
중국인 34쌍, 성산일출봉서 백년가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위해서라면 바다와 산도 가리지 않았다.

한·일 월드컵이 열린 해인 2002년 10월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앞바다 수심 15∼20m에 해송과 연산호 등이 꽃동산처럼 울긋불긋 형성된 바닷속에서 경기도에서 온 노총각 김모(40)씨와 서울에서 온 노처녀 김모(38)씨가 수중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김씨 커플은 스킨스쿠버 기본 복장에다 신랑은 빨간 나비넥타이를 맺고 신부는 족두리를 머리에 썼다. 동료 스쿠버 다이버 1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해 이들의 특별한 결혼식을 축하했다.

1973년 한라산 철쭉제 행사가 열린 5월에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도 있었다.

당시 서귀포시에 사는 신랑 장모(27)씨와 신부 박모(23)씨는 전해 철쭉제 행사 때 백록담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인연이 돼 1년 만에 첫 만남의 장소에서 결혼식을 했다.

신랑은 가슴에 에델바이스 세 송이를, 신부는 가슴에 철쭉꽃 세 송이를 꽂았다.

화려한 턱시도와 드레스 대신 등산복을 입은 두 사람의 앞날에는 향기로운 꽃 내음이 가득했다.

셀프웨딩 촬영지로 떠오른 제주
셀프웨딩 촬영지로 떠오른 제주

(제주=연합뉴스) 결혼 후 신혼여행으로 많이 찾던 제주는 이제 결혼 전에 찾는 웨딩 사진 촬영지로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셀프웨딩 촬영한 사진. 2016.11.13 [셀프웨딩 촬영 작가 Megrez 제공=연합뉴스]

결혼 후 신혼여행으로 많이 찾던 제주는 이제 결혼 전에 찾는 웨딩사진 촬영지로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더이상 대중가요 노랫말처럼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다. 제주의 숨은 아름다운 공간에서 개성 넘치는 특별한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것이 대세가 됐다.

부모님 반대 또는 주변의 시선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작고 소박한 스몰 웨딩을 하기가 꺼려진다면 제주에서의 셀프웨딩 촬영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결혼 전 필수 아이템이 돼 버렸다.

유명 웨딩 스튜디오를 빌리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하듯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원하는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셀프웨딩 촬영을 하는 사진작가 고모(32)씨는 "제주는 산과 바다, 곶자왈, 들판 등 다양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어디든 사진의 배경이 될 수 있다"며 특별한 웨딩촬영을 원한다면 전국에 제주만 한 공간이 드물다고 말했다.

또 "사진작가마다 계절에 따라 주변의 시선 부담 없이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밀장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작품을 보고 선택하면 좋고, 최근에는 예쁜 펜션이 많이 생겨나면서 숙박과 촬영도 함께 가능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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