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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위기 재심전문 변호사 '5억' 시민성금이 살렸다

스토리펀딩에 1만7천여명 참여, 석 달에 5억4천만원 모아
박준영 변호사 "정의에 대한 열망…밀린 월세·빚 갚고 재심 매진에 쓸 것"
'삼례 3인조'와 박준영 변호사
'삼례 3인조'와 박준영 변호사지난 9월 7일 전주지법에서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의 재심 청구인들과 피해자 유족, 박준영 변호사(가운데)가 이 사건 재심 첫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이른바 '돈 되는' 사건을 맡는 대신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푸는 데 전념하느라 파산 직전에 처했던 한 변호사가 시민 성금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이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스토리펀딩'에 접수된 박준영(43·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 후원금은 5억4천여만 원이다.

지난 8월 11일 1억 원을 목표로 모금에 나선 지 석 달 만이다.

박 변호사가 시민들에게 도움을 청한 사연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2007년 5월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화단에서 인근을 돌며 노숙하던 김모(당시 15) 양이 모진 폭행을 당해 숨진 채 발견된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노숙자 2명이 김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듬해 최모(당시 18) 군 등 가출 청소년 5명이 진범으로 지목돼 법정에 섰다.

박 변호사는 최 군 등의 변론을 맡았지만 실패했다. 최 군 등이 강압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무죄를 확신했지만, 법원은 가출 청소년들에게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박 변호사를 재심전문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재심이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해 다시 재판을 여는 비상구제절차이다. 법원이 재심의 필요성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 만큼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이 열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박 변호사는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을 시작으로 형사사건의 재심을 벌써 3차례나 받아냈다. 검찰이 항고해 아직 재심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무기수 김신혜 사건'까지 더하면 4차례다.

이 가운데 수원 노숙소녀 사망사건과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옥살이한 가출 청소년과 지적 장애인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준영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박준영 변호사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스토리펀딩'을 통해 후원을 받기 시작한 지난 8월 11일 수원지법 앞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변호사가 이렇듯 허위자백·회유 등 수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 특히 사회적 약자의 권리 침해에 집중하는 동안 박 변호사의 통장 잔고는 바닥이 났다.

재심 사건에 매달리느라 돈 되는 사건을 맡지 못한 데다 재심 사건들은 모두 돈을 받지 않고 진행한 탓이다.

결국, 2012년부터 4년째 쓰고 있는 수원지법 앞 사무실의 월세가 열 달째 밀리고 마이너스 통장 한도마저 차자 스토리펀딩에 자신의 사연을 담은 글을 올리고 이날 자정까지 석 달간 후원을 받기로 했다.

현재까지 1만7천300여 명이 참여해 목표액의 5배가 넘는 큰돈이 모였다. 한 사람당 평균 3만1천여 원을 후원한 셈이다. 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정의에 대한 소시민들의 열망"이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나름대로 공익을 위한 일을 해왔다고 자부하다가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 사회에 도움을 청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과연 시민들이 날 도와줄지 의심했다"며 "정의에 대한 소시민들의 열망, 긍정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후원금 액수보다 후원에 나선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에 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밀린 사무실 월세를 내고 빚을 갚은 뒤 여태껏 해온 것처럼 재심 사건을 진행하는 데 후원금을 쓸 생각이다.

그는 "후원금 사용 내용을 공개하거나 어디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는 없지만, 정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소중한 돈인 만큼 양심껏 써야 한다는 게 더 무섭다"며 미소 지었다.

zorb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1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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