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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①김성한 前외교차관 "중량급 인사들로 특사파견해야"

"트럼프, 한반도문제 백지상태일 수 있어…적극 설명하면 우려 해소 가능"
"북핵 美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놓도록 노력해야…신고립주의, 전후질서 분수령"
트럼프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될 것…다른 나라 공정 대우"
트럼프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될 것…다른 나라 공정 대우"트럼프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 될 것…다른 나라 공정 대우"

(뉴욕 AP=연합뉴스)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힐튼 미드타운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모든 미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모든 이와 다른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ymarshal@yna.co.kr

<※ 편집자 주 =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는 대이변을 낳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 보호무역을 내걸고 기존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파격적 발언과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신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통상정책 등에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이 수용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앙을 초래하는 협정이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한미관계에서도 적지 않은 도전을 예고했습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몰고 올 한반도의 변화 방향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외교·안보, 경제·통상 등 각계 전문가들에게서 들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0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대해 "우리가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면서 당선인 측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 전 차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패닉상태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앞으로 미국과의 통상 및 안보 관련 협상에서 협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의연하게 환영하고, 동맹의 지속성을 굳게 믿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발언을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대(對) 한반도 정책이나 대북정책이 백지상태일 수 있다면서 "우리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 우려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인수위를 꾸리고 나서, 내년 초 취임 하기 전에 중량급 인사들로 구성된 특사단을 파견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한반도 문제와 북핵 문제를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전 차관은 대선 과정에서 돌출발언을 해온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서도 향후 재선 등을 염두에 두면 "이제부터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무게감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당선인이 대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된 데 대해 "전후(戰後)질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면서 향후 미국의 대외정책이나 통상정책 기조가 동맹의 가치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을 전망했다.

다음은 김 전 차관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

악수하는 트럼프와 펜스
악수하는 트럼프와 펜스
(뉴욕 AP=연합뉴스)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가 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힐튼 미드타운 호텔의 대통령 수락연설 행사장에서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ymarshal@yna.co.kr

-- 이번 미 대선 결과를 어떻게 봤나.

▲우려했던 점이 현실화돼서 많은 걱정을 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

-- 미국 유권자들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 후보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미국 나름의 변화를 바란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득권 정치인들에게 더는 미국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는 생각을 유권자들이 한 것으로 보인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결단력이 있고, 미국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인들을 중심으로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트럼프)에 투표한 것으로 본다.

--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 신고립주의를 표방했다. 향후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소위 말해서 전후질서가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리버럴 인터내셔널(liberal international)', 즉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동맹국, 우방국과 가치체계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국제제도, 자유무역 이런 것을 통해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미국이 상당히 희생하는 것 같은, 다른 나라들은 거저먹는 '프리 라이더(무임승차, free rider)'를 양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미국의 중산층이나 백인 노동자들이 갖게 된 것으로 본다. 반세계화까지는 아니지만, 세계화에 대한 반발 또는 수정 필요성, 기득권 질서에 대한 충격을 통한 변화를 원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위기들을 해결해 나가는 소방수 역할을 하기보다 내부 단속과 내실을 기하고, 그다음에 여유 자산이 있으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우선순위의 변동으로 본다. 그것이 신고립주의로 나타났다. 고립주의라고 하면 보통 국제사회와의 연계 고리를 끊어버린다고 생각하는데, 그 의미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고립주의다. 미국이 희생하면서까지 위기 해결사로 나서지 않겠다, 자유무역을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유무역이나 국제협정을 완전히 팽개치는 것은 아니다. 수정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다.

-- 동맹이나 국제적 다자협력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동맹을 폐기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동맹국 중에도 무임승차자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고 싶으면 그만큼 재정적 부담을 하라는 것이다. 방점이 동맹에 찍힌 것이 아니고, 부담공유, 역할공유 이런 데 있다. 동맹이 동맹다우려면 비용을 분담하고 역할을 분담하라, 이런 데 방점이 찍힌 것이다. 동맹 자체에 대한 회의론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즈니스맨 출신이니까 미군을 본토로 다 불러들일 필요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동맹국의 분담을 통해) 싼값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그런 군사력을 보유하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여러 전문가나 국가 원로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얘기했던 트럼프 당선인의 여러 언급은 자연스러운 수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미국의 리더십 약화 가능성은.

▲ 불가피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을 원했다. 왜냐하면 아시아에서, 유라시아에서, 중동에서 미국이 손을 빼면 중국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여긴다. 중국이 남중국해, 동중국해 이런 쪽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좋은 기회가 포착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트럼프의 당선을 바랐던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비중에 걸맞은 역할이 따라 주지 않을 때 미국 자신에게 손해가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을 고려하면서 미국이 행동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사활적 이해가 걸린 문제에는 리더십을 발휘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점점 발을 빼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과 한미관계 전망은.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자료사진)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자료사진)답변하는 외교통상부 김성한 차관(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김성한 외교통상부 차관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북한 관련 긴급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3.3.11
scoop@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f6464

▲한반도에 대한 이해도가 클린턴 후보에 비해 트럼프 당선인은 크게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부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방위비 분담금 얘기도 했다. 한국이 마치 하나도 안 내는 것처럼 말이다. 북한을 '노예국가'로 얘기했다가 김정은과 만날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권 인수 과정에서 어떻게 보고를 받느냐에 따라 상당히 영향을 받을 소지가 크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당선인 머릿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에 의해 브리핑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군사적 측면에서 미 본토를 위협하기 전에는 북핵 문제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령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능력을 갖추더라도 미국은 2차 핵보복 공격 능력을 갖춘 핵 최강국이기 때문에 별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 경우 미국 동맹국들은 확장억제를 불신할 수 있고, 이는 미국의 동맹정책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북한 문제에 대해서 브리핑을 받으면 북한에 대한 압박·제재 이런 것들은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대화를 통해서 북한을 주저앉힐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모색하는 쪽으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접촉할 수 없다면 워싱턴의 유수한 공화당 관련 싱크탱크 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잘 전달해서, 그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고할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미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한미군 철수 얘기는 철수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다. 비용분담을 대폭 하지 않을 경우라는 조건이 붙은 '조건부 철수론'이다. 분담금 문제는 2019년부터 적용되는 협정을 2018년부터 협상하게 된다. 다행히 아직 시간이 있다. 그 사이에 왜 동맹이 중요하고, 한미동맹이 왜 중요한지 이런 부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거의 백지상태일 것으로 본다. 적극적으로 설명해 우리가 우려한 부분들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트럼프 당선인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참모들의 조언을 잘 듣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본인의 행동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깨달으면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나. 본인도 선거 전략 차원에서 그동안 의도적으로 변칙화법을 많이 쓴 것으로 본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무게감 있는 지도자로서의 모습 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끌고 가면 4년 후 재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중하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트럼프 당선인이 북핵에 대해 어떤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보나.

▲현재 전망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발언만 가지고 한반도 정책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핵에 반대하고, 북한의 정권 시스템에 반대했다. 핵포기 및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핵 포기와 인권 개선 등을 위해서는 제재·압박을 해나가면서도 결국 협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조를 잡을 것으로 본다. 현재는 우선순위에서 한반도 문제가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조금씩이라도 위로 올리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클린턴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보다 훨씬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미동맹 강화 및 원활한 북핵 공조를 위해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우리가 안보·경제 문제에 대해 패닉상태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미국과 앞으로 FTA(자유무역협정)이나 안보 관련 협상에서 우리의 위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지나치게 걱정하는 듯한 모습보다는 의연하게 환영하고 동맹의 지속성을 굳게 믿는다고 반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량급으로 대미 특사단을 꾸릴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우리가 변함없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효과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입력할 수 있는 그럼 인사들을 중심으로 특사단을 보내는 것이 좋다. 특사단은 인수위가 꾸려지고, 내년 초 미국 신 정부 출범 전이 좋다.

또 특사단을 무조건 보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가야 한다. 북핵, 한미동맹 등에 대한 어젠다가 있어야 한다. 현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 입장을 고수할지, 제재 구멍을 메우면서도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을지, 더 나아가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시할지 등 컨셉을 들고 가야 한다.

lkw77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0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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