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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일문일답…"경제는 경제논리대로 돌아가야"

"글로벌 네트워크서 한 발짝 늦어지면 반 바퀴 뒤처져"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연합뉴스DB ]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연합뉴스DB ]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경제부총리 인사 표류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압력 행사 문제까지….

경제·통상을 볼모로 대내외적으로 복잡한 패권 다툼이 전개되는 데 대해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생각은 단순하고 분명했다.

'경제는 경제논리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 원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부총리 인사가 미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라며 "정치적인 문제는 별개로 경제부총리 인사는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안보와 경제를 너무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으며 "그 둘을 분리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음은 현 원장과의 일문일답.

-- 미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 한국과 같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에는 타격이 크다. 트럼프는 무역 장벽을 쌓겠다, 자동차 관세율 35%를 매기겠다고 한다. 무역 다음에는 환율 얘기를 할 것이다. 미국은 우선 당장은 중국을 겨냥할 테지만 중국 옆에 있으면서 비슷한 품목을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 트럼프는 한미 FTA에도 부정적이다.

▲ 한미 FTA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서 확산하면 앞으로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룸(room)이 상당히 줄어든다. 미국이 한미 FTA 관련 문제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내걸 수도 있다. 한미 FTA 덕분에 미국의 무역적자 3분의 2가 줄었다거나 또는 미국 내 일자리가 늘었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영향이 있나.

▲ 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독립적으로 정한다.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우리 주식시장에서 약 3조원이 빠져나간다. 3조원은 우리 전체 주식시장으로 보면 큰 규모는 아니다. 이런 물리적인 것보다도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12월에 종식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다른 신흥국에 영향을 줄 것이고, 그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가 어떤 충격을 받을지 들여다봐야 한다. 그걸 저는 '스리쿠션'이라고 표현한다. 금리 인상 영향은 양면성이 있다. 트럼프의 발언과 행보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게 들쑥날쑥하면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

-- 환율 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나.

▲ 미국이 적어도 중국에 대해선 강하게 할 것이다. 예전에는 미국·중국이 경제는 경제대로, 안보는 안보대로 봤는데, 요샌 양쪽 다 그게 아니다.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든 일본이든 정치·경제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게 현재의 통치 수단이다. 미국은 덤핑이든 환율 얘기든 중국에 대해 경제적인 액션을 취할 것이다.

--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엔 어떤 영향이 있나.

▲ 미·중 갈등이 커지면 우리가 어려운 위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다. 통상 문제에서 보면 미국이 계속 덤핑 관세를 하면 중국뿐 아니라 한국 제품도 해당한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바로 미국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게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환율 얘기로 돌아가면 중국 위안화 시장과 달리 우리는 외환시장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강력하게 설명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방어도 해야 한다.

-- 미국이 내년에 금리를 몇 차례나 올릴 것으로 보나.

▲ 미국이 12월엔 금리를 올리겠지만 다른 나라 사정을 보면서 내년에 1∼2번 올릴 것으로 본다. 충격을 흡수해가면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가 급작스러우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국이나 돈이 많이 쏟아져 들어온 남미, 아시아 쪽에서 취약한 국가들이 생긴다.

-- 클린턴이 됐을 때보다 트럼프가 당선됐으니 금리 인상 예측 가능성도 더 떨어지는 것 아닌가.

▲ 그렇다. 금융시장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변동성이 확대된다. 연준이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해도 금리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보다 클린턴이 그래도 낫다.

-- 영국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내년 3월 시작한다고 밝혔다. 협상을 시작하면 브렉시트 여파가 두드러지는 것 아닌가.

▲ 브렉시트 협상은 내년 3월 시작해도 언제 결판날지 모른다. 제일 핵심은 '패스포팅 권리(EU 소속 국가들의 고객에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팔 수 있는 권리)'다. 영국은 패스포팅 권리를 지키고 싶어하는 대신 EU에 다른 나라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 반대로 EU 입장에서는 영국에 패스포팅 권리를 주는 것을 반대한다.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은 금년보다 내년이 더 클 것이다. 프랑스는 내년 5월 대선, 독일은 내년 9월 총선이다. EU 쪽 핵심인 독일, 프랑스가 선거를 앞두고 진지하게 기본입장을 정할 수 있겠나.

담소 나누는 현정택 원장
담소 나누는 현정택 원장(세종=연합뉴스) 차를 마시며 담소 나누는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2016.11.10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 연합뉴스 ]
photo@yna.co.kr

--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제재 움직임이나 최근 중국 경제 구조가 수출 중공업에서 내수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점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 사드를 경제와 연관하면 중국에도 무지막지한 피해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사드를 문제 삼으려는 것은 시진핑이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보임으로써 내부 통치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사드 문제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중국 경제의 구조 변화는 필수적이다. 한국도 중국의 서비스시장 진출뿐 아니라 국내 산업 구조를 서비스 쪽으로 옮겨가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서비스업 관련 규제도 풀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중 FTA가 만들어져 있고 한국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미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내년에 회복한다고 했다. 내년 세계 경제는 어떨 것이라고 보나.

▲ IMF는 최근 몇 년간 이때쯤 되면 내년 경제가 더 나아진다고 전망치를 내놨다가 점점 전망치를 내렸다. 객관적으로 보면 내년 경제가 나아질 수 있는 요인, 나빠질 수 있는 요인 다 있다. 나아질 수 있는 요인은 미국, 인도, 아세안 쪽이다. 비교적 경기가 괜찮은 이들 지역에서 얼마나 현재 흐름을 이어가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러시아, 브라질, 유럽, 일본 이런 쪽의 흐름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긴 어려울 것 같다. 올해보다 많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 국내 경제를 얘기해보자. 최근 한국은행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대라고 시사했는데, 현재 어느 정도로 보나.

▲ 지금은 잠재성장률이 3% 내외라고 보는 게 맞다. 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 규모와 1인당 국민 소득 수준 3만 달러 경제에서 3%가 앞으로 10년간 유지되면 상당한 수준이다.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 문제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너무 빨리 떨어진다는 점이다.

▲ 그렇다. 그건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문제다.

-- 시스템은 길게 바라봐야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대통령 5년 단임제 하에선 장기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기본적으로 경제 정책이 전문성, 연속성, 일관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는 체제가 상당히 바람직하다.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안보와 경제를 너무 묶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 둘을 분리해 경제는 경제논리대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경제부총리가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정치의 영향력이 상당히 줄어들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보궐선거 등 매년 선거가 경제정책에 영향을 줬다.

-- 개헌하지 않더라도 지금 체제에서도 충분히 대통령이나 총리가 경제부총리에게 연속성을 보장해주면 가능하다는 것인가.

▲ 그렇다. 선거를 한 번에 몰아서 한다든지, 선거는 선거고 부총리는 관계없게 한다든지 해야 한다.

--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이 때문에 경제가 위기라면서도 경제부총리 지명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총리 인사가 언제 될지 모르는데 경제부총리 인사도 그에 따라 미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정치적인 문제는 별개로 경제부총리 인사는 빨리 이뤄져야 한다.

-- 그간 정부 정책이 투명하지 않게 되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 저는 당사자이기도 해서 국민께, 대통령께 드릴 말씀이 없다.

-- 컨트롤타워 논란과 관련해서는 서별관회의가 너무 밀실회의라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런 회의가 없으면 나라가 안 굴러간다. 서별관회의에서 논의되는 문제들은 시장 원리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다. 정부가 빨리 결정해줘야 할 문제들이다. 회의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하면 회의 참석자 다 같이 책임지게 하면 된다.

-- 서별관회의 회의록을 만들어 추후에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반드시 회의록을 만들고 나중에 그것을 공개하라고 하면 회의 필요성 자체가 떨어진다.

-- 내년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 앞으로 대한민국의 장래를 좌우하는 큰 사건인데도 많이 나오지 않는 얘기가 파리기후협정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정상 경로보다 37%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를 다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게 해도 증가율을 0%로 만들기도 어렵다. 상당히 충격이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위험요인은 대외적인 보호무역주의와 한국을 둘러싼 세계적인 강경 기조다.

-- 해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 많은 국가와 통화 스와프를 하고 니치 마켓과 관계를 잘 맺어놔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에서는 한 발짝 늦으면 반 바퀴가 처진다.

porqu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10 06: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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