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인형극이 선사한 '인생 2막'…"새로운 삶 살고 있죠"

평균 나이 78세, '인생나눔 인형극단' 설렌 데뷔 공연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그동안 TV가 유일한 친구였는데, 벗도 생기고 삶이 유쾌해졌습니다."

손바닥 크기만 한 인형이 수원 권선구 세류동 어르신들의 적적했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수원 권선구 서둔벌터경로당에서 인형극 '인형의 집' 공연이 펼쳐졌다.

인형극을 선보이는 '인생나눔 인형극단' 단원 어르신들
인형극을 선보이는 '인생나눔 인형극단' 단원 어르신들

배우들의 평균 연령은 78세.

이들은 미리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에 맞춰 직접 만든 인형들을 분주히 움직였다.

20분의 짧은 극이지만, 6개월간 맹연습 끝에 펼친 설렌 데뷔 공연이다.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둘러앉은 어르신 40여 명을 첫 관객으로 맞이했다.

사단법인 경기인형극진흥회는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 '인생나눔 인형극단'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2기 단원' 9명을 모집하고서 전문 작가와 연기예술전공 교수 등 전문가를 투입, 함께 인형극을 준비했다.

어르신들은 극에 필요한 인형을 제작하는 과정부터 대본, 목소리 녹음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인형 얼굴에 눈코입을 그려 넣은 것은 물론 원단을 떼 옷을 입혔고, 팔과 머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막대기도 직접 매달았다.

대본은 허구가 아닌, 80여 년 삶의 굴곡이 그대로 녹아든 단원들의 이야기다.

이들을 인터뷰한 전문 작가가 대본 구성에 참여했다.

인형극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어린이 '버들이'와 '가늘이'가 '승국 어르신'을 모시고 노인정으로 가는데 마침 공연을 위해 인형을 만들던 단원들이 그를 새로운 단원으로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승국 어르신' 댁에 딸 '주희'가 찾아오고,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아버지가 인형극을 활발히 이끄는 모습에 서운한 마음을 갖는 한편 그의 새로운 취미활동을 응원한다.

인형극은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형극을 선보이는 '인생나눔 인형극단' 단원 어르신들
인형극을 선보이는 '인생나눔 인형극단' 단원 어르신들

원룸에서 홀로 생계를 꾸려온 지 7년째인 박승국(72) 할아버지는 일주일 두 번 인형극 연습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전했다.

조원동에서 연습장소인 세류동 나눔의집까지 버스로 한 시간 거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 도장을 찍었다.

몇 년 전 사업이 망해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로 지낼 당시 한 천주교 신부와 연이 닿아 재기했고, 현재 인형극단에 참여하게 됐다.

박 할아버지는 "좁은 방 안 텔레비전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는데, 인형극을 시작하면서 취미를 함께 하는 벗들이 생겨 무척 좋다"며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극에 '주희'는 실제 내 딸이다"라며 "10여 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녀로 출가한 딸을 인형극을 통해 매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옥(83) 할머니도 "인형극을 연습하는 이곳이 경로당보다 좋은 곳이다"라며 "연습에 매진하는 동안 유쾌한 시간을 보냈고 기회가 된다면 인형극 단원으로서 오래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강식 경기인형극진흥회 상임이사는 8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세류동은 문화 소외지역 중 한 곳"이라면서 "어르신들을 문화 활동에 직접 참여시켜 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사업의 목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인생나눔 2기 단원들의 인형극은 내달 수원지역 초등학교에서 그 두 번째 막이 오를 예정이다.

yo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08 09:26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