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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테가, 좌익 게릴라서 4선 성공한 냉전시대 반미 아이콘

세계 첫 '퍼스트 커플'로 주목…'독재왕조' 우려도


세계 첫 '퍼스트 커플'로 주목…'독재왕조' 우려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카라과서 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통산 4선 도전에 성공할 것이 확실시되는 다니엘 오르테가(70) 대통령은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는 게릴라 출신으로 한때 냉전 시대 미국에 맞선 중남미의 대표적 좌파 지도자로 꼽힌다.

빈곤층이 많은 광산도시인 라 리베르타드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오르테가는 일찌감치 정치에 눈을 떠 15살 때부터 소모사 정권에 대항하는 반정부 활동을 벌였다.

법과 대학에 진학했지만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에 참여하기 위해 학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투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턴 혐의로 7년간 복역한 후 도심과 산악 게릴라 투쟁에 본격 합류했다.

오르테가는 현 집권당인 FSLN을 이끌던 1979년 친미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처음으로 대통령을 역임했다.

이후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지만 낙마했다가 2007년 권좌에 복귀한 뒤 재임 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연임을 금지한 헌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끌어내고 2012년부터 3선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1980년대에 반미를 외치며 냉전 시대의 국제 좌파지도자 반열에 올랐으나, 2007년 두 번째 집권 이후에는 급진적 이미지를 내세우기보다 니카라과의 빈곤 해결과 친기업 정책에 주력했다.

그는 특히 두 번째 집권 이후 미국과 니카라과,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가 맺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서명하면서 시장경제는 물론 과거 극도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에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물론 니카라과는 반미(反美) 선봉이자 중남미 좌파동맹의 중추 역할을 하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좌파 국가들과는 여전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3선 임기를 수행하면서 2선 임기 때처럼 사회보장정책을 통한 빈곤층 지원과 기업부문 활성화 등 분배와 성장을 국정운영의 큰 줄기로 삼아 폭넓은 지지를 확보했다.

실제 최근 5년간 니카라과의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5%에 달하고 세계은행 집계결과 2005년 48.3%에 달하던 빈곤율이 2014년 29.6%로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남미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겠지만, 아이티어 이어 중남미 두 번째 빈국인 니카라과의 경제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인접국인 온두라스나 엘살바도르와 달리 치안을 확립했다는 평가도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니카라과 의회가 2014년 1월 재임 횟수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오르테가 대통령에게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주면서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심지어 그는 이번 대선에는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여사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낙점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남편 대통령, 부인 부통령을 의미하는 '퍼스트 커플'이 됐다.

무리요는 독재에 항거하는 문화단체를 만드는 등 반독재 투쟁을 하다가 오르테가를 만났으며 두 사람은 당시 소모사 정부의 탄압을 피해 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 연인이 됐다.

시인이자 작가로 정부 대변인 등을 지낸 그녀는 오르테가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이자 동료로서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 시행을 주도해 대중적 인기가 높아 이번 부통령 당선을 계기로 정치적 입지를 확대, 오는 2021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때 건강 이상설이 불거졌던 오르테가가 4선 임기중 퇴진을 하더라도 부통령인 무리요가 남은 임기를 승계한다.

오르테가 대통령이 방송 등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는 않는 '은둔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반면 무리요 여사는 방송 등에 자주 출연해 정부의 입 역할을 해왔다.

오르테가 대통령의 연임을 반대해 온 야권 인사들은 그가 '독재 왕조'를 건설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인이 국정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은 물론 오르테가 대통령의 친족과 자녀들도 정계와 재계에서 요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자신의 독재 정치와 장기 집권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번 대선에서 미주기구(OAS)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초청, 제한적이나마 선거 절차를 참관토록 했다.

그럼에도 오르테가가 장기 집권을 할 경우 경찰과 군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려 들 수밖에 없고 이는 자신이 무너트린 과거 소모사 정권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부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야권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EPA=연합뉴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EPA=연합뉴스]

penpia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07 22: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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