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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로 뜨는데 공장은 자꾸 늘고…울산 고래특구 딜레마

장생포에 호텔형 등대·모노레일·5D영상관 추진…체류형 관광 기대
관광지 입구 화학공단에 고형연료 소각로까지 설치해 주민 반발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고래문화특구 울산 장생포가 관광정책과 기업 유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고래관광 인프라 확충에 따라 방문객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래특구 진입로에 들어서는 고형연료(SRF) 소각시설 등 공장 증설이 자칫 관광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울산 장생포 고래축제 퍼레이드[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 장생포 고래축제 퍼레이드[연합뉴스 자료사진](울산=연합뉴스) 지난 5월 28일 울산시 남구 장생포에서 울산고래축제에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2016.5.28 [울산시 남구]

울산시 남구는 43억원을 들여 '고래문화마을 5D 입체영상관'을 내년 상반기 준공 목표로 건립 중이다.

이 영상관은 지상 2층 전체면적 499㎡ 규모로, 사방과 천장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지름 13m 공간에서 한 번에 80여 명이 생생한 고래 영상과 음향을 체험하는 시설이다.

남구는 민자 유치로 총 98억원을 투입하는 모노레일 설치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설은 약 1.3㎞ 구간을 8인승 모노레일이 순회하는 것으로 방문객 이동 수단으로 유용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관광상품으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남구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남구는 올해 7월 61억원을 들여 해군 231전진기지로 사용되던 지상 5층 건물을 해군으로부터 사들였다. 현재 유스호스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구청장 공약사업이자 약 1천300억원이 들 '호텔형 고래등대' 건립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장생포는 2005년 고래박물관 개관 이후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문화마을 등 10여 년 동안 관련 인프라가 꾸준히 확충되면서 한해 70만명 이상 방문하는 관광지로 부상했다.

여기에 5D 입체영상관, 모노레일, 유스호스텔 등이 조성되면 가족 단위 관광객의 체류형 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남구는 기대하고 있다.

울산장생포 5D 입체영상관 조감도
울산장생포 5D 입체영상관 조감도(울산=연합뉴스) 울산시 남구는 내년 상반기 준공 목표로 고래문화특구 장생포에 고래문화마을 5D 입체영상관을 건립한다. 2016.7.3 [울산시 남구 제공=연합뉴스]
hkm@yna.co.kr

다만, 고래 역사와 관광 인프라를 보유한 장생포는 아킬레스건이 하나 있다.

화학공장이 밀집한 공단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이 그것이다.

장생포로 진입하려면 복잡하게 얽힌 배관, 굴뚝, 저장탱크가 있는 공장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날씨가 흐리면 비릿한 악취가 풍긴다.

최근에는 고형연료 소각시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스팀(증기) 생산업체인 KR에너지는 시간당 1.95t의 고형연료를 태우는 소각로 4기를 설치하고 있다. 올 연말께 설치를 완료하고 시험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고형연료는 폐플라스틱, 비닐, 폐목재 등 원료를 잘게 부순 뒤 오염물질과 중금속 등을 걸러낸 연료다. 최근 고형연료를 태워 스팀을 생산, 수익을 내는 소각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장생포 주변에는 현재 동부에너지, 울산ENP 등 고형연료 소각시설이 3곳 더 있다.

울산시는 "고형연료는 신재생 에너지로 분류돼 정부가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면서 "국가산업단지 내 스팀 제조시설 설치를 제한할 근거가 없고, 배출가스는 굴뚝 자동측정장치(TMS)로 관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울산공단에 악취[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공단에 악취[연합뉴스 자료사진](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지난 9월 23일 오후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가스와 전선 타는 냄새가 나 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2016.9.23

그러나 주민의 생각은 다르다.

원료가 폐플라스틱과 비닐인 만큼 배출가스에 대한 불안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고형연료로 스팀을 생산하는 한 업체는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을 무단 배출한 혐의 등으로 최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장생포 주민들은 9월 초부터 2개월 가까이 KR에너지 앞에서 소각시설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한 장생포 주민은 8일 "과거에도 TMS가 조작된 전례가 있었고, 최근에도 다이옥신 배출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만큼 안전하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고래잡이 금지 이후 몰락한 장생포가 10여 년간 막대한 투자와 노력으로 이제 관광지로 살길을 찾으려 하는데, 그 입구에 유독가스를 내뿜는 공장을 허가한 행정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지난달 주민 대표, KR에너지 책임자, 행정기관 관계자 등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던 임현철 울산시의회 의원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장생포 관광정책을 거스르고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이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된 점은 아쉽다"면서 "기업 활동을 제약하지 않으면서 주민이나 관광객 불편도 절대 없도록 지속적인 협의와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08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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