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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문제 외면하는 교회, 복음의 핵심 빠진 것과 같아"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원장 최준기 신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성서에서는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교회는 부흥만을 이야기하고 가난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4일 중구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만난 나눔의집협의회 원장 최준기 신부는 이같이 말하며 "교회가 가난을 다루지 않으면 복음의 핵심이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대한성공회의 나눔의집은 몸집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경제성장의 그늘에 놓인 가난한 이웃을 외면했던 대형교회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나눔의집은 단순히 물질적 보탬을 주는 차원을 넘어 가난한 이웃들의 삶으로 녹아들어 진정한 벗으로 살고자 하는 사회선교운동의 하나로 시작됐다.

나눔의집의 첫 싹을 틔운 것은 1986년 9월 서울 노원구 상계동 달동네의 작은 전세방이었다.

당시 상계동은 대표적 빈민 주거지였으며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모여 날품팔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이 높지만 낮은 땅에 젊은 신학생들이 예수 정신으로 살아보고자 나눔의집의 첫 문을 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해진 활동 매뉴얼 같은 것은 없었다.

최 신부는 나눔의집 활동에 대해 철저히 '지역 맞춤형'이라고 강조했다.

최 신부는 "가난한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다 보니 문제점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왔고 나눔의집은 그 지역의 필요성에 응답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당장 맞벌이 부부가 많아 아이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 탁아활동을 했으며, 여성 봉제사들이 많은 곳에선 봉제생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어머니 한글교실, 어린이공부방, 청소년쉼터, 노인복지센터가 생겼으며, 사회적기업 형태로 도시락 급식업체와 건설사 등도 생겨났다.

나눔의 씨앗은 널리 퍼져 지금은 전국 9개 지역 나눔의집에 50여 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나눔의집 활동은 또 시대적 요구를 반영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위해 쉼터를 마련한 곳도 있으며 성적소수자를 위한 공간이 둥지를 튼 곳도 있다.

"나눔의집은 우리가 무엇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이 필요한 일을 했다는 점에서 다른 빈민운동과 접근법이 달랐다"고 최 신부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신부는 '가난'과 '빈곤'의 차이를 풀어 설명하며, 공동체의 삶을 강조했다.

최 신부는 "빈곤이 수치화된 경제적 지표라면 가난은 사회적 개념과 영적 개념을 아우른 것"이라며 "오늘날 사회문제를 빈곤이 아닌 가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년 전 집세와 공과금으로 70만 원을 넣은 봉투를 남긴 채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우리 사회의 가난 문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 꼽았다.

최 신부는 "과거 달동네는 빈곤한 거주처였지만 연대를 통해 공동체의 삶의 가능한 공간이었다"면서 "세 모녀가 살았던 곳은 부유한 도심지역이지만, 서로의 삶에 무심하고 외딴 섬처럼 고립된 형태로 가난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사회복지와 경제성장을 통해 빈곤을 해결할 수 있지만, 영적인 가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어 최 신부는 영적인 성장과 진정한 풍요를 위해 "인간을 능력의 잣대로만 줄 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간은 능력이 아니라 존재로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능력을 지녔을 뿐 누구나 존엄하게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최 신부는 "능력이라는 프레임으로 사람의 서열을 정해버리면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며 "만약 생존과 경쟁이 오늘의 시대적 흐름이라면 나눔의집은 시대에 역행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올해로 30돌을 맞는 나눔의집은 앞으로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최 신부는 "나눔의집의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이 허해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며 "앞으로 정부 위탁사업을 줄여가며 내실을 기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신부는 "단순히 대형교회를 비판만 하기보다도 이 땅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눔의집협의회는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13일 서울주교좌성당과 정동 세실극장에서 설립 30주년 기념식과 기념축제를 열 예정이다.

kihun@yna.co.kr

인터뷰하는 최준기 신부
인터뷰하는 최준기 신부(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최준기 신부가 4일 서울 중구 성공회서울성당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4
scape@yna.co.kr
성공회나눔의집 최준기 신부
성공회나눔의집 최준기 신부(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최준기 신부가 4일 서울 중구 성공회서울성당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1.4
scap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05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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