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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朴대통령 담화, 국민 기대에 미흡하지 않나

송고시간2016-11-04 17:02

(서울=연합뉴스) 최순실 국정농단 파동으로 백척간두에 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다시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진정성을 의심받았던 지난달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10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울먹이며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자신이 연루된 의혹을 해명하고 사죄하기 위해 두 차례나 국민 앞에 선 것은 그 자체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국가적 불행이다.

언론의 '최순실 파일' 보도로 촉발된 국민의 분노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날마다 떨어졌다. 이날 갤럽이 내놓은 박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5%였다. 대학가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야권은 대통령의 새 총리 지명을 '국회 무시'로 규정하고 인준을 거부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를 부인한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황에서 국가 운영이 표류하고 있다. 국정을 마비시킨 최 씨 의혹은 대통령과의 친분을 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국기 문란이자 국정농단 사건이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최 씨 의혹으로 빚어진 현재의 사태에 대해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총체적 책임을 인정했다. 또 이번 파문과 관련 '필요할 경우' 자신도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야당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특검을 받아들인 것이다.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 설득에 대해서는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를 여야 대표들과 영수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는데 성사된다면 꼬인 정국을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최 씨와 주변 인물들이 개입한 각종 문화사업과 관련해서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한다"면서 최 씨의 비리가 대통령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향후 기회를 봐서 밝히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검찰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다시 소명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국민이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전날 지명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내치 권한을 위임해 '책임총리제'를 구현하겠다는 등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 총리 내정자가 밝힌 '총리 내치, 대통령 외치'의 거국중립내각에 준하는 책임총리 구상이나 야권의 2선 후퇴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인사권을 포함해 국정 전반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이반한 민심의 이해를 구할 기회였고 정국의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분수령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고통스러워했다. 국민도 대통령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을 민심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좀 더 마음을 비우고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과 정치권에 다가서야 한다. 이번 담화에서 부족한 부분은 영수회담 등을 통해 신뢰성 있는 후속 조치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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