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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견보다 울림이 큰 소수의견…'노터리어스 RGB'

미국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평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2013년 6월 25일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투표권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판결이 내려졌다.

투표권법 핵심 조항의 위헌 여부를 다툰 '셸비 카운티 대 홀더' 사건에서 대법원이 5 대 4로 투표권법 제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것.

투표권법은 투표에서 인종이나 피부색을 근거로 차별을 둘 수 없도록 선거 제한을 엄격하게 금지한 법이다. 흑인 민권 운동가들이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였던 셀마-몽고메리 행진을 계기로 1965년 제정됐다.

위헌 결정이 난 제4조는 주 정부가 선거법 개정 시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제5조가 적용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조항이다.

셸비 카운티가 속한 앨라배마주를 비롯해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애리조나 등 법 제정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지역이 제4조에 포함됐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50년 전의 상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의회가 현실에 맞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위헌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그러나 주 정부가 연방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특정 인종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할 여지를 제공한 것이어서 진보 성향미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당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이런 문제점을 지닌 판결문 낭독을 마치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때 꿈으로만 여겼던, 미국 내 모든 구성원의 평등한 시민적 지위, 인종을 빌미로 희석되지 않은 민주주의 체제, 그 안에서 모든 유권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발언권이 위기에 처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의 소수의견은 많은 미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그로 인해 긴즈버그 대법관은 똑똑한 페미니스트의 대명사가 됐고 방송에서 그를 흉내내는 연애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의 소수의견에 감명한 뉴욕대 로스쿨 재학생 셔나 크니즈닉은 긴즈버그 대법관에 헌사하는 블로그 '노터리어스 RBG'를 개설했다. 몸무게가 130㎏이 넘는 거구의 흑인 래퍼 노터리어스 B.I.G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블로그에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발언들, 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이 블로그는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노터리어스 RBG'란 책의 모태가 됐다.

블로그 개설자 셔나 크니즈닉과 언론인 아이린 카먼이 쓴 이 책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삶과 그의 판결을 다룬 평전이다.

1933년생인 긴즈버그 대법관은 한평생 그 자신이 여성으로서 차별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젠더 평등의 목소리를 내온 법조인이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으나 아이를 둔 엄마라서, 결혼한 여성이라서, 아니면 단지 여성이라서 번번이 구직 활동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1972년에 컬럼비아대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가 됐고, 1980년에는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판사에 취임했다. 이어 1993년 빌 클린턴 정부 때 연방대법원 대법관에 임명됐다. 사상 두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여성 차별뿐 아니라 온갖 차별을 반대하며 소수의견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12∼2013년도 회기 동안 대법원에서 소수의견을 5번이나 내 대법원 최다 소수의견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의 공적 성취뿐 아니라 그의 취미와 취향, 생활방식, 주변 지인들을 소개하며 위인이 아닌 특별한 개인으로 그를 그린다.

대통령 연두교서 때 꾸벅꾸벅 조는 모습, 집무실에서 터번을 쓰고 나타나 재판연구원들을 웃게 한 에피소드, 형편없는 요리 실력 등이 책에 담겼다.

글항아리. 정태영 옮김. 272쪽. 2만3천원.

다수의견보다 울림이 큰 소수의견…'노터리어스 RGB' - 1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03 15: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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