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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건네는 따뜻하고 풍성한 위로…이정록 새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정록(52)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들의 목록'(창비)을 냈다. 어머니와 함께 쓰고 아버지를 추억한 '어머니학교'(2012)·'아버지학교'(2013) 연작 이후 3년 만이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섬세한 관찰을 일상어와 별반 다름없는, 오히려 그래서 딱 들어맞는 낱말에 영락없이 가져다 대는 솜씨를 이번에도 보여준다. 비유는 부유하지 않고 생활의 구체적 체험에 내려앉는다.

"아이들 운동화는/대문 옆 담장 위에 말려야지./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첫 햇살로 말려야지.//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까./높고 험한 데로 밥벌이하러 나가야 하니까." ('젖은 신발' 부분)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웃에 대한 위로는 노년으로도 향한다. 왼쪽 어깨에 문신을 새긴 채 "그늘이 어둠이 되지 않게 나지막이 살아온" 노인에게 따뜻하고도 해학 넘치는 시선을 건넨다.

이정록 시인 [창비 제공]
이정록 시인 [창비 제공]

"온천탕 귀퉁이/노인의 왼 어깨에 터를 잡은 초록 문신,/참을 '忍'은 한자인데 '내'는 한글로 팠다/(중략)/내는 땅 한평 없는데 'LH사장님'이라고 불린다/내는 아이들이 별명 불러줄 때가 그 중 행복하다/'내' 할아버지다! 꼬마들이 윗도리를 벗어보라고 보챌 때는/팔뚝만 보여준다 내는 국민할아버지다"('내가 좋다' 부분)

충남 홍성 출신인 시인은 '청양행 버스기사와 할머니의 독한 농담'에서 능청과 유머를 본격 구사한다. "-손님도 없는데 뭣하러 증차는 했댜?/-다들 마지막 버스만 기다리잖유./-무슨 말이랴? 효도관광 버슨가?/-막버스 있잖아유. 영구버스라고./-그려. 자네가 먼저 타보고 나한테만 살짝 귀띔해줘. 아예, 그 버스를 영구적으로 끌든지./-아이고. 지가 졌슈."

몇 편의 '시론'도 실렸다. 1989년 등단 이후 동시·동화·그림책까지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의 바탕이다. 시인은 "웃기는 시를 쓰고 싶었다. 감동이 아니라면 재미라도 있어야지, 내 시 창작법의 전부였다"('실소' 부분)라고 고백한다. "천권을 읽어야/시 한편 온다/(중략)/천편을 써야/겨우 가락 하나 얻는다"('시론' 부분)라며 겸허의 자세를 지킨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사에 "세상 일로 착잡하고 어두워 있던 마음이 오랜만에 활짝 갠다. 잘난 체 하지 않는 점도 너무 좋다. 오래 헤어져 있던 친구나 형제가 옆에서 소곤소곤 들려주는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듣는 것도 같다"고 썼다.

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1/01 10: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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