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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 차린 소박한 식단의 품격

송고시간2016-10-31 10:52

공지영 에세이 '시인의 밥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공지영 작가가 신작 에세이 '시인의 밥상'(한겨레출판)을 펴냈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친구들과의 생활을 기록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의 속편 격이다.

이번 에세이 역시 주인공은 공 작가가 아니라 '버들치 시인' 박남준, 그의 친구이자 '내비도' 교주 최도사 등 지리산 자락 주민들이다. 좀더 좁혀보면 박 시인이 직접 기른 채소들로 소박하게 차린, 그러나 한번 맛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밖에 없다는 요리들이다. 박 시인의 집에 모인 친구들은 지붕에서 호박을 따오고 콩나물을 다듬고 마늘을 다져 호박찜이며 콩나물국밥이며 갈치조림 등속을 해먹는다.

"거의 된장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슴슴한 국물은 늘 하듯 멸치와 다시마 육수에 된장을 엷게 푼 것이고, 아욱은 서울의 슈퍼마켓에서 사던 것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어린 것이니, 같은 아욱국을 끓여도 시인의 것은 아주 다른 향기가 난다. 뭐랄까, 배 아픈 날 아침 엄마가 만져주는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길 같은 것?"

고기나 화학조미료 없이 동치미와 장아찌 같은 순 식물성 반찬이 주가 되는 밥상은 도시에서라면 다이어트 식단으로나 차린다. 그러나 지리산 산골에서 오랜 산책과 노동을 하고 식물성 식단을 받으면 밥은 달고 찬은 충분하다고 공 작가는 말한다. "서울에서의 내 삶은 배가 고프기도 전에 무언가를 먹는 삶이었다. (중략) 실은 나는 서울에서는 배고프지 않았다. 배고픔이 없는 음식은 일종의 놀이였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거짓 위안 같은 것 말이다."

가끔 전주나 서울로 나들이를 나가는 지리산 친구들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주에서는 카페 '새벽강'의 은자 씨와 박 시인 사이에 얽힌 추억에 웃고 시인들을 사랑해 밥값을 받지 않았다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전주 남부시장 콩나물국밥집 '짱뻘' 아주머니의 마음 씀씀이에 푸근해진다.

에세이에는 지리산 주민도 아니면서 '행복학교'로 괜히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공 작가의 미안함이 담겨 있다. 전작 때문에 집값·땅값이 들썩이는가 하면 독자들이 내비게이션에 '지리산 행복학교'를 찍고 친구들을 찾아오기도 한단다. 통장에 '관값' 200만원만 채워두고 나머지는 기부한다는 박 시인은 두 차례 심장 시술을 받고 나서 관값을 300만원으로 '현실화'했다.

공 작가는 박 시인에 대해 "그의 요리를 먹은 후 나의 밥상도 변하기 시작했다. 소박한 것이 점점 좋아진 것도 그와 1년을 함께 한 탓"이라며 "(박 시인이) 심장 시술을 무사히 마쳤고 아름답고 맛있는 요리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인세를 그와 함께 나누는 것은 물론이다"라고 썼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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