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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여당까지 나선 '거국중립내각' 검토할만하다

송고시간2016-10-30 17:59

(서울=연합뉴스) 최순실 국기 문란 의혹이 국정의 블랙홀이 되면서 국가 운영이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비서실 물갈이를 단행했다. 이원종 비서실장은 물론 최순실 사태에 직간접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 수석 4명과 대통령의 측근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 총무ㆍ정호성 부속ㆍ안봉근 국정홍보 비서관 등을 교체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거나 의혹의 당사자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이들을 쇄신 차원에서 물갈이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최순실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국정의 리더십을 잃고 있다. 청와대 인적 쇄신은 마무리됐지만, 신뢰를 상실한 청와대가 향후 국정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박 대통령은 국정의 공백을 피하기 위해 청와대를 먼저 개편한 데 이어 새로운 총리를 임명하고 후속 개각을 단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야권에서 요구하는 거국중립내각 대신 책임총리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점이다. 10%대로 추락한 지지율에서 보듯 민심이 대통령에게서 떠난 상황이어서 과감한 인적 쇄신과 함께 내치와 관련한 국정 운영의 권한을 파격적으로 내각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권과 원로들이 원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도 검토해볼 만하다. 새누리당은 30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서 '여야가 동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박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애초 총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정도의 '책임총리'를 요구했던 새누리당이 거국중립내각을 들고나온 것은 청와대가 생각하는 수준의 미봉책으로는 난관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엄중한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미 여야가 수긍할 수 있는 인물로 내각을 짜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원로들은 여야가 국정에 책임을 함께 지는 거국 내각을 꾸려야 나라 경영이 숨통을 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념이나 정책이 다른 사람들로 내각을 구성할 경우 갈등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국정의 혼선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는 역대 대통령들의 측근 비리와는 차원이 다른 데다 통상적인 쇄신으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특단의 대안을 배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떤 형식이든 총리가 지명되고 후속 개각까지 마무리되려면 인사청문회 등 검증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외교·안보가 걱정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과 관련한 대응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내 혼란을 틈탄 북한의 오판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 다음 달 8일 대선 이후 전개될 미국 차기 행정부의 외교ㆍ무역 정책 변화 가능성에도 만반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일자리 등 민생과 관련한 경제정책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각이 똘똘 뭉쳐 이번 파동으로 좌절감을 겪고 있을 공직사회 분위기를 추스르면서 국정을 차질없이 끌고 가야 한다. 국정 혼란 수습을 위해 당분간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주요부처 장관회의를 매일 열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런 때일수록 부처 장관들은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자각하고 흔들림 없이 국민과 국가만 바라보는 행정을 펴야 한다. 정치권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예산과 법안 심사 등 국회의 고유 책무는 중단없이 수행돼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최순실 사태에 망연자실해 있을 여유가 없다. 정신을 차려 국정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국회는 다수인 야권의 협조 없인 기능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순실 의혹 규명과는 별개로 국회의 원활한 운영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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