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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D-10> '혈투' 대단원, 엎치락뒤치락 누가 웃을까

송고시간2016-10-29 13:00

'자책골' 주고받으며 희비 갈려, 진흙탕 싸움 후유증 심각

힐러리 건강이상설·이메일 재수사, 트럼프 음담패설 파일 '아킬레스건'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1년 6개월여에 걸친 미국 대선의 대장정이 드디어 종착점으로 치닫고 있다.

미 주요정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며 '유리 천장'을 깬 힐러리 클린턴, 정치 개혁과 경제 살리기의 열망을 담아내며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킨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기의 빅매치로 주목받았다.

대선 내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는 레이스가 펼쳐졌지만,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국무부-클린턴재단 유착 논란,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일과 성추문·막말 논란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에 가장 추잡한 선거전이라는 악평에 직면했다.

특히 초반부터 줄기차게 '선거 조작' 주장을 해온 트럼프가 막판까지 '대선 불복'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대선 이후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美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美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설마가 현실로…'트럼프 돌풍'

올해 대선의 최대 화제는 단연 '아웃사이더 돌풍'이었다. 특히 트럼프 바람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6월 16일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앞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출마를 선언했을 때, 빈자리가 눈에 띌 정도로 주목받지 못한 그였다.

멕시코 이민자를 '강간범'으로 묘사하고, 베트남 전쟁 포로였던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전쟁영웅이 아니다"고 깎아내리는 그를 공화당과 주류 언론은 철저히 외면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중 지지율 1위에 올랐고, 이어 8월 첫 TV토론을 독무대로 장식하며 확실한 기선을 잡았다.

진행자인 폭스뉴스 앵커 매긴 켈리를 '빔보'(bimbo:섹시한 외모에 머리 빈 여자를 폄하하는 비속어)라고 비방하고 불법 이민자 추방, 무슬림 입국 금지 등을 주장했다.

자질론이 불거졌지만, 역설적으로 지지율은 30%대로 치솟았다. 그때만 해도 언론은 '정치적 금기를 깬 자극적이고 간결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독특한 화법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단순한 'TV 달인'이 아니라 실제로는 이미 극우 보수 진영의 '시대 정신' 그 자체였다.

이민자에 관대한 정책, 건강보험 확대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의 횡포, 소득 및 재판 불평등에 분노하고, 무능한 워싱턴 정치에 대한 실망한 백인 중하층 유권자의 마음이 그에게 투영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지지자 중 52%가 '분노한 유권자'들의 지지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2월 본격화한 경선 레이스가 트럼프 돌풍을 재확인하는 과정에 다름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는 최대 승부처인 3월 1일 '슈퍼 화요일' 대전에서 압승한 후 파죽지세로 나아가 5월 3일 인디애나 주 경선을 거머쥐며, 사실상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美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AP=연합뉴스]
美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AP=연합뉴스]

◇'샌더스 바람' 잠재우고 뚜벅뚜벅…첫 여성 대통령 후보로

클린턴은 트럼프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경선은 험난하기만 했다.

그는 지난해 4월 1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데 이은 재도전이었다. 그는 트위터에 "평범한 미국인들은 챔피언(대변자)을 필요로 하고, 내가 그들의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했다. 평범한 미국인을 향해 몸을 낮췄지만, 그는 이미 대세론을 탄 상태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16명의 경쟁자를 물리치는 동안 클린턴은 단 한 명, 그것도 미국 유일의 '사회주의자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에 발이 묶여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 2월 1일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 바람을 탄 쪽은 오히려 샌더스였다. 클린턴 49.9% 대 샌더스 49.5%의 아슬아슬한 승부였고, 클린턴의 대세론은 사라졌다.

"하위 99%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샌더스에 오랜 경기침체와 소득 양극화로 꿈도 희망도 잃은 '밀레니얼 세대', 미국의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꾸준한 우위를 이어갔다. 3월 11개 주에서 열린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7곳을 챙겼고, 4월 '텃밭'인 뉴욕에 이어 결국 6월 6일 전체 대의원의 과반인 '매직넘버'를 달성하며 민주당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됐다.

사실 클린턴과 샌더스가 경선을 통해 확보한 지역별 대의원 수는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클린턴은 각 주의 주지사, 상·하의원, 전국위원회(DNC) 간부 등 당연직인 '슈퍼대의원' 지원에 크게 힘입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9월 11일 9.11 추모행사 도중 어지럼증을 보인 후 황급히 자리를 뜨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9월 11일 9.11 추모행사 도중 어지럼증을 보인 후 황급히 자리를 뜨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자책골' 주고받으며 엎치락뒤치락

대선을 100여 일 앞둔 올해 7월 말, 각각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클린턴과 트럼프는 거의 동일한 출발점에서 본선 레이스에 나섰다.

트럼프가 먼저 공화당 전대 효과에 힘입어 클린턴을 앞서자, 클린턴은 한 주 후 열린 민주당 전대 바람을 타고 다시 원점으로 승부의 추를 되돌렸다.

이후 두 후보는 막말과 실언에 따른 반사이익을 안겼다, 건네받았다 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균형이 처음 무너진 것은 민주당 전대 직후 터져 나온 트럼프의 막말이 화근이었다.

무슬림계 이라크전 전몰군인의 부모를 비하하는 발언을 비롯한 트럼프의 막말과 비하 발언에 역풍이 거세게 일었다.

클린턴이 우위를 이어가며, 8월 말 들어 리드 폭을 두 자릿수대로까지 확대하자 '클린턴 대세론'이 굳어지는 듯했다.

트럼프는 사태가 심상치 않자 대선 캠프 수뇌부를 교체하고 인종차별 발언을 후회한다며 '변신'을 시도했다.

강경한 이민정책을 다시 전면에 내걸고 멕시코 대통령 면담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백인 지지층을 결속시키며 실점을 만회해 나갔다.

이번에는 클린턴에게서 악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아킬레스건인 국무장관 재직시절 '이메일 스캔들' 관련 연방수사국(FBI) 수사 결과가 공개됐고, 동시에 가족자선재단인 '클린턴재단'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또 "트럼프 지지자 절반은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실언했다가 말을 주워담아야 했다.

무엇보다 뉴욕에서 열린 9·11테러 15주기 추도행사 도중 어지럼증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한 것이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건강 문제가 급부상하며 클린턴의 지지율은 미끄러졌다. 그는 두 자릿수 리드를 한 달 만에 고스란히 반납했고,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최종 승부처는 9월 26일부터 진행된 3차례의 TV토론이었고, 최고의 결정타는 그사이 폭로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었다.

역대 대선 사상 최다인 8천400만 명이 지켜본 1차 토론에서 트럼프는 대실패를 했고, 승부의 추는 클린턴에게로 옮아갔다.

트럼프는 준비 부족으로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토론에서 불거진 미스 유니버스 비하 발언에도 끝내 사과 대신 변명만 둘러댔다.

20년 가까이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서도 '합법적인 절세'라고 강변해 납세자들을 '루저'로 만든 것도 악수가 됐다.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후폭풍은 후보 교체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만큼 거셌다. 대선뿐 아니라 같이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까지 패배할 수 있다는 공화당 내 위기감은 상당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10월 7일 공개한 이 파일에서 그는 2005년 10월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남성 진행자 빌리 부시에게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경험을 털어놓고 있었다.

공화당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구역질이 난다"며 직격탄을 날리고, 트럼프와의 첫 공동유세 일정까지 취소했다. 이후 공화당 지도부는 사실상 대선을 포기하고 연방의원 선거에 치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이날 현재 12명 쏟아져 나오면서 민심은 흉흉해졌고,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이후 10월 9, 19일 열린 2, 3차 토론도 클린턴이 승리하면서, 트럼프는 패색이 짙어졌다. 지난 23일 나온 ABC방송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50%로 최고를 찍었고, 트럼프는 38%로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더는 큰 이변이 없는 듯했던 대선 레이스는 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소식에 다시 출렁이기 시작했다. 대선을 불과 열하루 앞둔 28일의 일이다.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흩어졌던 공화당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메일 스캔들이 불거진 탓에 투표에 미칠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진흙탕 싸움, 후유증 심각할 듯

트럼프는 지난 27일 오하이오 주 유세에서 "혼자 생각이지만 선거를 취소하고 트럼프가 승리한 것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조작론, 대선 불복 발언에 이은 것으로, CNN은 "가벼운 농담처럼 보이지만, 이번 발언은 선거의 합법성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트럼프의 주장에 지지자들이 동조하고 있어, 열흘 후 대선이 끝난 뒤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은 트럼프가 지면 미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지난 9일 2차 토론 직후 "역대 최고의 비호감 후보끼리 가장 추악한 선거전을 펼쳤다"고 총평한 바 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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