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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연료규제로 조선업 기사회생? 구조조정에도 변수

50년간 쓰던 벙커시유 연료로 못 쓴다…선박 발주 급증 전망
'3강'이냐 '2강'이냐…대우조선 유동성 위기 극복이 관건될 듯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도록 한 친환경 선박연료 규제를 2020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것.

전 세계 해역에 적용되는 환경 규제에 맞추려면 선사들은 새로운 배를 사들이거나, 지금 가진 배를 고쳐 써야 한다.

선박을 짓는데 보통 2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부터 노후 선박 교체 작업이 본격화할 수 있으며, 당장 내년부터 발주가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조선업황은 물론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을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 있는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전 세계서 선박 교체수요 쏟아진다

30일 조선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IMO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회의에서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기로 확정했다.

선주들의 반발로 2020년과 2025년 사이에서 도입 시기를 저울질해온 IMO가 도입을 미루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연료로 지난 50년간 써온 벙커시유를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벙커시유에 함유된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 함유량이 자동차 연료보다 1천배에서 최대 3천배까지 높으며, 전 세계 선박이 자동차 수보다 훨씬 적은데도 배출하는 황산화물은 130배나 많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결정이다.

황산화물 상한선 규제를 맞추려면 선주들은 열효율이 높은 MGO(Marine Gas Oil·선박용 경유)나 LNG(액화석유가스)로 선박 연료를 바꿔야 한다.

최신형 선박은 개조를 통해 LNG 연료를 이용할 수 있지만, 구형 선박의 경우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

엔진 교체 비용을 고려하면 아예 새로 선박을 사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에 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을 앞두고 선박 교체 수요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선박용 경유는 벙커시유보다 70∼80% 비싸기 때문에 연비가 높은 선박을 찾는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JP모건 등에서 오랜 기간 조선업 애널리스트로 일한 이석제 포트원 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환경 규제는 한국 조선산업에 엄청난 호재"라며 "세계 경제가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지 않아도 선박 수주 물량이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흐름과 관계없이 '조선업 호황 사이클'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조선 3강인 한국·중국·일본 가운데 고효율 배 설계 능력은 한국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중국의 추격을 극복할 수 있는 기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무현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사가 유일하게 황산화물 규제 등 갖가지 해운 규제를 만족하는 선박 설계도를 그려낼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은 기본 설계 능력과 엔지니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3사 체제'에 힘 실릴 듯

이런 규제 환경 변화는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3사의 자구 계획은 모두 2018년 완료를 목표로 짜여 있다.

이때까지 설비 규모를 2015년 대비 20% 줄이고 인력은 30% 감축하기로 했다.

2020년 환경 규제가 도입되면 2018년부터 수주가 시작될 테니 몸집을 줄이면서 '일단 버텨보자'는 의지가 담긴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 선주 등의 강한 반발로 선박연료 환경 규제 도입이 2025년으로 미뤄지면 국내 조선업이 버티기 어렵다면서 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대우조선은 독자생존이 어렵다"며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의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규제 도입 시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조선 3사 체제를 유지하며 2018년까지 버틴다'는 구조조정 방안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함께 환경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상선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강점은 해양플랜트로 꼽힌다.

관건은 대우조선이 유동성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는지 여부다. 일단 부도가 안 나야 수주를 받아 회사를 다시 키울 여지가 생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자구 계획을 통한 자금 확보 규모가 대우조선의 생사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야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9천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막을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에 인도하지 못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이동식 시추선(드릴십) 2척이다.

애초 대우조선은 올해 7월 말까지 배를 인도하기로 했지만, 이 기간이 9월 말, 11월 말로 자꾸만 미뤄지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안에 배를 인도하는 것을 목표로 소난골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이견 조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지금의 '빅3' 체제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어느 정도 조정하기는 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우조선을 제외한 '빅2'를, 금융위원회는 '빅3'를 주장해 진통이 있었다.

선박연료 규제를 놓고도 부처 담당자 간 반응이 갈린다.

이동훈 금융위 구조개선과장은 "환경 규제 도입 시기가 2020년으로 확정된 것은 국내 조선업에 희소식"이라며 "2018∼2019년까지 잘 견디면 수주가 터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법민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선박연료 환경 규제는 조선업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많은 고려사항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30 06: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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