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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나이 모르지만…19년 '축사노예' 학대 또렷이 기억

피해자 법정서 증언…"누가 더 때렸나" 질문에 '아줌마' 지목
재판부 "사건 핵심과 증언 대부분 일치"…다음 달 18일 3차 공판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축사노예' 고모(47·지적 장애 2급)씨는 자신의 나이도 알지 못했지만 매를 맞으며 소똥을 치우던 악몽 같은 축사 생활은 또렷하게 기억했다.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지적 장애인 고모(47)씨가 모친과 재회한 모습. [연합뉴스 DB]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지적 장애인 고모(47)씨가 모친과 재회한 모습. [연합뉴스 DB]

28일 오후 청주지법 223호 법정에서는 이 법원 형사합의12부(이현우 부장판사) 심리로 고씨에게 강제노역을 시킨 농장주 김모(68)씨와 부인 오모(62)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고씨가 직접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 신문은 고씨 측 요청으로 김씨 부부가 퇴정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고씨에게 김씨 부부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증인석에 오른 고씨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씨와 함께 법정에 출석한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 관계자는 증인 신문에 앞서 "고씨는 색깔·숫자·날짜를 인지할 능력이 안 되고, 본인의 나이나 어머니·누나의 이름도 모른다"며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실제 고씨는 과거 기억을 되짚은 질문에 시점을 혼동하거나 엉뚱한 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 부부의 폭행이 있었느냐는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공통된 질문에서 '네'라며 명확히 답했다.

특히 누가 더 많이 때렸느냐는 질문에는 '아줌마'라며 부인 오씨를 지목했다.

재판부 역시 증인 신문을 마치며 "고씨가 질문을 이해 못 하고 왔다 갔다 하는 점도 있지만 사건의 핵심이 되는 부분은 (경찰 조사 결과와) 거의 일치하고, 피고인 부부에게 맞았다고도 명확히 증언함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자신의 이름·나이 모르지만…19년 '축사노예' 학대 또렷이 기억 - 2

재판부는 다음 달 18일 오후 3시 30분에 3차 공판을 열어 검찰이 요청한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김씨 부부는 이때부터 고씨가 탈출, '강제노역' 생활을 청산한 지난 7월 1일까지 무려 19년간 임금을 주지 않은 채 그에게 축사 일과 밭일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상습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부인 오씨는 폭행 혐의가 중한 것으로 조사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 부부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 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총 5가지다.

이중 노동력 착취 유인죄는 징역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 범죄다.

김씨 측은 그러나 "임금과 퇴직급을 미지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검찰이 지적하는 노동력 착취유인에 의도성은 없었고, 범행의 상습성과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도 없다"며 중대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다만 김씨 측은 고씨의 성년후견인이 결정되면 합의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김씨 부부를 상대로 임금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밝힌 고씨의 밀린 품삯은 무려 1억8천여만원에 이른다.

jeon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28 17:5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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