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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伊독자 가족중시 성향 흥미로워"…'채식주의자' 伊출간

토리노·밀라노·로마에서 伊독자들과 대화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독자들은 가족을 좀 더 중시한다는 느낌을 줘 흥미롭네요."

소설가 한강(46)이 '채식주의자'의 최근 이탈리아어판 출간에 맞춰 이탈리아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 5월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해 영미권과 유럽에서 주목받은 이 작품은 'La Vegetariana'라는 제목으로 이탈리아 유력 출판사인 아델피(Adelphi)에서 번역돼 나왔다.

이탈리아어판은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한 영어판을 이탈리아어로 옮기는 방식으로 출간됐다.

로마에 온 소설가 한강
로마에 온 소설가 한강(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소설가 한강(가운데)이 27일 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채식주의자' 이탈리아어판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2016.10.28

한강은 25일 토리노, 26일 밀라노에 이어 27일 밤(현지시간) 로마 외곽 에우르 지역에 있는 한 서점에서 이탈리아 독자 80여 명과 만나 '채식주의자'를 쓰게 된 계기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이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인간이 도대체 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쓴 소설"이라며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모든 폭력을 거부한 채 식물이 되어가는 영혜라는 주인공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폭력이 꼭 결부돼야만 하는가', '아주 완벽하게 폭력을 거부하는 건 불가능할까'라는 개인적인 의문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소설의 제목을 다른 말로 바꾸면 '거부하는 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혜는 인간의 모든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거부하고, 옷을 입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등 자신에게 부여되는 모든 전통적 의무를 거부한다. 자신의 몸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결단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혜는 아마 밖에서 보기엔 미친 거 같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건강한, 너무나 제정신이라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伊독자들 만난 소설가 한강
伊독자들 만난 소설가 한강(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 이탈리아 출간에 맞춰 27일 로마에서 현지 독자들과 만났다. 2016.10.28

작가의 말이 끝나자 독자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이 소설이 한국의 보편적인 가정상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 체제에 저항하는 성격도 있는지, 작가가 혹시 채식주의자인지, 카프카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작가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 소설은 2003년부터 쓰기 시작해 2005년까지 씌여졌고, 그 시기에 한국 사회는 아주 민주적이었다"며 "한국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쓴 소설은 아니고, 오히려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질문이 거의 안나왔는데 이탈리아에서는 한국의 아버지들이 다 이러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며 "그렇지는 않고, 소설 속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 한국에서도 특이하고, 과장된 아버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제 작품이 한국 가족의 모습을 사회학적으로 그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 영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극단적 폭력에 노출된 채로 자란다.

작가는 카프카의 영향을 묻는 질문엔 "독일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아폴로와 다프네'의 신화를 제 소설과 연관짓는 시각이 많았는데, 카프카와 결부하는 질문은 이탈리아에선 처음"이라며 "카프카의 소설은 인류의 보편적인 한 부분이 된 작품으로 저도 10대 때 '변신'을 읽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기도 하고, 이 모든 것들이 제 잠재의식 속에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폴로와 다프네 신화는 큐피드의 화살을 맞고 다프네에 한눈에 반한 아폴로가 다프네에게 구애하지만 다프네는 이를 뿌리치며 나무로 변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어 "이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씨가 번역 작업을 마친 후에 모든 동물성 음식을 거부하는 '비건'이 됐다고 한다. 독자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조금 있다"며 "그렇지만 저는 20대에 채식주의로 있다가 지금은 건강 문제 때문에 가끔씩 생선도 먹는다. 조금 미안하네요"라고 덧붙였다. 이 말에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가 맴돌던 행사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60대 이탈리아 남성 코스탄티노는 "독서 클럽 멤버들과 요즘 '채식주의자'를 읽고 있어 오늘 행사에 단체로 왔다"며 "폭력과 피의 이미지가 많이 등장해 읽기 즐거운 책은 아니지만 한국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것이라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행사 후 "이탈리아에서 제 책이 출간된 건 처음인데 이탈리아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가족을 특별히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아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아델피 출판사는 2018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또 다른 장편 소설 '소년이 온다'를 번역 출간할 계획이다.

'채식주의자' 이탈리아어 판 출간 기념회 홍보물
'채식주의자' 이탈리아어 판 출간 기념회 홍보물(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이탈리아 출간을 기념해 27일 로마에서 한강이 이탈리아 독자들을 만났다. 2016.10.28

ykhyun14@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28 16: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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