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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고 졸업땐 꿈 컸는데"…수심 가득한 추곡수매 현장

"농사 지을수록 희망 줄어"…쌀값 하락·소비 감소에 농민 '울상'
"애써 수확했는데…"
"애써 수확했는데…"

(화성=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애써 농사지으면 뭐합니까. 매년 쌀값은 떨어지고 소비는 줄어드는데…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27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의 한 미곡종합처리장(RPC). 일반 수매에 응한 농부 지남현(47)씨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기분 좋아야 할 수확기인데도 매년 되풀이되는 쌀값 하락과 소비 감소, 재고 증가로 손에 쥘 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건조 선별기로 옮겨지는 대형 자루
건조 선별기로 옮겨지는 대형 자루

지씨는 이날 대형 자루 7개에 담아온 벼 4천700㎏을 수매했다.

수매된 벼는 새누리 품종으로 1등급을 받았다. 가격은 40㎏ 기준 3만7천원.

올해 공공비축미 우선 지급금(40㎏ 기준)이 지난해 5만2천원에서 올해 4만5천원으로 떨어졌는데 이보다도 한참 못 미쳤다.

지게차가 대형 자루를 들어 올려 안에 들어있던 벼를 건조 및 선별기에 쏟아붓자 기계에 설치된 전광판에 수분함량과 중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수분함량은 자루에 든 벼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 24.9∼25.2%를 왔다 갔다 했다. 중량은 누적해 전광판에 나타났다.

1년간 애써 수확한 벼는 이러한 처리 과정을 거쳐 수십 분만에 여러 포대에 나눠 담긴 뒤 수매돼 지씨의 손을 떠났다.

건조.선별기로 들어가는 벼
건조.선별기로 들어가는 벼

지씨는 올해 자신의 땅 26마지기를 포함해 150마지기(약 3만평) 논농사를 지었다.

그는 "농기계값, 비료 값 등 이것저것 빼고 나면 다섯 식구가 겨우 밥 먹고 사는 정도에요. 3천만원이나 쥘까. 그래서 하우스 500평에 상추와 오이를 심어 나오는 인건비 정도를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농사를 지은 지 25년 가까이 되는데 논 사고 농기계 장만하느라 진 빚은 2억원 가량.

지씨는 "1989년 2월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만 해도 쌀농사 좋았어요. 그때는 열심히 일하면 소득이 되니까 꿈이 컸죠, 27년이 흘렀는데 쌀값이 안 나오니 요새는 하루하루 상심만 쌓인다"고 손을 내저었다.

이 벼는 몇등급?
이 벼는 몇등급?

지씨는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희망이 줄어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가 쌀값 폭락으로 농가에 지급해야 할 직불금 규모가 커지자 직불금 감축을 시도한다는 말이 들리는데 그보다는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직불금을 받도록 수혜 대상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씨는 "현행 제도는 직불금을 농지 주인에게 주고 있는데, 임대 농지의 경우 농사짓는 사람이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 입장에서는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아도는 쌀의 생산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경지 정리가 안 된 농업진흥구역 내 절대농지에 대한 토지이용 규제를 해제해 논의 면적을 감축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농업진흥구역 내 부지에서는 농지법상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토지이용행위를 할 수 없다.

수매 기다리는 농민들
수매 기다리는 농민들

지난해 도내에서는 8만2천70ha 논에서 42만680t의 쌀이 생산됐다. 논 면적이 줄면서 2014년에 비해 총 생산량은 6천t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풍년 여부를 가름하는 10a당 생산량은 513㎏으로, 2014년의 493㎏보다 4.1% 늘었다.

올해도 논 면적이 지난해보다 3천ha가량 감소하면서 전체 생산량은 다소 감소하겠지만 10a당 생산량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대한농산 미곡종합처리장 김영래 대표는 "다수확 품종이 많이 보급돼 있는데 고품질로 평가된 벼를 보면 수확량이 덜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고품질화로 과잉생산을 막고 논을 전용해 밭작물을 심는 것도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내년에 4천ha 정도의 논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거나 밭작물을 재배하기로 했다.

도는 우선 2천350ha의 논에 벼가 아닌 콩과 감자 등 밭작물을 심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는 쌀 재배에 비해 줄어드는 소득을 보전해 줄 방침이다.

도는 이와 함께 1천650ha 정도의 논을 타 용도로 전용할 방침이다.

이같이 4천ha의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거나 전용할 경우 내년 도내 벼 재배면적은 올해 8만700여ha에서 7만6천700ha로 5%가량 줄어든다.

벼 생산량도 올해 예상량 58만여t보다 2만8천t(4.8%)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매 기다리는 벼 적재 차량들
수매 기다리는 벼 적재 차량들

이런 가운데 현재 경기도 쌀 재고현황을 보면 지난 24일 기준으로 10만195t이 남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올해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 3만ha와 별도로 2018년까지 5만2천ha를 추가로 감축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전국쌀전업농연합회 화성시연합회, 농업경영인 화성시연합회, 여성농업경영인 화성시연합회 소속 회원 30여명은 이날 화성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쌀값 하락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보상 등을 촉구했다.

gaonnu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28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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