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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美中日 사이 '위험한 줄타기' vs '계산된 노림수'

송고시간2016-10-27 11:43

강대국 역학관계 이용 경제·군사적 실리 챙기기…"美 역풍 불 수도'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외교술이 연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미국 식민지를 겪은 아시아의 친미 국가 정도로 여겨졌던 필리핀이 지난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을 맞은 이후 동남아시아 안보지형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거침없는 반미 친중 행보를 하다가도 돌연 한 발 빼는 등 예상치 못한 언행으로 두 강대국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를 놓고 경제·군사적 실리를 최대화하려는 계산된 노림수라는 분석과 미국으로부터 역풍을 맞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자료사진]

27일 ABS-CB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의 루시오 피틀로 국제학 교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발언이 미 지도자들에게 필리핀을 보다 존중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성공한다면 미국으로부터 '빵부스러기' 대신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 방문 때 "이제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미국과 경제·군사적 '결별'을 선언했다. 대신 중국으로부터는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았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주변에서 필리핀 어선의 조업 허용도 검토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5일 일본 방문길에는 "나는 미국의 애완견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에는 "외국군이 2년 안에 필리핀에서 나가면 좋겠다"며 미국과 필리핀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 폐기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을 '불량배'라고 비난도 했다.

앞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유일한 동맹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이 없다", "(반미 발언은) 개인적 생각으로 필리핀 정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논란을 일으킨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을 필리핀이 미국의 '작은 갈색 동생'에서 벗어나려는 자주외교론으로 설명했다.

그는 "현시점에서 미국과 맺은 협정을 폐기할 이유가 없다"며 "조약 의무를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군사 거점화를 진행하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항상 일본 편에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 방문 때 보여준 친중 모드에서 친일 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두테르테 대통령의 언행은 국제 외교무대의 상식에 어긋나지만, 미국·일본과 중국의 역학 구도를 적절히 이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을 군사거점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이 위협받는 미국은 필리핀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관계 복원을 노리고 있다. 종전까지는 필리핀이 미국의 경제·군사적 지원에 목이 탔지만, 이제는 미국이 구애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중국과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는 일본으로서도 미국, 필리핀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내정자는 "필리핀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5∼27일 일본을 방문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 흰옷)[EPA=연합뉴스]
25∼27일 일본을 방문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 흰옷)[EPA=연합뉴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신외교노선이 미칠 부정적 파장도 지적된다.

필리핀 외교·경제장관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강경 발언을 할 때마다 진화에 나선 것은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군사·경제적 손실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의 칼 베이커 프로그램 국장은 미국과 거리를 두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이 내각의 분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정치 컨설팅업체인 파크 스트래티지의 숀 킹 부회장은 "필리핀군 장교 대부분이 미 육사를 졸업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중심 정책이 1950년대 이후 미국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온 군의 불만을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일로 골레스 전 필리핀 국가안보고문은 중국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을 강하게 거부하는 등 필리핀 영토를 계속 위협하고 있으며 결국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를 군사 기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과 해리 로케 하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반미 행보를 계속하면 미국이 두테르테 정부 전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왼쪽)이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건배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일본을 방문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왼쪽)이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건배하고 있다.[EPA=연합뉴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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