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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의 동행> 한미동맹과 자주국방 사이

한미안보협의회(SCM)후 한미 국방장관 기자회견 모습. 2016.10.21
한미안보협의회(SCM)후 한미 국방장관 기자회견 모습. 2016.10.21

(서울=연합뉴스)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에 양국이 합의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안보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짚게 한다. SCM 후 공동성명에는 '확장억제 능력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조치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디에도 전략자산 언급은 없었다. SCM 직전 국방부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에 합의할 것이라고 언론 브리핑까지 했으나 막상 미국이 응하지 않아 한국 언론은 대대적인 '오보'를 냈다. 정부가 미국의 속내도 모르고 김칫국부터 마셨다는 비판이 뒤따를 만했다.

비판의 요지는 우리가 미국의 전략자산 운용 기본 원칙도 몰랐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전략 차원에서 전략자산을 운용하는데 그 일부를 한반도에 사실상 묶어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략자산 수요는 한반도뿐 아니라 중동과 남중국해, 동유럽 등 세계 도처에 널려 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미군 전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도 되지만 우리 군 당국의 생각이 너무나 순진했다.

북한의 신형 로켓엔진 분출시험 사진. 2016.9.20
북한의 신형 로켓엔진 분출시험 사진. 2016.9.20

북한이 9월 초 5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의 전력화까지 임박했다는 분석이 제기되자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유사시 실제 잘 이행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일었다. 그래서 자체 핵무장론까지 나오던 차에 전술핵 배치 효과가 있다는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소식에 안심하는 이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허망한 결과는 스스로 지키는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한계를 느껴 자주국방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했다. 1973년부터 76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을 역임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2011년 5월 13일 자)에서 "내가 1973년 한국에 왔을 그때,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박정희는 이걸 보면서 미국과의 동맹에 대한 믿음을 잃기 시작했다. 그가 핵 개발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가 핵 개발에 착수한 시점은 대략 1972년 무렵인데 미국이 73년에 이를 파악해 77년에 최종 포기시켰다고 증언했다. 그는 "우리가 북한으로부터의 어떠한 공격에도 남한을 보호할 것이며, 따라서 남한이 핵무기를 지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강하게 재확인시켜" 박정희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군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자주국방론'을 설파한 바 있다. 그는 "우리 안보를 언제까지나 주한미군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고, 그러면서도 "자주국방과 한미동맹은 결코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이므로 더욱 단단하게 다져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의 힘'…F-22 한반도 전개
'한미동맹의 힘'…F-22 한반도 전개이왕근 공군작전사령관(오른쪽)과 주한 미 7공군사령관이 17일 스텔스전투기인 F-22 랩터 4대가 오산기지에 도착한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서로 악수하고 있다. 2016.2.17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력의 근간임은 분명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우리 군의 '3축 체계'인 킬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 등이 구축될 2020년대 초반까지는 더욱 미군 전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잇달아 확장억제 역량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 차원에서 양국의 이익이 항상 일치한다고 기대할 순 없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은 한미일 삼각협력 구도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면서 서태평양을 미국의 영향 아래에 두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자국 이익이 우선이다. 동맹은 공동 이익이 있어야 지속성이 보장된다. 한미동맹도 예외일 수 없다. 지금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억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영원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이홍구 전 총리는 지난 9월 말 93세로 타계한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을 기리는 칼럼(중앙일보 10월 22일 자)에서 평화를 꾸준히 추구하면서 국가의 안전을 위해 전쟁 대비에 심혈을 기울였던 인물로 평가했다. 페레스는 이스라엘과 한국이 직면한 역사적 시련에 대응할 두 가지 지혜를 꼽았다고 한다. 첫째 적어도 앞으로 한 세대는 건재할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절대로 필요하고, 둘째 국가적 투자의 최우선 순위를 과학기술 발전에 두는 것이 최상의 안보정책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기술과 군사력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평화도 지킬 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최순실'이라는 이름 하나로 최고 국정 책임자의 리더십이 무너진 상태와 진배없다. 그렇다고 엄혹한 안보위기를 누가 대신 해소해주지 않는다. 대통령과 국민이 모두 합심해서 대처해야 한다. <논설위원>

bond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28 07: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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