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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로 칼럼> '명연설의 힘' 확인한 미셸 오바마

송고시간2016-10-27 07:31

<이병로 칼럼> '명연설의 힘' 확인한 미셸 오바마 - 1

(서울=연합뉴스) 올해 미국 대선 정국에서 최고의 스타는 정작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아닌 듯하다. 치열하게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은 새로운 깜짝 스타를 탄생시켰다. 바로 대통령 부인(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주인공이다. 임기가 끝나가는 현직 대통령의 아내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까닭은 선거 과정에서 이뤄진 명연설 때문이다. 일부 미국인은 벌써 차기, 차차기 미국의 지도자감으로 미셸 오바마를 거론할 정도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선거전 기간에 2번의 명연설로 갈채를 받았다. 첫 번째는 지난 7월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행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 연설이었다. 그는 "지금의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이며 다양성과 관용이 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기비하로 표를 끌어모으는 행위에 반대해 `미국은 이미 위대하다'고 일갈했다. 그리고 미셸은 이런 장면을 소개했다.

"매일 아침 나는 노예들이 지은 집에서 일어나 내 딸들, 아름답고 지적인 젊은 흑인 여성 두 명이 백악관 잔디밭에서 개들과 노는 걸 본다." 이제 백악관에 흑인 대통령과 그 가족이 머물며 미국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간명하게 표현해 냈다. '증오의 언어'는 이렇게 물리쳤다. "그들이 저급하게 행동해도 우리는 품위 있게 행동한다"라고. 정치평론가들은 이 연설을 최근 정치 역사상 최고의 명연설로 뽑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두 번째 등장은 지난 10월 13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클린턴 지원 유세장이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비디오가 폭로돼 파문이 일 시점이다. 이 연설 역시 감동과 지지를 마음속에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바로 인간의 존엄, 여성의 품격이라는 불가침의 권리를 일깨웠기 때문이다.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고,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정당에 속하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무당파든 관계없이 그 어떤 여성도 이런 방식으로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이 문제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품위에 관한 이야기다. 옳고 그른 문제다…. 이제 우리가 모두 일어나 그만하라고 할 때다. 이런 일은 바로 멈춰져야 한다."

두 번째 연설의 파장은 매우 컸다.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고, 작가 스티븐 킹은 "(트럼프의 행동이) 모든 남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해줘서 고맙다"고 트위터에 띄웠다. 괴짜로 유명한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이번 선거의 최고 연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급기야 뉴욕 타임스는 '사랑을 담아 퍼스트레이디에게' 보내는 명사들의 글을 모아 싣기도 했다.

정치란 `말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정치의 수단으로는 말 외에도 합법적 강제력이라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그러나 '법대로…'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합법적 강제력은 의무적이고 소극적 동의만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권력을 가진 정치세력만이 그것을 동원할 수 있기도 하다. 반면 말을 수단으로 하는 정치는 여ㆍ야, 비제도권 정치세력을 가리지 않고 누구한테나 허용된다. 연설이라는 형식의 '말의 정치'는 게다가 자발적 동의를 끌어내기만 한다면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 미셸 오바마의 연설이 아주 좋은 사례다.

궁금한 것은 퍼스트레이디의 두 차례 연설이 어째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위대하다'는 간명한 외침이 있었지만, 이 말이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명연설에 비교될 수준인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으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자체'라는 루스벨트의 연설, '조국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먼저 물어보라"는 케네디의 연설에 버금가는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앞으로도 한동안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

미셸 오바마의 연설이 힘을 갖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현재로써는 미국의 한 정치평론가가 내린 판단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퍼스트레이디는 (누구와) 싸움을 하기 위해 연설대에 오르지 않는다. 그는 보호받을 사람을 위해 무엇을 말한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역사적인 장소 게티즈버그에서 분노와 분열의 메시지로 가득 찬 연설을 한 점을 생각하면 이 평가의 의미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논설위원>

inn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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